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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Dec 11. 2019

식물 사진은 어디서 찍으면 좋을까요

식물 사진 찍기 7. 무을녀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서 이제 베란다에 있던 식물들도 집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겨울을 나기 전 식물들의 상태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때입니다. 물론 아무리 봐도 제가 봐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요. 아무튼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 식물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기왕에 실내로 들어온 김에 식물들 사진을 찍어주어도 좋겠습니다.




©JeonghyunLee






어디에 렌즈를 대도 멋진 곳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말할 것도 없이 좋겠지만 저처럼 평범한 가정집에서도 좋은 식물 사진을 못 찍을 건 없습니다. 열악한 환경일수록 주인공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다만 그럴 때는 좀 더 신중하게 프레임을 잡고 프레임 안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보고 정리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빛이 잘 들어오는 곳 중에서 가구나 물건들이 방해하지 않는 빈 벽을 찾아야 합니다. 면적 자체가 넓은 것보다는 주변을 비워놓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주인공인 식물을 둘러싼 배경이 식물로 시선이 가도록 도와주는지 아니면 시선을 분산시키는지를 보면서 프레임을 잡습니다. 꼭 렌즈를 통해서 봐야 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렌즈를 통해 보이는 곳의 바깥은 프레임 안에 담기지 않습니다. 프레임 바깥에는 미처 게지 못한 빨래가 쌓여있을 수도, 방금 먹고 안 치운 아침상이 놓여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프레임을 잡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사는 평범한 공간에서도 깔끔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최대한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 집중력을 높이는데 좋으므로 비록 저는 못하지만 촬영 전 청소를 살짝 해줄 것을 추천드립니다.





©JeonghyunLee






제가 원하는 색으로 멋들어지게 직접 칠한 벽을 가지는 것이 저의 로망이지만, 벽지가 무난한 흰색, 아이보리색이거나 식물에 어울리는 색이라면 그냥 그대로 사진을 찍어도 좋습니다. 또는 좋아하는 색의 색지나 천을 사서 벽에 붙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생각보다는 넉넉한 크기로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프레임을 보다 자유롭게 잡을 수 있거든요. 눈으로 보는 것과 렌즈를 통해 식물과 함께 배치된 모습을 보는 것은 다를 때가 많습니다. 저도 야심 차게 준비한 색지와 천이 흉측한 결과를 낳아 놀랬던 적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칙칙한 회색을 좋아하고 단순한 배경을 선호하지만 화려한 무늬의 배경이나 다양한 소품들을 사용하여 사진 찍는 사람의 개성을 한껏 드러내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JeonghyunLee






뒤에 보이는 배경만큼이나 식물이 놓여있는 바닥도 중요합니다. 저는 플로리스트 동생에게서 얻은 나무판을 가장 좋아하는데 원래 두부를 만들 때 사용하는 판이었다고 해요. 원목의 나뭇결과 색감이 식물과 잘 어울려서 제 보물 중 하나입니다. 사진에 이쁘게 나오는 상판의 테이블이 있다면 사진을 위한 세팅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해결한 것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맘에 드는 바닥판이나 테이블이 없다면 역시나 색지나 천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어울릴지는 전적으로 찍는 사람 마음에 달렸지요. 마찬가지로 크기는 넉넉하게 큰 것이 좋습니다. 들어오는 빛에 따라 식물뿐 아니라 배경과 바닥의 색과 명암이 달리 표현되는 것도 놓치지 않고 관찰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촬영할 때의 재미이기도 하지요. 내 취향을 한껏 살려 프레임 안으로 마음껏 이것저것 넣었다 빼보고 렌즈를 통해 신중히 프레임 안의 공간과 빛을 관찰해보세요. 식물은 인내심이 강한 모델이니 충분히 시간을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JeonghyunLee





무을녀(Crassula rupestris subsp. marnieriana)는 섬세한 모양의 잎이 줄기를 따라 탑처럼 쌓이는 것이 매력인 다육입니다. 무을녀가 속한 크라술라 루페스트리스(C. rupestris) 식구들은 잎 위에 새로운 잎이 탑처럼 차곡차곡 쌓이면서 자라는 모양 때문에 탑돌이라고도 불립니다. 무을녀와 함께 희성과 루페스트리도 대표적인 탑돌이들이지요. 다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잎의 모양과 크기의 작은 차이들을 보고 구분해요. 무을녀라는 이름은 아마도 일본에서 넘어온 듯한데 이렇게 귀여운 식물에게 붙이기엔 너무 깜찍성이 부족한 이름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화분에 꽉 차게 사는 걸 좋아한다고 하니 분갈이는 자주 안 해주셔도 되겠어요.




©JeonghyunLee






어찌 된 사정인지 위로 뻗지 않고 아래로 늘어지면서도 계속해서 꽃 모양의 잎사귀를 밀어 올리는 무을녀의 모습이 저의 마음을 끌었습니다. 우리 플로리스트가 야심 차게 영국에서 공수한 나무 화분에 담겨 있는 것을 보면 그녀의 마음에도 이 식물은 특별했나 봅니다. 저희 엄마가 제가 아기일 때부터 가지고 있던 오래된 테이블 보를 바닥에 깔고 딱 마음에 드는 분홍색을 찾기 위해 몇 번의 실패 끝에 겨우 만난, 벚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색지를 벽에 붙이고 촬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사진 안에는 가느다란 줄기에 댕글댕글 달린 잎사귀만큼이나 알고 보면 모두 저마다의 사연들을 가진 것들이 모여 있습니다. 저희는 프레임 안을 볼 뿐이지만, 프레임에 담기는 것 이상의 이야기는 늘 있는 법이죠.





©JeonghyunLee






<무을녀 키우기>


빛 : 밝은 빛을 많이 받게 해 주세요. 빛을 충분히 받으면 잎 끝부터 빨갛게 물이 듭니다. 베란다에서 키우기 좋아요.


물 : 만져봤을 때 잎이 말랑거리거나 쪼글거리면 물을 주세요. 잎이 많아서 다른 다육식물에 비해 물 주는 주기가 짧을 수 있어요. 잎에 물이 닿으면 좋지 않으니 화분 밑을 물에 담가서 뿌리 끝에서부터 천천히 물을 빨아 들일 수 있도록 해주면 좋아요. 하지만 과습은 위험하기 때문에 물에 담근 후 10~20분 뒤에는 꺼내 주시고 흙이 잘 마르도록 해주세요.


온도 : 15도에서 30도의 온도에서 잘 자란다고 하니 따뜻하게 키워주세요. 야외에서 키운다면 한겨울에는 안으로 들여주시고 베란다에서 키운다면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지 살펴봐 주세요.






©JeonghyunLee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제가 찍는 다른 사진들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jhl.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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