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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Dec 15. 2023

오늘도 엄마의 사랑을 넣는다

둘째가 다니는 도담유치원에는 특별한 전달식이 있다. 바로 매일아침 유치원가방에 책 하나를 넣는 일이다. 첫째아이도 다녔고 8년 뒤 둘째아이도 다니고 있는데, 내가 이 유치원을 선택한 이유중 하나이기도 하다. 8년전 도담유치원을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첫째아이에게는 모든 정성과 시간을 쏟게 되는데, 나 역시 그랬다. 유치원 선택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가보아야 알 수 있고 원장님과 선생님을 만나보아야 알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당시 김포에서도 한참을 안쪽으로 들어와 통진 마송에 유치원이 자리해있었다. 첫인상이 너무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도심과는 떨어진 위치에 있어서 토끼도 키우고 있었고 유치원 한쪽면으로 작은 마당도 준비되어 있어 아이들이 놀기에 좋아보였다. 작은 규모였지만 알차게 운영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도 교구를 만지작거리면서 지금의 원감선생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유치원의 분위기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당, 자연과 가까이할 수 있는 모든 장점을 아우른것만 같았다. 위치는 도심에서 멀어서 가끔 퇴근할때마다 데리러 가기도 했다. 8년 전 도담유치원에서도 그림책과 관련한 숙제가 있었다. 집에서 함께읽고 재미있었던 그림책을 원으로 가지고 오세요! 였다. 당시 5살 무렵의 아이와 나는 매일같이 그림책을 보고 읽었다. 그중에서 특히 기억이 나는 그림책을 골랐다. <피아노 치는 곰> 이란 그림책이었다. 엄마의 입장에서 가정생활을 모습을 들여다보고, 엄마는 어떤 감정일까?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아이들이 아침 등원하기 전에 밥먹고 어질어진 집안모습이나 남편이 출근할 때 바쁜 아침시간 뒤로 쓸쓸하고 적막한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특히 그림책의 장면 중 그당시 아이가 참 좋아했던 터닝메카드 장난감이 그림책 속에 보이는게 아닌가! 마치 숨은보물찾기라도 하듯이 그 장면을 콕 집어내고는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역시나 다를까. 유치원이 그 그림책을 가지고 갔더니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더란다. 아이들은 숨은그림찾기의 만능재주꾼이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든, 그림책 속 표정이든 정말 잘 찾아내는 거다. 아이도 인기있는 그림책을 친구들과 함께보니 기쁜 눈치였고 나도 그랬다.


지금의 유치원이 생기면서 이전의 통진에 있던 도담유치원은 없어졌다. 지금의 원생이 300여명이 넘는 대형유치원이 지어지면서 선생님들과 교구 모든것이 그대로 자리잡아나갔다. 예전에 통진에서 느꼈던 아담하고 친근했던 분위기는 조금 덜하지만, 여전히 원장님과 선생님들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깊이 느껴지는 곳이다. 원생이 많아도 한명한명 이름불러주고, 그림책 사랑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그저께도 도담유치원에서 재능기부로 그림책성교육 강의를 했다! 매달 신청한 어머님들이 모여 교구활동에 필요한 종이를 자르기도 하고 부모교육을 하기도 하는데, 마침 책이 나오는 시점에! 내가 초대받은 것이다. 교구시연하는 모습을 보고 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20여명 가까이 되는 어머님들 앞에 서니 오랜만에 떨리기도했다. 내가 준비해온 강의를 시작하고 도담유치원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어머니들과 눈을 맞추었다.


강의 첫화면에 매일아침 그림책가져가기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보고 유치원에서도 점심을 먹은후 아이들이 집에서 가져온 그림책을 펼쳐보는 일환이다. 어머니들도 그림책을 매일 아침, 가방에 넣어준다고 했다. (사실 한동안 나는 뜸하기도 했다. 읽어주지 않았다) 그림책이란 사실 봐도 되고 안봐도 된다. 그림만 보아도 되고 한장만 봐도 된다! 아이와 함께 골랐다는 의미가 더 중요하다.

도서관이나 책방, 서점에 가서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골라본 적이 있는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그림책도 좋지만, 한달에 한번쯤은 아이의 손을 잡고 근처 서점에 한번 가보자. 내가 운영하는 쵝고그림책방에 오면 더 좋겠다! 아이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 아이의 관심이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사주고 읽어주면 된다. 귀신이야기도 좋고 신비아파트도 좋다. 장난감이 달린 것도 좋다. 책에 선입견을 버리면서 책과 가까워진다. 특히 초등이후가 되면 그림책에서 만화책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시기에 정말 많은 만화책 양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만화책이라고 해서 다 나쁜것이 아니다. 역사만화책, 과학만화책, 엉덩이탐정 추리만화책 등 아이가 읽어보고싶어하는 걸 사주면 된다. 가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용돈을 두둑히 받으면 아이에게 마음껏 골라보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겠다. 책을 마음껏 고르고 실패도 해보면서 아이의 책 취향이 생겨난다. 그런 연습을 자꾸 반복하다보면 아이는 책이 쉬워지고 책과 가까워진다. 책을 고를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오늘 아침, 며칠전에 책장을 정리하면서 아이와 함께 만졌던 들춰보는 팝업그림책을 아이가방에 넣어주었다. 보다가 찢어지기도 울먹거렸는데 내가 테이프로 가지런히 붙여주었다. 아이도 유치원에 가서 그림책을 펼치겠지? 점심을 먹고 엄마의 사랑을 꺼내보겠지? 가방 속에 넣어둔 조그만 그림책이 오늘하루 아이의 마음에 따듯하게 내려앉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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