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의 기적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나에게는 영어가 그랬다. 어느날 알고지낸 더블엔 출판사 대표님이 책 한권을 선물로 주었다. <하루10분 100일의 영어필사>이 바로 그 책이다. 초록색 띠지를 한 그 책은 내 마음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영어필사를 해볼까? 생각이 들었다.
김포에서 한달에 한번 그림책모임을 진행한다. 한분 한분 그림책에 관심있는 분들이 모였다. 일년이 넘게 지속이 되어 오면서 제법 그림책에 관한 관심이 생기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그림책을 마주하고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을 만나면서 아, 그림책을 만나는 분들은 마음도 따듯하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김포그림책모임 오픈채팅방에 영어필사를 함께 하실분! 하고 툭 던져보았다. 2023년의 첫해를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고, 평소 영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있어서 신청자가 제법 모였다. 내가 선택한 영어필사 책을 주문하고 하루하루 영어필사 부분을 카톡방에도 올리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그리고 결정한다는 건 어렵다. 누구에게나 어렵다. 하지만 일단 시작을 하고보면 길이 보인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가는 길이라면 더욱 그렇다. 영어필사를 1일째 시작하고 2일째 시작하고 3일째 시작하고 오늘까지 45일째 지속하고 있다. 나 혼자였다면? 지속할 수 있었을까? 포기하지 않았을까?
누군가 글을 올리고, 영어필사한 공백에 그날의 감정이나 일상을 적어둔다. 누군가 올린 그 글이 나의 마음에 들어온다. 누군가 올린 일상이 공감이 간다. 모양과 형태는 다르지만 매번 마주하는 일상은 같다. 똑같은 24시간이고 똑같은 점심시간이 있으며 똑같은 저녁시간이 있다. 누군가는 텔레비전을 볼 것이며, 누군가는 아이들에게 책을 보여줄 것이며, 누군가는 그 시간에 필사를 할 것이며, 누군가는 따듯한 저녁을 준비할 것이다.
각자의 삶 속에서 필사 라는 한가지를 일상을 더했다. 아침기상 후 필사하는 사람도 있으며, 점심식사 후 필사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필사하는 사람도 있고, 혼자있는 시간동안 필사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필사하는 엄마 곁에는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필사하는 엄마를 보며 아이는 어떤 행동을 할까?
필사하길 잘했다.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말들이 글 하나하나, 문구 하나하나를 통해서 전달된는 듯하다. 그리고 그울림은 나의 가족에게 전달이 되고 나의 지인들에게 전달이 될 것이다. 필사하지 않았다면, 점심시간 나의 소소한 취미가 없었을 것이다. 점심식사를 하고 점심필사 하는 것이 지금의 루틴이 되었다. 누군가와 수다를 떨수도 있지만, 다른사람의 흉을 볼 수 도 있지만 필사하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다면, 조금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면,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숙제해라 가 아닌 내가 먼저 필사책을 펼쳐보면 어떨까? 그리고 필사하는 경험을 나누어보면 어떨까? 혼자가 어렵다면 함께하면 된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자에게 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