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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붕붕 꿀약방 떡갈나무 수영장으로 오세요

by 정희정

오늘은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소꿉놀이가 생각나는 그림책을 준비했다. 그림책 제목부터가 귀엽다.


<붕붕 꿀약방> 떡갈나무 수영장으로 오세요

글그림 심보영

그림책 표지는 여름을 나타내는 탐스런 과일과 꽃들이 장식하고 신선한 여름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부지런한 꿀벌, 꿀비는 이 책의 주인공이다. 여름이면 빨리 상하는 열매를 꽁꽁 얼음동굴에 보관해둔다. 우리로 치면 냉장고인 셈이다. 얼음동굴 속에 넣어둔 알록달록한 열매들을 꺼내는데, 등딱지 친구들을 위해서다. 여름장마가 오게되면 등딱지 친구들의 등딱지에 빗물이 스며들어 감기에 걸릴수도 있기 때문에, 장마가 오기전에 친구들의 등을 깨끗이 씻고 열매물감으로 색칠하고 꿀로 윤이나게 반짝반짝 바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내가 어릴 적 할머니집 바로 앞에는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작은 꼬마였던 나에게 운동장은 한없이 커다란 장소였고, 보물섬과 같은 곳이었다. 동생들과 모래를 파헤치고 나뭇잎을 따다가 돌멩이로 콩콩콩 찧어대며 소꿉놀이를 주로 했었다. 동생들과 뛰어다니고 넒고 넒은 그곳을 마음속에 가득 담았다. 시리아 같은 꽃을 만나기도 하고 여러가지 열매를 따다가 소꿉놀이를 하기도 했다.

내가 소꿉놀이하던 그때에도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등딱지 친구들과 곤충친구들이 열매를 우리와 함께 공유하고 있진 않았을까? 산딸기도 매실도 살구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얼음동굴에서 꺼낸 오동통한 살구와 내가 어릴적 자주 접했던 산딸기, 앵두, 매실이 나뭇잎 쟁반위에 소담히 올려져 있다. 열매를 갈아서 즙을 내어 물감을 만들고 강낭콩 꼬투리에 물감을 담는다. 잘 말린 목화솜으로 붓을 만들어 열매물감을 톡톡 찍을 바를 준비가 다 되었다.


등딱지 친구들이 줄지어 서있다. 그림을 보고 어? 이런 곤충이 있었나? 할 정도로 처음알게된 등딱지 친구들도 있었다. 맨 뒷장에는 친절하게도 여기에 나오는 등딱지친구들에 대한 설명이 쓰여져 있다.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무당벌레, 굴피염소하늘소, 소똥구리, 살짝수염홍반디, 반딧불이, 알통다리꽃하늘소, 장수풍뎅이, 홍단딱정벌레, 사슴벌레, 거품벌레, 물방개, 풍뎅이, 오리나무잎벌레 친구들이다.

곤충과 친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곤충을 가까이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 그림책을 통해 생김새와 모습, 특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실제로 보면 이 곤충이 이 곤충 맞아?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한 등딱지 친구들을 궁금해하며 찾아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거품벌레도 처음 접했는데, 실제로 검색을 해보니 거품을 보글보글 내는 곤충이었다. (나는 왜 처음봤지?) 등딱지 친구들이 열매물감으로 칠하기전 깨끗하게 씻어야 하는데 이때 거품벌레가 등장한다. 보글보글 폼폼이 거품을 내어주면 친구들은 이곳에서 깨끗하게 몸을 씻는다.


깨끗해진 등딱지에 알록달록 예쁜색깔의 물감을 찍어바르고 윤기가 나도록 꿀을 이용해 한번더 덧칠해주면 끝!

진딧물을 좋아하는(실제로 진딧물을 잡아먹는) 무당벌레는 꼬질꼬질한 모습이다. 머리도 덥수룩, 몸도 꼬장꼬장하다. 이리뒹굴 저리뒹굴 먼지를 뒤집어쓴 무당벌레는 '씻는걸 싫어하는'친구였다. 목욕을 한사코 거부한다.

등딱지 친구들이 모두 목욕을 하고 색칠을 하는 동안 무당벌레는 목욕이 싫다며 목욕탕 앞에서 실랑이를 벌인다. 제일 좋아하는 진딧물 과자도 마다할 정도다. 결국 무당벌레만 목욕을 못했다.


"목욕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여름비는 내리기 시작하고 꽃비할머니(꿀비의 할머니)는 무당벌레의 등딱지로 빗물이 스며들어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는데, 마침 좋은생각이 떠오른 꿀비!


꿀비의 아이디어로 떡갈나비 수영장이 개장을 한다. 빗물을 모아서 아담한 수영장을 만들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미끄럼틀도 설치한다. 한여름날 깔깔호호 신나는 수영장을 연상시키듯 떡갈나무 수영장에는 무지개 미끄럼틀도 있고 퐁당퐁당 몸을 담글 수 있는 수영장이 있고 새콤달콤 살구주스와 산딸기 아이스크림도 있다.

수영장에서 한껏 친구들이 즐거운 수영놀이를 즐기고 있을 때 우리 꼬질이 무당벌레도 수영장에 찾아온다. 무지개 미끄럼틀을 타보라며 꽃잎 튜브를 무당벌레의 몸에 끼워주는 꿀비. 노랑노랑한 꽃잎 튜브를 끼고 무지개 미끄럼틀을 매끄럽게 타며 내려오는 무당벌레의 모습은 신남 그자체이다. 무당벌레가 수영장 물에 퐁당 빠지자 구정물이 되어 친구들은 좀 힘들었지만, 이내 거품목욕도 하며 신나게 놀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보글보글 폼폼 거품목욕은 무당벌레에게도 즐거운 놀이가 되었다. 수영장에서 신나게 몸을 풀고 달큰새콤한 간식도 먹은 무당벌레의 등딱지에 열매물감을 곱게 칠해주니 반짝 반짝 빛이난다.


씻기 싫어하는 친구들을 위해 이 책을 보여주면 어떨까? 난 목욕이 싫어. 정말 싫어! 외치는 아이들에게 거품이 퐁퐁퐁 나오는 거품목욕을 선사해주면 어떨까? 엄마의 수고로움이 가미되지만, 알록달록 목욕물감으로 아이들과 신나는 목욕놀이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거품으로 물감으로 신나게 노는 동안, 내 몸은 깨끗해지고 엄마와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을것이다. (아빠와 함께하면 200점!)


이 책을 쓴 심보영 작가는 비 오는날을 싫어했는데, 예쁜우산과 찰방찰방 물웅덩이를 지날수 있는 장화가 생긴 이후로 비 오는 날을 기다리게 되었다고 한다. 비오는날 빨간 우산과 거리를 걷고, 노란색 장화를 신고 찰방찰방 물웅덩이를 지나며 비오는 날을 마음에 담는다. 아이들은 후후 불어대는 비누방울을 좋아하고 방울을 따라잡으며 깔깔 웃는다. 씽~쌩~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미끄럼틀을 좋아하고 조물조물 만지는 모래놀이도 좋아한다.


빗놀이에 신발이 젖고 양말이 젖어도 좋고 모래바람이 내 머리를 간질여도 좋다. 따듯한 물에 엄마와 언니와 함께하는 비누거품목욕도 참 좋다. 손으로 쓱 쓱 문지르니 퐁퐁 거품이 일어난다. 내 몸에도 부드러운 거품을 문질문질 문지른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는 육아용품들이 선보이는 이때, 머리를 감기 싫어하는 둘째아이를 위한 머리감기의 마법아이템은 어디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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