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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Feb 13. 2022

동료들에게 미움받는 사회복지사 3가지 유형

사실 숨만 쉬어도 미움받을 수 있다.

직장 내 인간관계에 있어서 참 해줄 얘기가 많다. 내가 과거 4번의 이직을 결심한 계기는 대부분 직장동료들 때문이었다. 미친 듯이 많은 업무량은 어째저째 버텨냈으나 인간관계만큼은 내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신기했던 것은 사무실 책상에 앉아 숨만 쉬어도 누군가는 날 미워할 이유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유 없이 누굴 미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난 저 사람이 단지 못생겨서 싫어'라고 말할 어린 나이는 지나지 않았는가. 내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분명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쳤기 때문에 미움받는 것이다.


사회복지사 레이스에선 특히나 에너지가 중요하다. 타직업군보다 멘탈이 강해야 이곳에서 오래 버틸 수 있다. 사회생활 처세에 대하여 조금 더 정교한 기술이 있다면 인간관계에 뺏기는 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은 어떤 복지사가 좀 더 미움받을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주위에 사랑받는 동료보다 미움받는 동료가 비율상으론 훨씬 많았기에 쓸 소재가 많을 것 같다. 




1. 물에 빠지면 입만 둥둥 뜰 사람


본인이 일단 나불대는 입을 가지고 있다면(성격이 그렇다면) 최소 사랑받는 동료가 될 가능성은 사라진다. 


언어는 자신을 쉽게 드러낼 수 있는 도구다. 타인이 좋아하는 내 모습은 나를 어느 정도 포장하고 꾸며낸 페르소나다. 타인이 나를 속속들이 알게 된 나머지 약점까지 안다면 분명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말 많은 사람들은 이런 자신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실수를 한다. 


전 직원이 모인 회의시간을 예로 들어보자. 자신이 좋은 복지사이길 바란다면 열과 성의를 다하여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것이다. 하지만 회의 참가자들은 미친듯한 업무량에 지친 인간들이어서 회의를 빨리 끝내고 싶기 때문에 회의에 열정적인 사람은 미움받을 가능성이 높다. 회의에 열정적인 것은 좋으나 그것도 동료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한다. 당신이 사회복지에 진지하든 안 하든 그들에겐 관심 밖이다.


남 얘기 좋아하는 복지사를 예를 들어보자. 그가 하는 얘기가 칭찬이든 험담이든 상관없다. 그 얘길 듣는 청자는 본인이 자리에 없을 때 언제든 자신의 이야기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 것이다. 남 얘기를 하는 그 당시의 상황은 재밌을지 몰라도 대화가 끝나면 맘속에 자그마한 불안이 생길 것이다.


정리되지 않은 장황한 말은 사람을 비전문적으로 보이게 한다. 때론 말을 많이 하는 것이 마치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무게 있는 말 몇 마디로 상황을 끝내버리는 복지사가 더 있어 보인다.


미움받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반드시 미움받는다는 것이 아니라 말이 많은 사람은 잘 들어주는 사람보다 미움받을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는 것이다. 말을 아끼는 것은 약점 많은 자신을 숨길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또한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이 더 재밌기 때문에 굿 리스너가 되는 것이 스피커를 하여금 배려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회의시간엔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단 차라리 남모르게 졸아버리는 게 사회생활에선 더 좋을 수 있겠다.




2. 동료/상사보다 열정적이고 일 잘하는 직원


열정적이고 일 잘하면 좋긴 좋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이 얼마나 많은가! 좋은 복지사 하나가 탄생하면 클라이언트를 위한 복지도 향상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 잘하는 직원은 '미움받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앞서 말했듯 인간은 매우 쪼잔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잘난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왠지 불안해진다. 특히 상사의 경우 부하직원보다 경력이 많기 때문에 일을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을 필히 입증해야 한다. 이는 계급의 차이가 없을수록 더하다. 과장은 일 잘하는 신입이 마냥 흐뭇하지만 바로 위인 선임 사회복지사의 경우 그 신입으로 인해 긴장을 해야 한다. 비교대상이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여기는 비영리기관이다. 내가 암만 잘해도 받는 월급은 똑같다. 일을 열심히 하면 일이 늘어난다는 것을 알기에 대부분은 적당한 선에서 업무처리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열정적인 신입이 혜성처럼 등장하여 없던 일도 만들어서 한다면 같이 협업하는 직원들은 마냥 웃을 수 있을까.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저 결재를 할 뿐인 과장급 상사들은 열정적인 신입을 좋아해 줄 진 몰라도 그 아래 직급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열심히/잘하는 직원은 미움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심지어 일을 잘하기 때문에 대놓고 욕할 수도 없다. 욕을 하고 싶은데 욕할 거리가 없으니 미움이 더 커진다. '쟤는 일을 지나치게 열심히 해서 싫어'라고 말하는 자신이 더 자괴감이 들지 않을까?


뭐든지 적당히 해야 한다. 아이디어와 열정이 들끓는다면 그것을 좀 삭힐 줄도 알아야 한다. 자신이 너무 잘났다고 생각하면 좀 못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인간적임이 미움받을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동료들로부터 미움받지 않는 일은 일을 잘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사회복지 업무는 협업을 기본으로 한다. 자신을 도와주는 동료가 없다면 무슨 사업을 하든 한계가 있다. 또한 미움을 받는 일로 스트레스가 커지면 그 열정마저 사그라들 것이다. 고로 동료로부터 미움받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한 역량이다.




3. 칼 같은 워라벨 추종자


꼰대가 욕먹는 세상이란 건 이제 누구나 다 안다. 이젠 상사들도 겉으론 꼰대가 아니란 것을 어필할 지경이다. 하지만 속은 아직 여전히 꼰대다.


"어이~ 6시 되면 다들 칼퇴근하세요~"


세상 좋은 상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치자. 그리고 6시 1초가 되자마자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색다르게 가방을 메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직원이 있다. 꼰대이기를 거부하기로 마음먹은 상사도 아직 속은 꼰대이기 때문에 이런 칼 같은 직원에겐 좋은 감정을 품기 힘들 것이다. 오히려 자기가 내뱉은 말 때문에 대놓고 욕은 못하니 미움의 감정은 더 커지지 않겠는가.


5~10분 늦게 간다고 안 뒤진다. 10분 정도가 지났는데 그 위 팀장이 아직 퇴근하지 않았다면 겉치레로라도 슬쩍 여쭤보자.


"팀장님 아직 일 안 끝나셨어요?"


이 한마디가 당신의 이미지를 잘 포장해 줄 것이다.


"응. 나 아직 일이 좀 남았네. 먼저 가게나"


이 정도 했으면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퇴근을 시도하자. 퇴근시간이 지났으므로 당당하게 사무실 밖으로 나가면 되지만 그래도 조금은 미안한 얼굴을 지은 채로 나가드리자. 그게 인간미다.


6시 정각과 6시 10분. 10분이란 짧은 시간을 투자하여 청년과 꼰대 그 중간에 애매하게 걸쳐져 있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모두에게서 사랑받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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