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찾아가는 나를 사랑하는 법
어깨수술을 한지도 다음 달 새해가 되면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재활치료받으며 지내는 동안
다른 사람과 다르게 내 인생만 멈춘 듯했다.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만 같을 때면
'난 그저 내 속도에 맞게 내 길을 가면 된다라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지만
어깨에 통증이 느껴지며 욱신거릴 때마다
슬프고 울적해지는 마음을 다스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럴 때면 예성 미니 5집 'Unfading Sense'
앨범을 자주 찾아들었지만
딱 한곡 '나 (I am)'는 거의 듣지 않았다.
특히 후렴구 가사 중 '오늘의 내가 좋아'
'지금의 내가 좋아'라는 가사가
귀에 들리지 않았고 공감이 되지 않았다.
그때의 난 어깨가 아플 때마다 내가 너무 싫었다.
사고 당일 왜 좀 더 조심하지 않았는지 후회하고 자책했다.
한순간에 바닥에 내리 꽂히듯 넘어지던 그 순간에
어깨뼈가 부러지던 통증이 생생하게 떠오를 때마다
이 모든 게 다 내가 자초한 일인 것만 같아 괴로웠다.
그래서인지 'Unfading Sense' 앨범에서
유독 '나 (I am)'만 듣지 않았고
습관처럼 스킵하며 다른 노래로 재생했다.
여느 때처럼 드라이브를 하며
'Unfading Sense' 앨범노래를 듣고 있었다.
어김없이 6번 트랙 '나 (I am)'가 재생될 때
평소처럼 듣지 않고 넘기려다
오늘은 그냥 들어볼까? 하고 듣기 시작했다.
창가에서는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고
스피커에서는 상큼한 전주와 함께
노래의 도입부가 시작되었다.
'이불을 덮어도 바로 잠들 수 없듯이
슬픔을 덮는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어
비 오는 날엔 비에 젖을래
내게 행복을 강요하지 마
맑건 흐리건 같은 하늘이듯이
그게 다 나니까'
해안가 도로를 달리는 동안
시원한 바람과 함께 힐링하면 들어서였을까
도입부를 듣는 순간
음? 이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었나? 싶었다.
그동안 늘 스킵하며 잘 듣지 않아서 몰랐었다.
가사는 나에게 어깨가 아플 때마다 슬프고 울적하면
한번 이렇게 생각해 봐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가사대로 맑건 흐리건 같은 하늘이듯이
기쁠 때나 슬플 때 모두 내 모습인 건데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만 행복하지 않다고
너무 혼자 땅굴을 파듯 울적해했다.
아플 때마다 슬픈 마음을 아무도 모르게
꾹꾹 눌러 담아 덮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는데
항상 자책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노래를 듣다가 문득 돌이켜보니
단 한 번도 나 자신을 위로한 적이 없었다.
왜 그렇게 자책만 하며 힘들어했을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20대에 혼자 서울에서 타지생활을 할 때는
돈이 없어서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고
30대에는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까지 겹쳐
늘 힘들어서 내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을만한
금전적인, 심적인 여유가 모두 없었다.
40대가 된 지금이 되어서야
모든 면에서 여유가 생기고 평온해졌다.
비록 어깨수술 후 아프고 힘든 날이 계속되어도
오히려 수술 이후 많은 것이 변화되면서
오롯이 나를 위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수술 후 이사한 집 근처에 직장을 구하게 되자
왕복 3시간 거리를 출퇴근할 때와 달리
걸어서 출퇴근하면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약되었다.
게다가 뼈가 약하다는 진단을 받은 후
겨울취미인 스노우보드, 스피닝, 필라테스 등
늘 하던 운동까지 모두 그만두게 되자
퇴근 후 평일 저녁과 주말에 나만의 시간이 많아졌다.
그럴 때면 집에서 조용히
평소 쓰고 싶었던 글을 써보기도 했다.
날씨가 좋을 때면 차를 끌고 나가
좋은 경치 보러 훌쩍 나들이도 다녀오고
때론 숙박을 예약하여 여행도 떠났다.
꽃피는 봄에 야구시즌이 되면
퇴근 후엔 언제나 야구도 보러 갔다.
그리고 이제야 그렇게 가고 싶었던
슈퍼주니어와 예성 콘서트도 갈 수 있었다.
금전적인 부분이 이제는 안정이 되어
내가 좋아하는 공연, 야구경기도 보러 가고
가고 싶었던 여행지로 여행도 떠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깨가 아플 때면
작년 새해에 일어난 사고로 인해
늘 혼자 아파하며 즐거운 마음들을
슬픈 마음으로 덮어둔 채 지내고 있었다.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나니
이제야 이 노래 가사가 마음에 와닿았다.
'난 그냥 나 Lovin' my life
난 모든 오늘의 내가 좋아
모두가 다 변해가도
난 그냥 지금의 내가 좋아
망가지고 다쳐도
몇 번씩 부서져도
끝까지 아름다운
난 그냥 지금의 내가 좋아'
내가 내 삶을 사랑하고 지금의 내가 좋다는 건
특별한 게 아닌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평온한 행복을 찾아가는 지금을 말하는 게 아닐까
나에게 20대, 30대, 40대 중
언제가 제일 좋냐고 물어본다면
이제 막 40대가 된 지금의 나라고 얘기할 수 있다.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다는 게 이런 것일까 싶었다.
집 근처에서 천성산을 바라보며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만 느껴도 좋았다.
엄마와 나들이도 가고 맛집도 다니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좋았다.
퇴근 후 설레는 마음으로 야구를 보러 갈 때면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했고
슈퍼주니어, 예성 콘서트 일정이 떠서
서울공연을 보러 다녀올 때면
한동안은 행복함에 빠져 살았다.
크게 넘어져 다치고 부러졌어도
다시 극복하고 일어난 지금에서야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었던 걸 해보며
그동안 힘들었던 나를 위로하고
내가 나를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픔에 덮여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소소한 일상을 하나씩 알아가며
지금 내가 누릴 수 있게 된 것들에 대해
감사해하며 즐겁게 지내는 법을 알게 되었다.
비로소 나를 사랑하는 법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같은 반복뿐인 하루 속에서
매일 다른 날 피울 수 있길
본 적 없는 모험 같은
앞을 모르는 불안한 미래 앞에서
끝없이 자유로운 나로 남을 수 있길'
다람쥐 챗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깨가 아플 때면 어김없이 울적해진다.
스스로 지금의 소소한 행복을 되짚어봐도
다시 내가 나를 끝없이 자책하게 된다.
그럴 때면 다시 나를 사랑하고 위로하는 법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예성의 '나 (I am)'를 듣고 있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으로 나를 위하고
사랑하는 법을 찾아가고 있으니
이제는 진짜 내가 진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0대에 꿈을 포기한 순간부터 무기력하게 살았다.
일은 내 커리어를 쌓기 위한 목표가 아닌
그저 생계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내가 나를 잃어버린 채 꽤 오랜 시간을 지냈다.
끝없이 혼자 땅굴을 파다가 마음의 안정을 찾고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가는 지금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뭔지 생각해 보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비록 질척이고 답답한 늪을 지나가듯
불안한 미래를 향해 가고 있지만
이제는 노래 가사처럼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며
내 삶을 사랑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찾아서
행복하고 자유로운 내가 되길 바라고 있다.
수년 후 다시 이 노래를 들을 때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내 삶을 사랑하며 지내며
그땐 그렇게 아팠었지 하고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웃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