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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Apr 20. 2021

신청보다 취소가 더 어렵습니다

거절하는 것도 용기입니다

최근 강의하나를 문자로 신청했습니다. 아이와 관련된 교육인데 정말 지금 내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강의수업을 들을 친구가 필요했습니다. 소그룹으로 진행하면 아이들끼리 공감도 되고 서로의 마음도 들어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나누면 되니 좋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인원을 모으기가 막막했습니다. 맘카페에 글을 올렸더니 혹시나 하니 역시나, 글을 삭제하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맘카페에서 인정되지못한 강의나 수업,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은 홍보와 광고성이 강하기때문에 자제하는 것이지요. 저 역시 동의하기에 글을 내렸습니다. 

아는 분에게 함께 들어보자고 부탁할까?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신청하는건 쉬었지만, 취소하기까지 어려웠습니다. 강사님 역시 다음달 일정을 확인하고 일정을 잡았을 것이고, 신청했다가 취소한다고 번복해버리면 저의 이미지도 좋을리 없으니까요. 이미 한번 예약을 하고 취소 했기 때문에 더더욱 말하기가 곤란했습니다. 만나지도 못했는데 무슨 상관인가 싶겠지만 이후에 또 강의를 신청할수 있고 얼굴을 볼 일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말할까 말까 지금 말할까 고민고민했습니다. 정확한 날짜에 신청을 하고 예약을 잡았는데 결국 며칠을 고민하다가 취소한다고 이야기드렸습니다. 혼자 듣기에는 강의료가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신청하기는 쉬운데 취소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다음에 할게요~ 말 한마디 하는것이 저에게는 쉬운일은 아닙니다.

홈쇼핑에서 가전을 보았습니다. 티비는 잘 안보는편인데 채널을 돌리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침 집에 필요한 건조기, 스타일러 광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대기업에서 만든 가전기기를 렌트한다고 하는 방송을 보고 혹 했습니다. 관심이 갔습니다. 일시불로 구매할 수 없기에 할부로 사야하고, 그것도 안되면 렌트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습니다. 일단 번호를 누릅니다. 방송은 지금하라고 부채질을 합니다. 저도 솔깃솔깃 합니다. 매주 빨래방에 건조기를 하러 가는 남편을 알기에 집에 건조기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마침 잘되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꾹꾹 눌러 상담신청 예약을 했습니다.

며칠뒤 전화가 옵니다. 방송을 보고 혹해서 상담예약을 했고 상담직원은 물건을 팔기위해 저에게 계속 전화가 옵니다. 02 로 시작하는 번호는 외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근무할 때도, 퇴근한 이후에도 전화가 옵니다. 처음 몇 번은 일하고 있어서 못 받았지만, 그 이후에는 퇴근하고나서도 받을 수 있는데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저 남편과 상의해보고 연락드릴게요 말을 남기고선 말이죠. 이런게 충동구매라는 것이겠죠. 없으면 없는대로 지내면 되는데, 있으면 편하니까 눈에 보이면 사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니까 전화번호를 누르게 됩니다.


보험도 그랬습니다. 실비보험을 다시 들어야 해서 어딘가에 제가 전화번호를 남겼나봅니다.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오더니 보험관련 정보를 알려줍니다. 카톡으로 관련내용을 보내겠다고 하고 저도 확인해보겠다고 했습니다. 필요하면 당장에라도 가입하겠는데 흐지부지됩니다. 급한 마음이 없습니다. 여유있게 다음번에 알아보고 싶습니다. 한건이라도 더 가입하기 위해 담당자는 매일같이 전화가 옵니다. 실적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는 보험은 특히 더 그런것같습니다. 일주일 째 연락이 오고, 근무중이라 못 받을때가 많았습니다. 결국 다른 보험에 가입했다고 문자를 남기고 수신차단을 합니다. 더 이상 연락오는걸 원하지 않습니다. '내가 필요할때 내가 가입하고 싶습니다.' 주변의 권유에 의해서 자꾸 전화가 오니까 억지로 가입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언가를 살때, 영업을 할 때 그렇습니다. 신청은 쉽습니다. 너무 쉽습니다. 전화번호만 누르면 됩니다. 홈쇼핑 광고에서 전화번호만 누르면 신청부서에서 마음을 활짝 열어 다 받아줍니다. 연락처를 남겨두면 할 때까지 가입이 될때까지 연락이 옵니다. 카드도 그렇습니다. 신용카드는 웬만하면 다 받아줍니다. 승인해줍니다.


하지만 그만둘때가 어렵습니다. 너무 어렵습니다. as를 받으려고 할 때 마음깊이 느낍니다. 물건을 살 때는 너무나 쉽게 진행이 되지만, 일단 팔고 나서 as를 받으려고 하거나 교체를 하거나 반납을 하고 싶을 때는 거쳐야할 산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집안 환기시스템이 고장난지 일년이 훌쩍 지나고 고장수리해주세요 요청한지가 일년이 다 되어갑니다. 홈페이지, 전화를 통해서도 열번가까이 혹은 넘게 불만접수를 하고 담당자빨리 와달라고 요청을 드렸지만, 담당자 연락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한번 두고보려고 합니다. 자기들 제품을 팔 때는 신나서 얼른 설치해주러 오지만, 그 이후 서비스가 형편없습니다.


영업이란건 고객과의 평생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팔고 끝이 아닙니다. 평생고객으로 고객의 가족까지 생각하는 신뢰할 수 있는 회사가 진정한 기업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제품은 고객의 불편함까지 안아주는 제품이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는 고객의 가족까지 안아줄 수 있습니다. 제품과 서비스는 함께 갑니다. 신청은 쉽지만 반납은 어렵습니다. 신청은 로켓처럼 빠르지만 반납은 보릿고개를 넘듯이 너무나 어렵습니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허우적대고 광고와 제품의 무자비한 노출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거절하는 자세, 싫어요 됐어요 말할 수 있는 자세,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정말 필요해서 사는 건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제품을 구입했다면 제대로된 서비스를 요청하는 자세, 불만을 접수하는 자세,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내가 선택한 제품에 대해서는 as를 접수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그 자체가 내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오늘 무엇을 신청했고, 또 무엇을 취소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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