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운명은 없는 It's Complicated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길

by 쭈이날다


흔히들 말하는 결혼적령기가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빼놓지 않고 듣는 얘기가 있다.


'결혼했어?' '결혼 언제 해?'

결혼 안 했고 만나는 사람 없다고 하면

또다시 질문이 이어진다.

'왜 만나는 사람이 없어?' '왜 결혼 안 해?'


지긋지긋한 질문들이다.

들을 때마다 속으로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싶었다.

저 얘기들을 못해도 10년 정도는 들어왔을 것이다.


나도 지금쯤이면 진작에 연애하고 결혼해서

애 키우며 살고 있을 줄 알았다.

어릴 때 엄마가 본 사주에 의하면

늦게 결혼하며, 늦게 할수록 좋다고 했었다.

그땐 늦어도 30살쯤이겠지? 했었는데

40살이 된 지금까지도 결혼 안 하고

혼자 지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사실 결혼 관련 질문을 매번 들을 때마다

남들과 똑같을 필요도 없고

내 인생 흘러가는 대로 살면 된다고

스스로 되뇌며 생각했다.


하지만 40살이 되던 24년 새해부터

어깨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겪고 나니

남들은 모두 행복하게 살아갈 때

내 인생만 다른 사람들과 달리

너무 외롭고 불행하게만 느껴져서

혼자 말 못 할 울적함이 컸다.


어깨수술의 후유증에 우울증까지 겹쳐

멘탈이 깨진 채 지내던 같은 해 11월 5일

예성 미니 6집 'It's Complicated'가 발매되었다.



앨범이 발매된 당일 퇴근길에

바로 'It's Complicated'부터 들었을 때

귀에 딱 꽂히는 구절이 있었다.


'Maybe we fall

Maybe we fly

정해진 운명은 없을 테지만

Maybe I'm yours

Maybe you're mine

결국엔 서로를 향할 테니

I don't care If it's complicated'


후렴구 가사 중 정해진 운명이 없다는 말이

유독 머릿속에 오래 맴돌았다.


사실 이 노래를 듣기 전까지도

내 삶은 왜 이리도 순탄하지 않은지 답답했다.

열의에 가득 찼던 새해부터 어깨수술을 하고

재활치료만 거의 1년 가까이했다.

내 인생만 남들과 달리 복잡하게

꼬일 대로 꼬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힘내라는 위로도 그땐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어깨가 좀 회복되자 주변에서는

또다시 슬슬 결혼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하면

나에게 '니 인연이 있을 거다'

'때가 되면 만나 결혼하게 될 거다' 라며

위로와 기대가 뒤섞인 말을 전할 때도

마음속 깊이 와닿지 않았고

그런 말조차 나를 옥죄는 듯 힘들었다.


그런데 예성의 노래는 달랐다.

'Maybe we fall Maybe we fly

정해진 운명은 없을 테지만

I don't care If it's complicated'

딱 이 구절이 가장 크게 공감되었다.

이 가사가 나에겐 그저 공허하게만 들렸던

힘내라는 말보다 훨씬 더 힘이 되는 말이었다.


복잡하더라도 상관없다는 말이 정답이었다.

인생에 정답이란 없고 정해진 운명이란 것도 없다.

노래를 들으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머리가 맑아지면서 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인생의 가는 길에 있어서

각자 주어진 대로 나만의 해답을 찾아가며

난 나대로 내 길을 가면 되는 것이다.

꼭 남들과 똑같은 속도로 갈 필요 없고

내 흐름에 맞게 가면 되는 건데

늘 나만 다르고, 한 발자국씩 늦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너무 책망하며 살았다.


남들과 다르고 좀 늦어도 괜찮지 않을까.

꼬여서 복잡하면 또 어떠한가

엉킨 듯 꼬인 실타래는 다시 풀면 되고

넘어져 크게 다쳐도

다시 일어나서 극복하면 되는 것을.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내가 겪은 모든 일들은 잠시 쉬어갈 수 있게

나에게 주어진 기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깨수술을 하며 골다공증이 진단을 받아

뒤늦게나마 뼈가 약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더 크게 다치기 전에 위험한 운동은

모두 그만두고 치료를 받으며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대신

이제 칠순이 되신 엄마를 모시고

명절이나 생신마다 함께 여행도 다니고

아프실 때는 병원도 동행하며 옆에 있어드렸다.

20대 내내 떨어져 지냈던 시간을 메우듯

엄마 곁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수술 후 운동을 전부 그만두게 되자

여유시간이 있을 때면 혼자 경치 좋은 곳으로

드라이브를 하거나 여행을 갔다.

그동안 바삐 지내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자연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감을 떨어뜨려 놓은 듯 파랗고 맑은 하늘

신선한 공기에 푸릇푸릇한 나무와 들판

형형색색의 예쁜 꽃들과 푸른 바다까지


내가 놓치고 살았던 주변을 둘러보며

심적으로 여유를 되찾기 시작했다

지금의 내 삶도 나름 괜찮지 않을까?

이제야 내가 나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됐다.



'널 언젠가 마주할 날

그 순간만을 생각해

다가올 시련 모두 다 견뎌낼 테니

The only thing I gotta say'


이 구절이 제일 지금 내 마음과 같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스스로 책망하던

마음의 지옥에서 벗어나 나를 이해하고

지금의 행복과 여유로움을 되찾기 시작하자

앞으로 내가 마주할 행복이 올 순간을

생각할수록 마음이 즐거워졌다.


이제는 내가 겪은 일보다 더 큰 어려움이 와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내 마음가짐의 차이가 아닐까

지금의 힘든 상황은 시련이 아니라

내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쉬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예전의 나라면 그저 주변과 비교하며

비관적으로 지내느라 나다운 행복이 와도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런데 이젠 내 마음가짐이 예전과는 달라졌다.

이 노래를 들은 이후부터 내 주변을 돌아보며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항상 모든 것에 감사하며 지낸다.


마음이 편안해진 이제는

나만의 방식으로 내 길을 걷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꿈꾸던 삶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순간과 마주하는 시간이 올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