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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티 Sep 29. 2024

이별

 ‘새알하고 귀여운 토끼는 밖으로 내돌리면 안 된다. 깨지기 십상이고 여우의 먹잇감만 된다.’라고 아빠 호랑이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아빠, 엄마, 큰오빠 호랑이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나를 과보호했다. 그들은 애정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나에게는 간섭이었고 구속이었다. 굴 밖에서 조금만 돌아다녀도, 토끼 친구를 사귀기만 해도 꼬치꼬치 캐물었다. 나는 풀밭에서 뛰어놀고 싶은데, 호랑이 가족은 내 습성을 이해해 주지 않았다. 나는 점점 호랑이 가족이 귀찮게 생각되었다.      

 

호랑이 굴에서는, 나는 한번도 행복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호랑이 가족에게 혼이 나면서도 살짝살짝 들판으로 나가서 토끼들과 어울려 노는 것만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굴에서 탈출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두가 사냥을 나가고 굴이 텅 비어있을 때조차 나는 도망칠 수 없었다. 세상 밖은 이 굴보다 더 무서울 것 같아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불안에 떨면서 언제까지나 호랑이와 함께 살 수도 없었다.      

 

용기를 내서 아빠 호랑이에게 말해 보았다.

“먀빠아(아빠), 저도 이제 굴을 나가서 제 짝을 찾고 싶어요.”

 된통 혼이 날 각오로 이야기했지만, 아빠 호랑이는 실망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할 뿐 화내지 않았다. 며칠 동안 나와 눈을 맞추려 하지 않던 아빠 호랑이는 어느 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세상 밖으로 나가 보거라. 상냥한 수컷 토끼를 만나 마음껏 사랑하고, 새끼도 많이 낳아 기르면서 행복하게 살거라.”

 

눈물을 글썽거리는 아빠 호랑이의 마음은 중요하지 않았다. 무섭고 지겨운 호랑이 굴을 벗어난다는 사실에 나는 그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먀빠아,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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