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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S Jul 15. 2022

보건실의 과잉진료

아하! 이래서 이랬구나

손가락이 아프다.

많이 아프다.

휴직 중이던 작년

일년에 4번뿐인 이용사 면허 시험을 앞두고

폭풍 연습을 한 것이 사달이다.

휴직이면 휴직답게 좀 쉴 것이지,

간호학부생일 때부터 따고 싶었던

이 자격증을 따겠다고

열심을 내다가 병을 얻었다.


왼손으로는 빗, 오른손으로는 가위를 쥐고 연습을 했는데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학원에는 나보다 더 열심인 분들이 많으셨고,

나처럼 버킷리스트가 아니라

염색방 등 생계를 걸고 노력하시는 분들이 있으셨다.

그런데 딱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

아침마다 손가락이 퉁퉁 부고 저려

어쩔 줄을 몰랐다.

시험은 다행히 통과해서

나는 간호사 면허, 한식조리사, 이용사 면허를 가진

보건교사가 되었다.


이후로 일년 넘게

파라핀 치료, 한방 침치료, 뜸치료,

신경차단 주사 등등 갖은 치료를 받아보았지만,

최근에는 더욱 심해져서

손가락이 돌아가며 아프거나 붓기 시작했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병원에 갔더니

내 증상이 딱 관절염이라고 한다.


특히 힘든 증상은

병뚜껑을 돌린다던가,

우산을 펴려고 할때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엄지손가락의 뼈가 자리를 살짝 벗어나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다.

너무나 아프지만,

다른 멀쩡한 손으로 꽉잡아당겨

제자리로 보내주기 전에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궁리끝에

평소 학생들이 손가락을 다쳤을 때 해주던

알미늄 부목을 내 손에다가 해보았다.


그랬더니 글쎄,

오며가며 만나는 동료 선생님들이

두눈을 휘둥그레 뜨며,

보건선생님 손가락이 왜 그렇게 되셨어요?

많이 아프신거에요?

일을 너무 많이 하신 거 아니에요? 등등

나의 손가락 고난기를 들어주고,

걱정해주고,

위로해주는 것이었다.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학생들이 붕대를 하지 않아도 될 곳에

붕대를 해달라고 하고,

피부색과 비슷하라고 살색 파스를 샀는데

지난 번 그 하얀 거가 더 좋다고 한다.

상처가 나아감에 따라

드레싱은 점차로 간소화하고 작게 하는데

전에 해준 거 또 해달라고 하고,

티나지 않는 다래끼인데 안대를 달라하던 것들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모두가 위로와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는 서로 위로해야 된다.

보건선생님도 여러분을 위로합니다.

그러나 과잉진료를 요구하진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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