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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력은 모르겠고 쉬운책이 좋습니다 (1탄)

by 정희정

독서력은 모르겠고 쉬운책이 좋습니다 (1탄)


오늘은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책이 있습니다. 얇은 책, 두꺼운책, 그림책, 그림이 없는 책, 작은 책, 큰 책, 술술 읽히는 책, 어려운 책, 난해한 책. 저는 학창시절 책을 싫어했습니다.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책이 싫었던 것 같아요. 더 어린시절에는 그림따라그리기 책을 좋아했었는데, 엄마에게 백화점 맨 꼭대기층에 있던 작은 서점에서 그 책을 발견하고 사달라고 말하기 어려웠는지 그 책을 훔치고야 말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죠. 그때는 왜 그랬는지 옷속으로 책을 숨겨서 집에 오고야 말았습니다. 가슴은 쿵쾅대었고 집에 와서도 책을 훔쳤다는 말을 엄마에게 하지않았습니다. 마흔이 가까운 지금 이제서야 고백을 합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교과서라는 책을 접합니다. 따분합니다. 재미가 없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갈수록 점점더 재미없어 집니다. 글은 많아지고 책은 두꺼워집니다. 하품나는 지루한 국어시간이 계속됩니다. 수능을 위해 공부합니다. 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칩니다. 선생님이 칠판에 적는 글을 따라적습니다. 남들이 적으니 나도 따라적습니다. 그렇게 교과서라는 책과 친하지않은 학창시절을 보냅니다.


어찌공부는 해서 대학교에 입학합니다. 여전히 책은 재미가 없습니다. 간호학이라는 전공책은 너무나 두껍습니다. 학교강의실 근처에 사물함에 보관합니다. 수업을 있을때면 그곳에서 책을 꺼내갑니다. 수업을 듣고 시험준비기간에만 책을 가지고 옵니다. 대학교에도 나름 도서관이 있었지만 나에겐 거리가 먼곳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책이 재미없는 것이었고 그러니 도서관에 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후 병원에 입사합니다. 일하는 병원에도 아주 소규모의 도서관이 있었습니다. 주로 의학관련 책들이 있었지만, 소설이나 가벼운 책들도 한쪽면에 자리해있었습니다. 병원근처 집을 얻어 지내던 그 시간에 '1년에 100권 읽기'라는 나름의 목표를 세우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립니다. 시간도 있겠다 나름의 의무감으로 책은 좋은거니까 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권 한권 책을 읽고 공책에 1,2,3 숫자를 적어가며 기록을 합니다. 책은 처음부터 읽는거지! 라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재미가 없어도 꾸역꾸역 책 한권을 읽어나갑니다. 개 중에는 나름 재미있는 책도 있었고 의미있는 책도 있었습니다. 마침내 100권 읽기에 성공을 하였지만, 크게 남는 기억은 없습니다. 그때의 느낌만이 조그맣에 남아있을 뿐이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김포라는 도시에 이사왔습니다. 제가 이사올 때만 해도 주변이 허허벌판이었습니다. 대형상권은 커녕 아파트, 대형마트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가족과 식사할 곳도 없어서 식당을 찾아다니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그랬던 김포한강신도시에 아파트와 빌딩이 줄지어 들어서기 시작하고 대형마트도 입점하였습니다. 가장 좋은건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에 작은도서관이 생겼다는 겁니다. 주민센터 2층에 위치한 작은도서관은 나의 아지트가 되었고 힐링장소가 되었습니다. 첫째 아이와 도서관 카드를 만들고 함께 도서관을 다녔습니다. 아이가 보고싶은 책, 내가 보고 싶은 책을 빌렸습니다.


김포로 이사온지 그리오래되지 않아 작은도서관에서 하나의 기적을 발견합니다. 그날도 우연히 책을 고르던 중 김병완 작가의 <마흔, 행복을 말하다>란 책을 빌려 집에서 한장한장 읽으면서 처음으로 책에 대한 재미를 느꼈습니다. 지금 다시보면 또 다른 느낌을 가질수 있지만, 그 당시에 책에 대한 느낌은 생소했습니다. 책이 재미있을수도 있구나. 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해준 고마운 책입니다. 이 자리를 빌러 김병완 작가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첫아이 육아는 벅찰때가 있었고 또 그만큼 아이와의 시간은 내생애 가장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남편의 육아도움이 전무하던 시기였기에 홀로 독박육아를 전전하며 아이와 이곳저곳을 다니고 데이트를 했습니다. 남편과의 갈등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부부관련 심리책을 읽기 시작했고 나홀로 육아였기에 육아에 대한 궁금증을 책을 통해 하나씩 풀어나갔습니다. 작은도서관, 큰도서관, 오래된 도서관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도서관을 가면서 떡뽁이도 먹었고 일산의 교보문고도 그당시 오픈하여 아이와 줄기차게 책을 보러 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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