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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Mar 05. 2024

커피는 나와의 약속이다

오늘 아침 커피를 마셨는가?

오늘 점심 커피를 마셨는가?


우리의 일상은 커피로 시작하고 커피로 이어진다. 출근 시간 모르긴 몰라도 여의도나 강남, 출근 길에는 별표 커피잔이 들려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도 그랬으니까. 언제부턴가 커피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하워드 슐츠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스타벅스는 커피라는 문화를 이땅에 내려앉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우리가 하루동안 커피를 찾는 시간을 보라. 원두커피가 아니라도 사람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고 커피의 향을 맡는다. 커피로 힐링하고 커피로 우울함을 달래기도 한다.


오늘 아침 일어나 믹스커피 한잔을 탔다. 책방에 오는 지인이 선물해준 스타벅스 원두를 물에 타서 먹을 때가 많지만, 오늘은 달달구리 믹스커피를 타서 마셔보았다. 나쁘지 않다. 새벽은 조용하고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았다. 부시럭 부시럭 부지런을 떤다. 모두 잠들어있는 이 시간이 참 고요하다. 좋다.

아침 시간은 오늘의 할일을 미리 정리해보는 시간이기도 하고, 어제의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미룰 수있는 약속이나 연락은 미루고, 오늘 할일에 집중한다. '내가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적어내려간다. 그러다보면 뜨거운 물에 타둔 원두커피가 서서히 식어간다. 따듯하지만 뜨거운 김은 한김 식힌 원두커피를 호로록 마신다. 믹스커피를 마실 때면 빨리 식는 게 아쉽다. 금방 식어버린 믹스커피는 늘 밑바닥이 찰랑거리며 남는다.


최근 살고있는 집에 도배를 한 적이 있다. 이전에도 벽도배를 말끔하게 해주어서 안심하고 맡기는 곳이다. 사장님이 이런저런 도구를 챙겨와 꺼내어놓는다. 벽지 도배는 기존의 벽지를 뜯어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장을 덧대면서 마르는 시간을 포함한다. 오전에 일찍 시작하는 벽지도배가 오후늦게까지 이어진다. 잠시 마르는 틈에 사장님도 식사를 하거나 자리를 비운다.

혼자서 넓은벽지를 떼어다가 붙이는 작업은 쉽지않아 보였다. 매일 같은반복이지만 육체적으로 힘이들고 저녁이면 온몸이 뻐근하게 몸살이 오지않을까 염려도 된다. 고생하시는 사장님에게 물 한잔을 건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믹스커피 한잔' 을 타드렸다.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작업중이라 선뜻 자리를 비우지못하는것 같았다. 점심시간 허기를 달래기라도 하듯 사장님은 따듯하게 타둔 믹스커피를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으레 그런듯 믹스커피를 테이블에 두고 작업을 계속 진행한다. 어린시절부터 단련된 기술이 몸에 익어 더욱 믿음직스러워보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젊은시절 부터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야했던 상황들, 인테리어로 한창 사업을 유지하던 시간들, 그리고 도배만 전문으로 하게된 지금의 상황들까지 사장님의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따듯하게 타두었던 믹스커피는 어느새 식어있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달달한 믹스커피를 조금씩 여러번에 나누어서 맛있게 마셨다.


커피는 나와의 약속이다. 나는 늘 아이스 카페라떼를 찾고 선호한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에도 집근처 도서관을 주기적으로 다니면서 아이스라떼를 가끔 사먹었다. 디카페인(카페인이 없는) 커피를 주문하기도 했다. 맛의 차이는 모르겠지만, 임신한상태라 카페인이 없는 음료를 마시며 입덧을 달래기도 했다.

입덧이 너무 심하던 시절, 병원에 수액을 맞으러가기도 했다. 초기가 지나고 중반에 들어서면서 입맛이 와닿는 사케동이라던가 큼지막한 돈가스로 배를 채웠다. 생각해보니 그당시 정말 맛있게 먹었던 음식점들이 지금은 문을 닫았다. 7~8년 이라는 시간동안 매일 새로운 가게가 생기고 또 문을 닫는다.


나의 임신기간을 지탱해주었던 사케동, 돈가스 그리고 아이스커피는 지금도 생각이나고 그때의 시간들이 참감사하게 느껴진다. 우리주변에는 카페가 많고 커피도 많이 마신다. 아침시간은 늘 주문이 밀려있다. 출근시간에 단체주문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보통 9시전후 직장에서 단체로 9~10잔을 주문하기도 한다. 그럴 때 나의 주문까지 들어가면 시간이 오래걸릴 터, 잠시후에 다시 온다.



고요한 아침시간, 오늘의 일과를 정리하면서 '커피글쓰기' 시간을 은근히 밀어넣는다. 블루투스 키보드는 외출시 아주 유용한 아이템이다. 매번 노트북을 가지고 다닐수가 없으니, 손바닥 사이즈의 블루투스 키보드하나만 핸드백에 넣어두면 커피글쓰기 준비가 끝난다. 오늘 나는 어떤글을 쓸까? 브런치에 이런저런 글을 올리는 시간도 좋고, 한동안 뜸했던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도 좋겠다.

나의 애정하는 커피와 블루투스 키보드만 있다면 그곳이 나에게는 힐링장소이고 나만의 공간이 된다. 커피와 함께하는 시간이 참좋다. 오후시간 커피타임은 나와의 약속이다. 전화연락도 상담문의도 나와의 커피약속 시간을 제외하고 잡는다. 나와의 약속시간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자. 다른 약속이나 일정이 치밀어오기 전에 '나와의 약속시간'은 꼭 지켜보자. 나와 만나는 시간, 나의 글을 쓰는 시간은 어느시간보다도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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