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대신 해주었으면
형광등 갈기는 언제나 어렵다
쨍그랑.. 이런. 형광등 끝부분이 맞은편과 닿으면서 깨졌다. 나 혼자 해보려고 했는데. 주말 저녁이었다. 남편에게 아쉬운 소리 해가며 부탁하면 툴툴 거릴 거라는 걸 안다. 그래서 깜빡 깜빡이는 욕실 형광등도, 한쪽이 이미 수명이 다해 꺼져버린 드레스룸 화장대 위 형광등도 내가 갈아보려 한 것이었다. 집 구조가 형광등 갈기에 매우매우 안 좋다. 굉장히 불편한 구조다.
2014년도에 입주한 지금의 집은 LED가 아니다. 곳곳에 각기 다른 사이즈와 다른 종류들로 형광등이 배치되어 있다. 규격에 맞게 일정하게 달아주면 어떨까. 입주한 지 5년 내에도 여기 저기 형광등을 갈았다. 내가 갈아본 적은 극히 드물었다. 남편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래도 부탁하면 묵묵히 들어주는 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곳곳 전등이 나가고, 거실에 안정기도 수명을 다했다. 작은방 딸아이방은 이미 갈아끼운 형광등이 색깔이 달랐다. 오른쪽, 왼쪽. 이 참에 한꺼번에 싹 갈아주고 싶었다. 드레스룸의 형광등과 색깔이 같은 지 비교해보고 싶었다.
아쉬운 소리 할 바엔 내가 한번 갈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거다. 드레스룸 위 형광등은 손으로 스윽 밀어올리니 가림막이 쉽게 들어올려졌다. 살살 빼서 가림막을 꺼내고 옆에다 두었다. 꺼진지 수개월이나 되었을 왼쪽 형광등을 힘으로 확 잡아빼다가 바로 오른쪽에 부딪힌 것이다. 끝부분이 아주 조그맣게 세 조각이 나면서 통통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조각들을 딸아이 만질세라 서둘러 주워 수습을 하고, 아이방으로 건너갔다. 끝부분이 깨진 형광등을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었는데. 아이방은 왼쪽 오른쪽 형광등색이 달랐다. 하얀색과 약간 주황색.
아이도 말했다. 색이 달라 불편하다고. 같은 색으로 맞추어달라고 나에게 말한 터였다. 며칠 전에도 한번 시도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가림막 제거부터가 쉽지 않았다. 이전에 내가 갈아끼웠을 때 유리로 된 재질이라 혹여라도 떨어질까봐 꽉꽉 조여놓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나사를 풀어서 가림막을 제거해보려 했는데 생각처럼 되질 않았다. 그래서 이번 주말, 남편에게 부탁했다. 아이방에 가림막을 제거해달라고. 형광등 색이 달라서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남편도 나사를 돌려보더니 너무 꽉 조여놓아서인지(이전에 내가 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풀리지 않았다. 몇 번 시도해보더니 공구함에서 펜치 같은 것을 꺼내어왔다. 역시 도구를 사용하니 조금씩 조금씩 풀렸다. 네 방향으로 조여진 나사를 하나하나 다 풀어서 가림막을 제거했다. 뭐 이렇게 만들어놔서 사람 고생을 시키나 싶다. 유리로 된 가림막은 형광등 갈기에도 최악의 조건이다. 거실등은 더하다.
남편은 아이 책상 위 올려져있던 깨진 형광등을 보았다. 이미 나사를 풀면서 기분이 상했던 (?) 탓인지 형광등이 깨졌다며 이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 아냐고 나에게 화를 냈다. 나는 혼자 해보려 한 것인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잘 해보려고 하다가 그럴수도 있지! 한 소리하려다가 참았다. 형광등 구조물이 깨지면서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하면서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형광등 갈다가 또 부부싸움까지 갈 뻔했다.
형광등 가는 건 여전히 어렵다. 사각 가림막, 동그란 가림막, 방 마다, 위치마다 모두 다른 구조의 형광등. 이 참에 LED 등으로 모두 바꿔볼까 생각한다. 정말 전체를 싹 바꾸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집 안 곳곳을 수리 정비하는 건 나에게 역시 어렵다. 대형 화이트 보드를 달기위해 못질을 할 때도 난 어려웠고 이런 일을 대신 해주는 업체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어 좌절했었다. 이번과 같은 경우도 그렇다. 각 집마다, 아파트 마다 사용하는 형광등 종류와 형태, 모델을 파악하고 형광등이 나가면 전문가가 와서 손쉽게 달아주고 바꿔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형광등이 또 나가면 어쩌지.
오늘은 관리사무소에서 거실등의 안정기를 교체해주러 왔다. 유리로 된 무거운(혼자서는 정말 하기가 힘들다. 사무실 직원이 와도 내가 유리가림막을 고정하고 들어주어야 하는 정도다) 가림막을 제거하고 안정기를 전동드릴를 사용해서 하나하나 제거하고 또 새로운 안정기를 사서 끼워넣어야 하는 작업이 복잡하다. 45W 55W 각 규격도 다르고 아파트 마다 다를 수 있어서 적어놓지 않으면 또 까먹는다. 전기공학은 난해하고 전기관련 일은 참 어렵다. 형광등이 나가거나 안정기를 교체해야 될 때는 전문업체가 각종 규격을 확인하고 위치만 말해주면 형광등을 가지고 와서 갈아주고 교체해 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이 형광등을 샀는데 크기가 짧을 때가 있어서 다시 산 경우도 있다. 또 다른 형광등을 샀는데 색이 달라서 다시 갈아끼워야 할 때가 있다. 이 형광등? 저 형광등? 종류가 많은 형광등을 고민하기도 귀찮다. 딱 보면 딱 아는, 그런 전문가가 나에게는 절실하다.
형광등 갈기는 어렵고 천장에 달린 것은 더욱 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전기,물리와 굉장히 친하지 않은 나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형광등을 갈아야 하는 작업은 꼭 필요하다. 누군가가 대신 해주었으면 좋겠다. 한쪽이 나가서 어두워진 욕실은 마음까지 우울하게 만든다. 밝은 빛 아래에서 조명발을 받으며 내 얼굴을 내 뒷모습을 비추고 싶다. 귀찮은 작업이지만 언젠가는 전문가의 도움으로 형광등 갈기가 편해지고 쉬워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