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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숲속 빵집

빵도둑

by 정희정

귀여운 빵 이야기, 빵 책을 준비했다. 빵빵빵 여기도 빵, 저기도 빵.

표지만 바라보아도 으잉? 너무나 귀여운 빵 도둑이다. 빵 도둑이 빵을 들고 도망치고 있다. 첫 등장부터 빵을 들고 도망치는 빵 도둑의 모습이 나온다. 그림책은 보는 재미가 있고 색감과 풍경에 빠져들 때가 있다. 이 그림책 역시 그렇다. 불긋, 노릇, 초록초록한 정감있는 색감들과 지붕 들. 동네 산책을 나가면 아기자기하고 소담소담한 예쁜 집들을 바라보고 구경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은 거리의 풍경이다.

빵 도둑 집에 들어온다. 11살이 된 첫째 아이와 그림책을 보는 재미도 있다. 흥미를 자아내는 그림책을 눈으로 훑어보고 그림책 속으로 빠져든다. 빵 도둑 집안 곳곳을 살펴본다. 빵 커튼, 빵 토스터기, 빵 쇼파, 빵 의자, 빵 게시판, 그리고 빵 가면 . 아이는 귀엽고 앙증맞은 아기자기한 빵 도둑의 집을 구경하고 자신만의 집을 상상한다. 나도 이렇게, 저렇게 꾸미고 아기자기하게 나만의 공간을 꾸미고 싶겠지? 단촐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빵 도둑네 집에는 빵 가면이 있다. 사실 처음에 나는 무심코 보고 지나쳤는데, 용케도 함께 그림책을 본 딸아이가 가면을 기억해낸다. "엄마, 아까전에 가면이 있었잖아. 빵 도둑이 가면을 쓰고 다닌거야" 라고 말한다.


까맣게 뻐금뻐금 구멍이 난 가면을 이제서야 알아본다. 빵 도둑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위장, 변장을 한 것이다. 빵 모양의 여러가면을 쓰고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빵을 훔치러 다닌다. 회색빛깔의 색깔과 뾰족한 코 끝과 수염을 보고 상상이 되는 범인, 동물이 있다.


"음~ 역시 맛있어. 아~ 멈출수가 없어. 멈출 수가 없고말고!"


빵 도둑은 훔쳐온 빵을 야무지게 맛있게 커피와 함께 먹는다. 빵 도둑에게도 규칙이 있는데, 게시판에 걸린 그 규칙은 이렇다. 폭신 폭신 갓 구워 낸 빵을 노린다. 하나만 먹는다. 먹을 때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어느 날 빵 도둑은 숲속에서 처음 보는 빵집을 발견하는데, 그 이름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숲속 빵집'이다. 맛있는 빵을 정~말 좋아하는 빵도둑은 히죽히죽 웃으며 빵을 훔치러 빵집을 향한다. 가게 안에는 갓 구워낸 모락모락 빵들로 가득하다. 살며시 가게 안으로 들어간 빵도둑은 이름만큼 다양한 빵들을 살피고 자신의 모습을 감춘다. 빵 책인 만큼 아기자기하고 귀엽게 구워낸 빵을 보는 재미도 한 몫하는 것 같다. 식빵, 크림빵, 크루아상, 바게트, 멜론빵, 카레빵, 도넛, 소시지빵, 피자빵, 토끼빵 등등. 내가 좋아하는 크림빵도 있고 남편이 좋아하는 소시지빵도 있다. 흔하지만 사다놓으면 냉동실로 직행하는 식빵도 있고, 바사삭 보드랍게 부서지는 크루아상도 있다. 다양한 빵들 사이에 빵도둑은 숨어든다. 빵아저씨가 빵을 진열하는 틈을 타서 재빠르게 이리 숨고 빵 옆에서 꼼짝않고 가만히 정지자세를 취한다. 눈여겨 보아둔 바게트빵을 얼른 들고 한달음에 도망친다. 사사사삭~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빵집 아저씨는 전혀 눈치채지를 못한다.

집으로 돌아온 빵도둑은 훔쳐온 사랑스러운 바게트빵을 들고 세레나데를 부른다. "아~아.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내 사랑 빵. 윤기가 자르르, 말랑말랑 따뜻한 빵" 그리고 그 때 빵도둑은 잘 먹겠습니다! 크게 외치며 한 입 앙 베어먹는다.


맛.

없.

어.....


표정자체에서 느껴지는 실망감, 맛없음, 상실감, 시무룩,,,, 빵도둑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빵집으로 달려간다. 빵도둑이 훔쳐온 빵이 맛이 없다고 다짜고짜 빵집아저씨에게 따진다. 빵도둑의 실체를 확인한 빵집 아저씨는 맛없는 빵을 훔친 빵도둑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무튼, 도둑질은 옳지 않아. 나도 맛없는 빵을 만들어서 미안하지만 너도 정중히 사과해."


빵 도둑은 솔직하게 사과하고 빵 아저씨는 이런 제안을 건넨다.


"그래, 그리고 그렇게 맛있는 빵을 먹고 싶으면 네가 빵을 만들어 보는 건 어때?"


맛있는 것도 먹어보아야 맛있는 걸 알고, 책도 읽어보아야 재미있는 책을 안다. 빵도둑은 세상에 있는 모든 맛있는 빵을 먹어보았기에 맛있는 빵을 만들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다. 온 세상의 빵이란 빵은 다 먹어본 빵 도둑은 여러날을 생각하고 궁리한 끝에 맛있는 빵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빵도둑이 만든 빵은 어떤 맛일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은 어떤 빵일까?

나 역시 빵을 즐겨먹고 빵집을 자주 간다. 갈 때마다 이 빵, 저 빵 사이를 고민하기도 한다. 단팥빵, 소보루빵, 소시지빵, 크루아상, 식빵. 어느 날은 커피와 함께 곁들여서 먹을 빵을 고르고 어느날은 집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빵을 고른다. 그리고 어느 날은 빵구경을 하다가 빵을 고르기도 하고, 배가 고파서 빵집을 들리기도 한다. 가장 맛있는 빵은 갓 구워낸 김이 모락모락한 쫄깃한 빵일 것이고, 따근한 빵을 먹을 땐 기분이 더없이 좋다. 딸아이 학교 앞 '도도한 빵쟁이' 빵집은 우리가 자주 들리는 곳이고, 그곳에서 아이를 기다리던 시간, 빵을 고르던 시간, 빵집사장님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내 동네 빵집은 작지만 친근하고 매력적인 곳이다. 혹시 그 빵들 사이에 빵 도둑이 숨어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 빵 집은 정말 맛있는 빵을 판다. 빵에는 제빵사의 정성과 마음이 깃들여져 있다. 밥 만큼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고, 흔하디 흔한 빵이지만 내가 방문하고 내가 고른 빵은 나만의 특별한 음식이 된다. 빵도둑이 온다면 언제든 환영해도 될까? 그 빵집은 정말 맛있는 빵을 판다는 의미니까. 정말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집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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