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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S Apr 07. 2023

보건교사의 점심시간

나도 밥먹으러 가고 싶다

보건실이 상시 개방이다 보니

밥먹는 시간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가끔 계시다.

아니다. 나도 밥먹는다.

그런데 중환자실에서 근무할 때보다

밥먹기가 더 힘든 건 왜일까.


내 환자가 너무나 상태가 안좋으면

밥먹으러 갈 마음이 안생겼지만,

언니들은 무조건 손을 바꿔주고

식당으로 끌고 갔다.

안먹겠다고 환자옆에 있겠다고 하면

나보다 훨씬 고경력의 빠릿한 선배 간호사 언니가

니가 나보다 잘해? 하면서

무서운 눈으로

얼른 밥먹고 오라고 '이놈!'했다.

태움이었다.

태움이라는 것을 나도 겪어봤지만,

나는 그것이 불태우듯 괴롭히는 것인 줄 몰랐다.

다만 군대에서도 총쏘는 교관이 제일 무섭다고,

환자들의 생사를 다투는 병원현장이기에

조금 더 엄하고 정확하게 훈련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동안

단 한번도 끼니를 거르며 일한 적이 없다.


그런데 보건교사가 된 이후로는

점심을 거르는 일도, 늦게 먹는 일도,

기껏 먹다가 일어나는 일도 훨씬 많다.


선생님들은 보통 4교시에

학생들보다 먼저 식사를 할수 있다.

4교시에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급식실로 가셔서 식사를 하신다.

그것이 점심시간이니까!


나도 4교시에는 점심을 먹는다.

4교시 후에는 긴 점심시간이 있고

3학년 2학년 1학년 순으로 진행되기에

보건실은 1학년 2학년 3학년 순으로

버글거리기 마련이다.

얼른 밥을 먹고 고객님들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반복된 자해와 학교부적응으로

교실을 거부하는 아이가 있어

선생님들이 계속 데리고 다니고 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안정선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 선생님들이 아이를 돌보는 중이다.

(병원이면 자살시도는 입원권고인데,

의외로 그 사실을 모르는 분이 많으셔서 괴롭다.

정신병자 취급한다고 노발대발하기도 한다.

몸의 병은 자랑하라더니

정신의 병은 흉이 되는 건가...)


막 점심을 먹으러 가려는데,

담임선생님이 이 아이를 데려오셨다.

오늘은 그래도 체육수업에 참여했다며

이번 시간 보건실에서 데리고 있어달라고 하신다.

나는 흔쾌히 '그럼요!'하고

마음속의 헝그리를 내려놓는다.

오늘도 제때 점심먹기는 힘들겠다.


아이는 어제도 4교시에 나와 같이 있었다.


어차피 이리 된거,

지난 번 보건수업 때 아이들이 완성하지 못한

인체모형을 복구해놔야겠다.


원래는 이렇게 생긴 것이다.

(그레이)아나토미 편에서 이미 자랑한 적 있는 아이템

아이들이 시간이 모잘랐는지

다 조립한 사람들만 비타민과 바꿔가라고 했는데

시크릿쥬쥬 비타민  맛있다며

다들 좋아했는데

지금 보니 이렇다.


조립조립, 조립조립

내려놓은 헝그리가 자꾸 올라온다.

아이는 조잘거리며 컬러링 중이다.

아이도 4교시가 끝나면

급식을 먹으러 갈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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