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평점 4.9는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맛집을 가면 '이 맛집의 성공 비결'을 생각한다.
맛집이 아닌 곳을 가면 '이 맛집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한다.
이번 근로자의 날 연휴를 속초에서 보내게 됐다.
그리고 속초에서 대단한 맛집을 찾았다.
오마카세나 파인다이닝이 아닌 일반 양식 레스토랑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올리브오일과 버터의 풍미가 가득 벤 파스타를 한 입 먹으면서 '이 경험은 글로 남겨야 해'라고 생각했다.
혹시 이 순간의 생각이 휘발될까 봐 핸드폰을 꺼내 브런치에 미리 느낀 점들을 기록해 뒀다.
오픈시간 10분 전 가게 앞에 도착했다.
대기 명단이 없어 가게 앞에 흩어져있는 사람들을 보고 '어떤 웨이팅 시스템이지' 싶었는데,
곧 점원이 나와 먼저 온 순서대로 대기번호를 붙여줬다. 나는 8번을 받았다.
"10번 다음으로는 대기 명단을 작성하시면 돼요, 혹시 다른 손님이 줄 서계시면 대기 명단을 작성하고 편하게 앉아계시라고 꼭 일러주세요. (웃음)"
1. 음식이 맛있는 건 기본, 이 식당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고유한 음식을 만든다.
맛있는 파스타, 리조또는 많이 접해본 것 같다.
하지만 '그 식당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파스타, 리조또는 드물다.
이곳에는 동해, 남해 바다에서 나는 전복, 오징어, 해초, 어란으로 요리한 메뉴가 있다.
'동해바다 오징어 리조또'를 시켰다. 오징어 한 마리가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려있었고, 붉은색 해초와 감태 가루, 새우찹쌀 김부각이 얹어져 있었다. 보통의 리조또에서 볼 수 없는 조화와 색감이 눈을 즐겁게 만들었지만 '과연 맛이 있을까'하는 우려가 들었다. 비린 맛을 어려워하는 나에게 해초가 얹어진 리조또는 확실히 도전이었다.
"김부각에 리조또와 오징어, 해초를 얹어 한 번에 드시면 됩니다. 어란 파스타는 한 번 더 잘 섞어서 드셔 주세요."
점원이 일러준 대로 한 입 먹자마자 우려가 무색하게 너무 맛있었다. 확실히 비주얼도, 식감도, 맛도, 많은 고민과 끝에 탄생한 메뉴라는 게 태가 났다. 리조또를 한 입 먹고 다시 보니 그냥 제공되는 물에도 오설록 티를 우려냈다.
2. 사장님의 취향이 묻어나는 소품, 식기, 조명, 테이블, 화분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식기류부터 화분, 대기 명단 위의 안내문, 여러 소품들에서 가게와 손님을 아끼는 마음이 묻어난다.
그냥 비싼 돈 주고 맡긴, 호화스럽지만 인간미는 없는 인테리어와는 확실히 정 반대다.
식전빵에 나오는 올리브 오일 위에 뿌려진 스마일 모양의 발사믹 식초,
후식으로 나오는 작은 종지 그릇에 담긴 차가운 푸딩까지,
분명히 번거로웠을 텐데 그 사소한 것들까지 닿았을 정성이 보였다.
3. 접객 수준이 친절한 걸 넘어 친근하다.
가게에 있는 약 50분 동안 내가 들었던 점원의 말들이다.
"바 테이블 오른쪽 의자는 일부러 비워뒀으니 넓게 쓰셔도 괜찮아요."
"후식으로 푸딩 위에 에스프레소를 살짝 올려드릴 건데 오후에 커피를 섭취해도 괜찮으신가요?"
"보통은 오징어 리조또를 많이 찾으시는데 오늘은 전복 리조또가 많이 나갔어요. 어떤 분들은 이거 드시러 속초에 오시곤 해요."
"멀리서 속초까지 오셨는데 저희 가게를 찾아 주셔서 감사해요."
이런 말들 뿐만 아니라 손님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신다.
'다정함'은 노력이다. 나를 사랑해서, 내 주위 사람들도 아낄 줄 아는 강인함에서 나오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에게 건네는 말들에 예사롭지 않은 다정함이 묻어난다.
4. 이 모든 게 톱니바퀴가 0.01mm의 오차도 없이 맞물리듯 잘 어우러져 근사한 경험을 선사한다.
음식을 먹고 나올 때까지 이렇게 행복한 경험을 손님들에게 선사하는 힘이 뭘까 생각했다.
그에 비해 북킷에 부족한 게 뭘까 스스로 되물었다.
온라인으로 사람을 마주하면 오프라인에서 마주할 때의 따뜻함을 주기 힘들다. 특히 책을 읽고 생각을 공유하는 북클럽 모임의 무대로는 역시 오프라인이 최고다. 온오프라인 각각의 장단점이 너무 뚜렷해서 아직 고민으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
'5성급 호텔 출신 명장 셰프의 요리' 같은 타이틀이 제니에게 있다. 영어 실력만큼은 누가 뭐라고 하기 힘든 실력자다. 하지만 우리가 내놓는 요리가 정말 맛있을까? 북킷만이 낼 수 있는 색깔이 담긴 요리를 만들었을까? 요즘 이걸 굉장히 잘하는 출판사가 있다. 아직 많이 보고 배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