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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의 유래

by 오또또이


‘빠지’의 유래를 알고 있나요? 본래 화물을 운반하는 사각형의 넓은 배를 바지선(barge)이라고 하는데, 그걸 사람들이 강하게 발음 하다 보니 그게 우리가 여름에 자주 찾게 되는 ‘빠지’가 되었대요. 그곳에 가면 타의든 자의든 물에 ‘빠지’게 되니까 빠지가 아니었냐는 어떤 이의 우스갯소리도 조금은 일리가 있을 수도 있지요.


여름이면 항상 청평엘 갑니다. 그곳에선 그저 평온해요, 몸도 그리고 마음도. 명료해진 기분이 나를 설레게 합니다. 아, 당신은 물이 무섭다구요? 실은 그곳은 물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 또한 품어주는 곳이랍니다.


의자 하나를 가져갑시다. 강가 앞에 의자를 놓고 거기에 앉아 책을 읽다가 슬쩍 날씨랑 노닥거리는 건 어때요? 무뚝뚝한 사람마저도 해파리처럼 말랑해지는 걸 느낄 거예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으며 그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곳이니까요. 바로 앞엔 물이 있고 그 너머엔 산이 있으니 행복하지 않으려야 그럴 수 있을까요. 일상에서 잠시 멀어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겁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바야흐로 사람이겠지요. 우리는 사람으로 밥을 짓고 사람으로 숨을 쉬는 존재들이니까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득 데리고 떠나야죠. 허나 이미 유칼립투스 같은 사람들이 자리한 곳이니 홀로 떠나도 좋을 겁니다. 당신이 내 손에 이끌려 이곳에 머무른 적이 있다면 여전히 내게 소중한 사람이거나 한 때나마 내게 가치 있던 사람이었을 거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네요.


얼굴에 달이 뜨게 하는 일은 자연이 시키는 일입니다. 날씨가 좋아서, 바람이 달아서, 햇볕이 따스해서 우리의 얼굴엔 각자의 달이 떠오르지요. 어두운 옷으로 갈아입은 강은 고요하기 그지없는데, 그때 강가에 비친 달을 ‘윤슬’이라고 합니다. 그 아름다움을 알게 된 사람은 다시 그걸 보기 위해 일부러 발걸음을 할 정도랍니다.


규칙적인 일상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면, 물은 나같이 이기적인 사람도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몸에 힘을 빼도 괜찮다고 말해주며 스스로를 자조하도록 해주는 게 물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어요. 아마 물은 오늘도 어김없이 누군가에게 팔짱을 끼며 가르쳐주고 있을 겁니다. 아등바등 살아가지 아니하고 현재를 또렷하게 즐기라는 진리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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