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이 없는 추억
카레를 참 좋아한다. 이유는 맛은 둘째 치고, 한 솥 넉넉하게 끓여두면 며칠은 밥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점. 자취생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메리트는 없겠지?
매번 ‘카레여왕’ 가루 카레를 사서 이것저것 넣고 끓여 먹다가 우연히 한 TV 프로그램에서 ‘토마토 야채 카레’를 끓여 먹는 걸 보았는데, 어쩜 이렇게 간단하게 뚝딱 끓이는지 솔직히 놀랐다. 저게 돼?
그 뒤로 나도 종종 끓이는 ‘토마토 야채 카레’. 토마토를 많이 넣고 끓이지만 막상 다 끓여놓고 보면... 꼭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넣어보다 찾은 비법(?)은 바로 ’토마토케첩‘. 이걸 마지막에 한 숟가락 넣어주면 카레의 풍미가 확 살아남과 동시에 ’아 이게 토마토 카레구나 ‘라고 느낌이 온다.
좋아하는 야채를 구입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나는 감자, 양파, 새송이버섯, 가지, 애호박을 넣었다. 감자와 토마토 두어 개를 먼저 마늘과 물을 넣고 끓이고 물이 줄면 다시 물을 넣어서 끓이는 걸 세 번 정도 반복했다. 그리고 물과 나머지 야채를 넣고 끓인 뒤, 고체 카레를 넣고 마지막에 케첩을 넣어주면 끝!
매콤함을 포기할 수 없는 나는 송송 썬 대파와 고춧가루를 뿌려 한 접시 끝냈다. 아! 동네에 사는 동료 작가도 불러다 같이 먹었는데 먹자마자 ‘와! 이거 파는 거 아니니?’라며 물개박수를 쳤다는 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