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결핍을 허하라

결함이 있는 글도 좋다

by 정희정

누구든 완벽하고 싶다. 일하는 동안은 실수 없이 일을 끝내고 싶고, 엄마로서 아내로서 완벽하기를 꿈꾼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블로그에 나 혼자만의 글을 적어둘 때가 있었고, 독서노트에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감성과 느낌을 몇 줄을 남긴 적이 있었다. 어렸을 적에는 아버지가 가끔 검사하는(?) 내 일기장에 일기를 매일같이 적은 날도 있었다. 그 날의 일기들을, 그 때의 감성을 고스란히 공책에 책에 블로그에 적어내려갔다.


일기나 혼자 보는 블로그를 적을 때는 부담이 없었다. 비공개로 해두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나의 글을 쓰면서 누군가 바라봐주길 원하고, 운이 좋다면 나의 글에 공감해주기를 바랐다. 그래서였을까? 문득 글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어쩌면 잘 써야지 하는 마음은 누구나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왕에 쓸거면 잘 써야지, 혹시 알아? 이 원고를 묶어서 출판사와 계약을 할수도 있을텐데. 허황된 욕심을 부리기도 했다.


손에 드는 작은 잡지인 <좋은 생각>에서 한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 아이를 넷이나 키우며 글도 쓰면서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가지던 그때, 남편이 말한다. 자신에게 결함이 있는 책을 내어도 좋지 않냐고. 나에게 결함을 허락하라고.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고, 용을 쓰고 잘하려고 해도 내 마음같지 않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 내가 녹여나가듯 그렇게 글쓰기도 물흐릇 자연스럽게 매끄러워졌으면 좋겠다.

결함이 있는 책. 그래 그것도 괜찮겠다. 처음에 서툴고 쑥스럽고 보여주기 부끄러운 그런 글도 모두 나의 일부니까. 존재가 완성되어야 내가 아니듯, 지금의 부족한 결함이 있는 나도 진정한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조금만 나에게 결핍을 허용해주자. 엄격하려고 하는, 완벽하려고 하는 나의 강박관념을 조금씩 내려놓아보자. 나에게 쉴 틈을 주고 공백을 주고 여유를 주어보자. 그러면 그 곳에 생기가 돌고 웃음이 감돌고 어쩌면 행운이 찾아올지도 모르니까. 매일의 넘쳐나는 잡일들과 해야 할 일들로, 그리고 문자메시지, 카페 글들에 치여 나를 잃어버렸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단 10분을 나에게 허락해보자. 그저 나를 생각하는 시간, 고요한 시간, 정적이 흐르는 시간, 나로 시작해서 나로 돌아오는 시간 그 시간이야 말로 하루 24시간 중 가장 소중하고 가치있는 시간으로 나를 비워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결함이 있는 책을 내어도 좋다고 미리 선언해보자. 결함이 있는 글을 써도 좋다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결함이 있는 글을 써도 좋다고


이렇게 시작하려고 한다. 내가 부족한 부분은 다른 책들을 보고 배우고 채워넣으면 되니까. 쓰면서 좋아지면 되니까. 글은 나의 전부가 아니고 일부분일 뿐이니까 그렇게 매일 조금씩 연습하면서 좋아지는 준비를 하려고 한다. 정말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운명 앞에 이미 벌어진 일들에 가슴아파했고 한없이 무너져 내렸다. 내가 ooo 했었어야 했는데..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는 건 정말 어찌할 수 없었다. 그건 공백이 아니라 여백이라는 말처럼, 이제는 내가 ‘지금’할 수 있는 자그마한 일들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