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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Mar 09. 2022

금반지를 낀 채 사회복지사를 하면 안 되는 걸까

왜 우린 가난해야 하는 거지?

"여보.. 오늘 정말 난감한 상황이 있었어요."


"응? 무슨 일?"


"아니... 오늘 회사 동료들이랑 얘기하는데 사회복지사 이야기가 나온 거예요."


"사회복지사??"


"응. 사회복지사 처우에 관해서 얘기가 나왔는데.. 남편이 사회복지사인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진짜 힘들겠느니, 불쌍하느니 이런 얘길 하는 거예요."


"엥? 아니 내가 사회복지사인 거 다들 몰라??"


"저번에 한번 얘기한 적 있어서 다들 알긴 알죠. 근데 대화하다 보니까 다들 깜빡한 것 같아요. 내가 옆에서 얼마나 민망했는지 몰라. 그 상황에서 내 남편이 사회복지사라고 얘기할 수도 없는 거고.. 기분도 좀 이상하더라고요."


"흠.. 자기 난처했겠네.. 뭐, 나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말이야. 사실 사회복지사 처우가 너무 낮은 건 맞지. 인식도 그렇게 돼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 그보다 자기가 민망했겠네.. 어휴"


아내가 회사 동료들과 이야기하다가 사회복지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모양이다. 아내가 느낀 난처함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져온다. 이런 상황에서 난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사실 나도 저 사람들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이다. 그래서 반박할 수 없음에도 씁쓸하단 생각이 든다.


사회복지사에 대한 인식은 대게 이런 식이다. 물론 좋은 일을 하는 직업이긴 하지만 처우가 낮아서 힘들 것 같다는. 특히 남자가 복지사를 할 경우 결국 출산 때문에 외벌이를 해야 할 상황이 올 텐데 어떡하겠냐는 식. 이런 얘길 들을 때마다 공감은 하면서도 사회복지사가 불쌍하다는 인식이 좀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은 나 자신이 진정한 사회복지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얘길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난 3년 동안 복지사 일을 하면서 현실을 보다 빨리 깨우쳤고 여기서 탈출하기 위한 계획을 이미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다만 진심으로 좋은 복지사가 되고자 했던 지난날들이 무색해짐에 씁쓸함을 느낄 뿐이다.


충분한 수입 없인 아무리 좋은 직업이라고 하더라도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타인을 위한 거룩한 일이라고 해도 인간은 본인이 행복하지 않으면 절대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리기 시작하면 물밀듯이 밀려오는 사회복지의 현실에 처음 가졌던 열정은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아주 희박한 케이스로, 경제적 수입을 뛰어넘어 오로지 타인을 돕겠다는 철학을 가지고 복지사일을 하는 분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난 이런 분들을 매우 존경한다.


하지만 복지사 밖에도 타인에게 기여할 수 있는 수만 가지의 방법이 존재한다. 나는 좀 멀리 보기로 했다. 내가 충분히 행복해지고 나면 그보다 위 단계인 멋진 사람이 되기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다면 좀 더 진실한 마음으로 타인을 위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아내와 나중에 태어날 내 아이, 그리고 가족들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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