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살아남았다. 아빠 호랑이에게는 비굴할 정도로 애교를 떨었고, 엄마 호랑이가 싫어하는 굴 청소를 도맡아 했다. 큰오빠 호랑이는 찡그린 얼굴을 싫어하니 그의 앞에서는 언제나 헤실헤실 웃었다. 작은오빠 호랑이는……. 그는 무엇을 해도 무관심했다. 나는 그의 앞에서는 말을 하지도, 웃지도 않았다. 그냥 없는 듯이 조용히 지냈다. 나는 그때그때 다양한 인격으로 행동해야 했다. 가식적인 내가 정말 싫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으려면.
호랑이 굴에서 나는 호랑이 말을 썼다. 하지만 나는 발성에 한계가 있었다. 나는 ‘아빠’라고 발음하는데도 그들에게는 ‘먀빠’로 들리는 모양이어서 곤란했다. 하지만 아빠 호랑이는 ‘먀빠’라고 불리는 것을 오히려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내가 “먀빠아”라고 콧소리로 말하면 아빠 호랑이는 눈꼬리를 내리며 행복해했다. ‘먀마아’라고 엄마 호랑이를 부르면, 엄마 호랑이는 “왜?” 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면서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곤 했다.
호랑이 말을 하며 그들과 생활하면서 나는 점점 호랑이 삶에 익숙해졌다. 그들은 나를 가족으로 받아 주었고, 나도 내가 작은 호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덩치나 털 색깔, 발톱이나 입 모양이 호랑이와는 아예 달랐지만, 아직 내가 어려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나를 호랑이라고 생각했듯이, 호랑이 가족도 내가 토끼란 사실을 점차 잊어갔다. 아빠 호랑이는 내가 토끼 친구를 사귀는 것을 싫어했고, 엄마 호랑이는 초식동물인 내게 피 묻은 날고기를 맛있게 먹기를 강요했다. 나는 어슬렁어슬렁하며 호랑이처럼 걸었다. 다른 동물을 만나면 오빠 호랑이처럼 ‘묘응’하고 위협했다. 동물들은 놀라기는커녕 나를 손가락질하며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나는 그들이 나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 정말 이상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희망이 있었다. 아직은 어려서 토끼처럼 생겼지만, 커가면서 가죽 색깔이 점차 짙어지고 자연스레 검정 무늬가 생길 거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내일 눈을 뜨면 당당한 호랑이가 되어 있을 나를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날고기를 먹고, 호랑이 말을 유창하게 발음해도 나는 여전히 토끼였다. 몇 날 며칠을 자고 일어나도 내 털은 흰색이었고, 덩치도 호랑이 앞발 하나만큼도 커지지 않았다. 나는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호랑이야? 아니 토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