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진짜 결혼 어떻게 하는 거지. 할 수는 있는 건가'
건실한 청년이었던 시절(?), 그러니까 아내와 만나기 전인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은 나에게 전혀 와닿지 않는 단어였다. 그때 난 그저 거지 같은 사회복지 현장을 전전하면서 한 달에 20만 원씩 월세를 내고 자취방에 살았던 사회 초년생이었다. 하지만 버스킹 현장에서 우연히 아내를 만나 결혼하여 내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을 부추기는 사람이다. 왜냐면 결혼은 좋은 거니까. 냉정하디 냉정한 사회에서 살아가도 내가 결코 얼어 뒤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 아내 덕분일 것이다. 아내의 품은 따뜻하고 편안하다. 퇴근하고 자취방으로 가서 편의점 도시락 먹으면서 궁상떨던 지난날을 떠올리면 아내가 맞아주는 저녁이 있는 지금의 생활은 참으로 행복하다.
마음이 맞는 사람만 있다면 결혼 진행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결혼에 입문하기 전까지가 힘든 거겠지. 좋은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결혼을 망설였을 것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났고 결혼에 골인했다. 아내가 내 사람이 아닐 때 난 아내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봤었다. 그 사진엔 2년간 세계여행을 했던 꿈 많은 아내의 모습이 있었다. 그게 힌트가 되어 아내를 꼬시게 됐다.
우린 부자가 되는 것보다 좀 더 고급스러운 목표가 있다고 자부한다. 아내는 마당이 있는 촌집에 살면서 텃밭을 꾸리고 농장 학교를 운영하고자 하는 꿈이 있다. 나도 가족에게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직장을 얻는 게 꿈이다. 이 모든 것이 경제적인 발판이 있어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이 크다. 촌집 하나 살 수 있는 돈을 벌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우린 서로 운이 꽤나 좋다고 여기고 있다. 좋은 장인, 장모님, 시부모님들 만나서 서로의 가족들에게 상처받을 일이 없다. 오히려 귀촌을 흔쾌히 허락해 주시고 우릴 응원해 주셨다. 또, 귀촌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우리 둘 다 컨펌할 수 있었다는 것도 운이다. 둘뿐이라 한 명이 반려했더라도 일을 수월하게 진행하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나와 아내는 손해 보는 삶을 지향한 다는 것이다. 타인을 위하는 마음을 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요즘 같은 세상에 참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3주년이라 오래간만에 같이 영화도 보고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밥도 먹었다.
결혼은 축복이다. 이렇게 특별한 날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