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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S Mar 21. 2022

애기 나와서요

그 애기가 그 애기가 아니잖아

3월이다.

신입생의 계절이다.

우리 학교 보건실은 1층, 1학년도 1층이라서

1년 내내 1학년 아이들이 오며가며 들르는 참새방앗간이다.

해마다 눈에 띄게 보건실을 드나드는 아이들이 있다.

올해도 두 아이가 그렇다.


외모도 눈에 띈다.

뭔가 한껏 멋을 부렸지만,

어리다는 것이 한눈에 읽히고,

가짜눈썹을 붙이고 라인을 짙게 그린 눈화장,

나 좀 놀았어, 나 좀 센캐야 하는 느낌의 두 아이다.


이 두 아이는 마치 샴쌍동이처럼

절대 혼자 오는 법이 없고,

한명은 키가 크고, 한명은 키가 작지만,

비슷한 느낌의 비슷한 옷을 입고 온다.

언뜻 보면 복제된 것 같은 두 아이다.


보건실에 오면 늘 부산하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바쁘다.


새학교에 적응하느라 너희도 힘들겠지.

학업중단 청소년이 많아지면서

보건실도 학생들의 학교적응력을 높이려고

편안하게 대해주려고 노력한다.


일주일 전쯤 두 아이 중 작은 아이가

생리대를 가져갔는데,

오늘은 생리통이라며

수업을 빼고 보건실에서 쉬고 싶다고 한다.

응? 너 지난 주에 생리했잖아?

아. 그거요. 그건 제가 애기 나아서요.

이 아이들 말고도

다른 학생들이 뒤로 주욱 줄을 서있는데

애기 았다는 말을 거침없이 한다.

뒤에 줄 서 있던 다른 학생들도 움찔 하는 모습이다.

응? 애기 았다고?

네 애기요. 하면서 뒤에 있는 아이들을

가짜눈썹을 붙인 검고 풍성한 눈으로 확 쪼려본다.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며,

뒤의 아이들에게 다음 시간에 오라고 하고 돌려보낸 뒤

보건실 문을 걸어잠궜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애기? 애기 았다는 거야?

그래서 생리대가 필요했다는 거야?


두 아이가 깔깔거리며 웃는다.

아뇨아뇨.. 액이요. 액...

액이 나와서 생리대 가져갔다고요..

거기서 나오는 거 있잖아요.


야 이놈들아! 누가 그걸 액이라고 하니!

보통 냉이라고 하거나,

분비물이라고 해야지! 하니까,

아맞다! 하면서

둘이서 신난다고 깔깔 웃는다.


저 애기 안낳았어요. 저 애기 낳았을 걸로 보이세요?


아니아니. 그런 건 아니고,

선생님이 걱정되서 그랬지.


오늘의 보건실,

귀가 어둡고

코로나19 만능치트키로 일하느라 정신없는 보건교사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출산 후에도, 출산이 아니라 임신중절 후에도,

자연출산이 아니라 수술로 출산을 해도

여성은 오로라고 하는 분비물이 나온다.

행여나 나의 소중한 학생들이

어려운 경험을 하고,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했나 싶어

깜짝 놀랐다.

다행이다. 오늘도 이렇게 애들 덕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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