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25
“엄마 ADHD 아니야?”
운전하던 내 옆에서 큰딸이 갑자기 던진 말이다. 고3인 딸아이의 학교 일정에 관해선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 같다. 12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일인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다가 내 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에 뭔가 안 좋은 말을 했던 것 같다.
엄마는 왜 혼잣말을 그렇게 크게 하느냐, 왜 그렇게 성격이 급하냐, 왜 그렇게 못 참느냐는 말을 달고 살던 아이가 나름대로 엄마에 대한 진단을 내렸나 보다. 의외로 자신은 잘 모르지만, ADHD인 사람이 많다는 사족을 붙이며.
어릴 때는 한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옆에서 전쟁 나도 모르겠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집중력이 좋았는데…. 길지도 않은 아이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금방 다른 소리를 해대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또 성질은 왜 이렇게 급해졌는지. 어릴 때 울엄니는 나를 보고 어떻게 저렇게 느릴 수 있냐며 답답해했는데, 요즘은 뭐든 빨리빨리를 외치다못해 너무 서두르다 꼬이기 일쑤다.
남편 공장에서 함께 일할 때, 아침부터 밤까지 점심시간 50분을 제외하고는 앉을 시간도 없이 시다로 일했다. 시다라는 것이 이리저리 보조를 해야 하니, 시다가 얼마나 빠릿빠릿하게 일하냐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졌다. 그때부터였을까.
자기 얘기 먼저 들어달라며 등에 달라붙는 세 아이와 눈 맞춤할 시간을 만드느라 집안일을 2배속으로 해치우던 그때부터였을까.
공부는 해야겠는데, 시간은 부족하고 온라인 수업을 느긋하게 앉아서 들을 시간이 없어서 이어폰을 꽂고 걷고 뛰는 게 익숙했던 그때부터였을까.
굼벵이에 미련퉁이 소리를 듣던 어린 나는 사라지고, 급한 성질에 ADHD 소리를 듣는 아줌마만 남았다.
나는 진짜 ADHD가 된 걸까?
인터넷에 ADHD 자가검진을 검색했다.
자가진단 테스트 문항을 보시고 해당하는 것을 고르실 때,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가 아닌 문항을 보자마자 '오, 나다!' 싶으신 것만 뽑아주셔야 합니다.
1. 나는 지나치게 잘 잊어버린다
2. 어떤 일에 집중하거나 주의를 오래 기울이는 것이 힘들다
3.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다
4. 충동적이거나 생각해보지 않고 행동한다
5.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렵다
6. 안절부절못한다
7. 참을성이 없다
8. 해야 할 일을 끝내지 못한다
9. 물건을 잘 잃어버리거나 깜빡한다
10. 세밀한 부분을 잘 다루지 못한다
위 10가지 항목 중 5가지 이상이 나와 딱 맞는다고 생각된다면 성인 ADHD로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출처] 성인 ADHD 자가진단 테스트!|작성자 강한뇌
1. 7. 9 세 가지에 ‘오, 나다!’라고 했으니 ADHD는 아니고, 그냥 성질 급하고 건망증이 무척 심한 아줌마가 된 것뿐.
다행이랄지, 서글프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