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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Mar 03. 2022

나는 그 이후 늦잠을 자본적이 없다.

잠 좀 자고 싶다.

"자기 때문에 나까지 부지런해지겠어... 잠 좀 더 자려고 노력해 봐!"


아내는 원래 잠꾸러기였다. 근데 내가 아침잠이 없어 부스럭거리니 아내도 자연스럽게 빨리 깨어나게 됐다. 아내 말에 의하면 주말엔 오후까지 자는 게 국룰(?)이라고 한다. 국룰? 많은 국민들이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까지 자는 것도 모자라서 해가 떨어질 때까지 자는구나... 근데 난 진심으로 이 국룰을 따르고 싶다. 잠이 보약이잖나. 달콤한 잠을 충분히 자면 하루를 깨끗한 정신 상태로 보낼 수 있다. 기분이 좋고 아이디어가 샘솟고 주변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뿜을 수 있다.


내가 잠을 잘 못 잔 게 언제부터였을까. 대학생 때까진 별문제 없이 잤던 것 같다. 그땐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그러니까 나의 존재는 가능성 덩어리 그 자체라고 생각했었다. 사회인이 되기까진 멀었다고 생각했으므로 걱정 따윈 없었다. 침대에 누우면 잠들기 직전까지 릴랙스 한 기분으로 당일에 있었던 좋은 기억들을 되새기고 다음날의 일정에 설렜다. 그래서 그런지 잠을 아주 푹~잤다.


잠을 못 자기 시작한 건 내가 어른이 된 이후다. 보통 12시에 잠들면 꼭 새벽 2~3시엔 한번 깼다. 그리고 다시 잠들기 위해 1시간 뒤척이다가 아침 7시에 일어났다. 못 이룬 잠을 주말에 보충하려 해도 잘되지 않는다. 습관처럼 아침 7시에 눈이 떠지는데, 아내는 다시 자라고 하지만 눈이 말똥말똥 해져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내가 늦잠을 못 자는 이유는 단순하다. 미래에 대한 걱정. 사회복지사 현장에서 일을 해보니 이 일은 내 성격과도, 내 비전과도 맞지 않는 직업이었다. 그래서 현재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으나 현재 내 나이는 32살. 무언갈 다시 시작하기에 조금은 늦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가지기 전에 서둘러 경제적 안정을 도모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이런 걱정 때문일까, 아침 7시에 눈이 떠지면 물밀듯이 밀려오는 잡생각 때문에 다시 잠을 청하기 어렵다.


나도 내가 좀 심한 강박증이 있다고 생각한다. 꿀잠 자는 게 효율성으로 치면 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몸과 정신은 깊은 잠을 거절한다. 최근엔 백수가 되어서 더 심한 강박을 느낀다. 최소한 직장인보단 더 높은 생산성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내는 걱정을 많이 한다. 내가 주말 아침 7시에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하면 아내가 제발 10시까지만이라도 침대에 누워있으라고 한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누워있는데 다행히 다시 잠에 들 때도 있다. 아내는 나와 느긋한 아침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근데 나도 그러고 싶다. 그게 잘 안된다.


잠을 잘 못 잔 지 4년 정도 돼간다. 처음엔 어떡해서든 잠을 자려고 노력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내 생체 패턴을 활용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부지런한 생활을 하고 싶어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난 별 수고할 것도 없이 아침형 인간이 돼버렸다. 그래서 내 하루는 길~다. 이 시간들을 내 미래를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오늘도 5시간밖에 못 자서 그런지 머리가 묵직하다. 나중에 낮잠이라도 1시간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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