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그 곳이 책장이고 더 많은 책들이 모이면 그곳이 도서관이 되겠지. 새로 나온 책, 재미있는 책들도 많았으면 좋겠다. 술술 읽히는 쉬운 책도, 그림책도 많았으면 좋겠다. 도서관에는 꼭 책을 좋아하는 사람만 오지 않아도 좋다. 도서관에 자주 오다보면, 친구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다보면 책이 좋아지지 않을까. 내가 그랬듯이.
어느날 학교선생님이 이야기했다. 학교에서도 책에 대한 독서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학생들에게 집에서 책을 가져오도록 말해준다고 한다. 아이에 대해 학기초 전화상담을 하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화기너머 들려오는 다정한 선생님의 목소리에는 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느껴졌다. 내가 책을 가까이 대하듯 아이에게도 책을 자주 접해주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내 마음을 아는 것인지 아이는 학교에서 책을 꾸준히 본다는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이 말했다. 책을 가져오도록 미리 말해주지만 집에서 책을 준비해오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고, 책을 읽으라고 해도 책에 대한 관심, 재미가 없거나 습관이 들여지지 않아 다른친구들을 바라보고 옆에 친구들이 책을 보는 것을 바라본다는 이야기도 했다.
아이는 이미 훌륭하고 훌륭한 존재라 엄마아빠의 책에 대한 관심을 부어준다면 아이는 달라질수 있다. 함께 서점을 가고 사점에 가서 맛있는것을 먹고, 서점을 구경하고 도서관을 함께 가서 책을 고르는 일은 엄마아빠에겐 휴일의 낮잠을 포기하는 성가신 일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함께 서점데이트를 하는 것만으로 책을 내 마음대로 고를 기회를 얻고 책을 새로이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엄마, 읽을 책이 없어.
'책'이다. 엄마 읽을 책이 없어요. 물론 집에는 집집마다 다른종류의 책들이 있다. 어느집은 책이 별로 없을것이고, 아이가 대여섯살 읽었던 책이 아직까지 있는 집도 있을 것이다. 오래된 책도 많을 것이고 사놓고 손도대지 않는 책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주기적으로 책장을 비우고 버리고 정리하지만 꼭 그 책들을 다 보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흥미를 유발하기위해서는 새로운 책을 사러가고 새 책을 사는 습관도 필요하다. 아이가 성장하면 길었던 바지가 짧아지듯이 책도 그렇다. 책에 대한 마음은 매일 변하고 꿈도 변한다. 아이가 자라듯 책에 대한 책나이도 자란다. 그럴 때 새로운 책으로 물을 주어야 한다. 도서관에서 빌려도 좋고 학교 도서관을 이용해도 좋다. 하지만 도서관이란 자체를 많이 접해보지 않았다면, 처음 몇 번은, 가능하다면 자주 엄마아빠 손을 잡고 함께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보는 것이 좋다. 얼른 빌려! 가 아니라 여유있게 이책저책을 들여다보고 안보더라도 지금 빌리고 싶은 책을 빌려보는 경험을 하는 것도 좋다. 빌렸다가 안보면 반납하고 또 다른 보고싶은 책을 고르면 된다. 도서관을 그렇게 이용해보자.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명혜권 저자는 런던 여행 중 1922년에 문을 연 베스널그린 도서관을 보고 인상깊어 느낀 감정을 이 책에 실었다고 한다. 도서관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나와 같다. 도서관이라는 건물은 하나의 이유로 존재하지 않고 한낱 콘코리트 건물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루가 시작되기 전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도서관 문을 열기전 청소를 하고 도서관 사서와 직원들은 서가와 책을 정리한다. 책들에게도 정해진 자리가 있는데 분야별, 저자별로 나뉘어진 구역에 차곡차곡 책이 정리된다. 새로나온 신간 코너도 있고 어린이전용 코너도 있다. 하루가 시작되기 전 넓은 도서관에 반짝반짝 지혜의 불이 켜진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이곳의 풍경'
넓은 탁자에 앉아 사각사각 연필로 끄적이는 소리, 숨죽여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린다. 책을 보러 온 사람들, 책을 빌리러 온 사람들, 아이와 함께, 친구와 함께 온 사람들, 혼자 온 사람들,, 여러가지의 이유로 다양한 사람들이 도서관의 불빛켜진 자리 곳곳을 채운다. 책을 보러오기 위해, 책이 좋아서, 책을 가까이 하기 위해서 그렇게 도서관에 온다.
빛 바랜 책도 손때 묻은 책도 자리한다. 책꽂이에 빽빽이 혹은 느슨하게 채워진 책들 사이로 이가 빠지듯 헌 책은 꺼내어지고 새로운 책들이 채워진다.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동요의 노랫가사처럼 도서관에 많은 책들도 자신의 자리를 찾고 또 비워진다. 사람들의 손길이 닿고 사서의 손길이 닿는다. 책을 빌리고 또 책을 반납한다.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기도 하고 책을 고르며 서서 책장을 뒤적이기도 한다. 이 책 저 책 꺼내어도 보고 다시 반납코너에 넣는다.
내가 자주 가는 일산의 알라딘 중고서점을 연상하게 하는 그림이다. 널다란 둥근 코너를 따라 사람들이 서 있다. 책을 보고 앉아 있다. 아이와 함께 책을 고르고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딱 규격화된 정형화된 공간이 아니라 여유있고 유하게 편안한 공간. 엄마도 아기도 안아주는 그런 공간을 꿈꾼다. 알라딘 중고서점처럼 도서관에도 책바구니가 있으면 좋겠다. 한 사람당 대출할수 있는 권수는 20권. 다양한 책을 많이 빌릴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면 많은 책을 담고 빌릴수 있도록 책바구니도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권두권 내 양팔로 끌어안아도 넘치는 책들을 담을 수 있을테니까.
아기를 안고 도서관을 방문하는 일은 누구보다 설레고 좋은일이다. 유모차를 끌고 아기와 도서관을 방문한다면 유모차를 세워둘수있는 지정석이 필요하겠고, 아가들이 책을 가지고 놀수있게 둥근모서리의 보드북 책들이 많이 필요하겠다. 엄마와 도란도란 그림책을 살펴볼수 있는 둥그런 테이블이 곳곳에 자리했으면 좋겠다.
도서관도 변화가 필요하다. 다락방처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흥미를 끌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푹신한 의자, 누워서 볼 수 있는 자리도 필요하다. 다양한 각도에서 다채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우리만의 멋진 도서관이 되기를 바래본다. 우리 동네에 도서관이 없다면, 부족하다면 도서관을 만들어달라고 건의해보자.
도서관은 아기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방문하는 설레는 곳이면 좋겠고 평생을 함께 하는 책의 공간, 책을 나누는 공간, 사람을 만나는 공간, 사람과 책을 잇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사람들의 손길이 묻어있는 책을 보고 함께 책이야기를 나누고 보고싶은 책을 신청해서 보기도 하고, 또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책과 공간이 어우러진 멋진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