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선생님은 유치원과 다르다
제3장 초등학교 교육에 대한 단상
유치원과 초등학교 선생님은 확실히 다르다. 물론 선생님별로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이나 엄마 입장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체감적으로 `다르구나`라고 느끼는 것은 선생님의 차이다. 특히 7살 때까지 국공립 유치원이 아니라 사립유치원이나 영어유치원 등을 다녔다가 초등학교로 보낸 경우는 더 하다. 일단 초등학교에선 유치원식 친절을 기대하기 어렵다. 초등학교에서 부모는 민원인에 가깝다.
아이가 아플 경우다. 유치원 선생님은 그게 진심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하이톤으로 아주 친절하게 “어머님, OO이 아프군요. 얼른 나았으면 좋겠네요.” 등의 멘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초등학교 선생님은 다르다. 아이가 독감에 걸려 며칠 학교를 나갈 수 없었다. 나는 선생님께 아이가 독감에 걸려서 며칠 학교를 못 나가게 될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은 어떤 답장도 하지 않았다. 문자가 가긴 간 건가 싶었지만 아이가 결석했는데도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문자는 바르게 도착한 것 같았다. 지인은 아이가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토를 했다며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다고 한다. 해당 선생님은 “아이가 밥을 먹고 토를 했어요. 그래서 제가 치웠어요”라고 말했단다. `제가 치웠어요`를 두 번이나 얘기해 지인은 “선생님, 죄송해요”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대화의 주제가 아이가 아픈 것에서 순식간에 아이가 아픈 것으로 인해 얼마나 치다꺼리를 했는 지로 옮겨갔다.
학부모 상담에서도 차이가 난다. 나는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도 학부모 상담이 있다면 전화 상담을 하거나 바쁘지 않다면 반차를 내고 갔다. 특히 유치원에 처음 간 경우라면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해 직접 찾아가는 게 보통의 상황이다. 초등학교에서도 입학 후 한 두 달 지나 학부모 상담을 하게 됐다.
학부모 상담을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는 냉담했다. “아이가 잘 하고 있고 바쁘실텐데 굳이 이렇게 오셨네요”라는 반응이었다. 난 속으로 ‘뭐지? 학부모 상담은 의무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식적으로 참석할 것이냐 불참할 것이냐를 묻지만 사실상 100% 참석, 안 되면 전화 상담이라고 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유치원 때에는 학부모 상담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아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부모로 비칠까봐 걱정했다. 유치원 선생님한테 `나는 아이를 신경쓰고 있는 부모니 우리 아이를 잘 돌봐달라`는 뜻이기도 했다. 어떤 학부모는 아예 초등학교 입학 후 실시하는 첫 학부모 상담을 가지 않았다. 전화 상담도 하지 않았다. 학기 초라 선생님이 아이를 파악한 지 얼마 안 돼 부정확한 정보를 얘기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왜 오셨냐는 듯 한 반응을 이전에도 겪어봤기 때문이었다. 학부모 상담은 선생님 입장에선 추가 노동인 듯 했다. 아이한테 신경을 많이 쓰는 부모는 부담스러운 부모일 뿐이다.
어느 것이 더 올바르고 아이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유치원식 친절에 익숙해진 나로선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대략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막상 닥치니 `혹시 아이가 선생님한테 미움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이 걱정이 됐다.
선생님의 근무 환경 등을 고려하면 선생님과 부모가 각각 아이를 학교에서, 가정에서 공동으로 키우는 주체들로서의 교감 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일 뿐 현실에선 만나기 어렵다. 부모는 선생님한테 민원인일지 몰라도 아이와 선생님의 관계는 다르다. 아이에게 좋은 선생님인지 여부는 아이가 가장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