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일하는 엄마들은 어떻게 하는 거지?

엄마는 일하러 가고 아이는 혼자 집에 있고

by 정희정

나만의 경우인가? 나만의 생각인가. 너무 궁금하다. 첫째 아이는 열 살. 초등학생 3학년이다. 아직 무언가 혼자 하기에는 어린 나이. 그런데 그런 아이가 요즘 혼자 있다. 집에서 하루 종일. 몇 시간씩.


쾅쾅쾅 공사 소리에..

지난달쯤이었다. 엄청난 굉음을 내고 드르륵하고 무언가 갈아엎을 듯한 소음이었다. 토요일 오전 시간에 듣는 아주 반갑지 않은 소리였다. 그런 더 그렇게 시끄럽고 신경거 슬리는 소리를 아이는 평일 시간 혼자 듣고 있었다. 들어야만 했다. 온라인 수업을 자기 방에서 노트북을 켜고 듣는다. 그런데 공사 소리가 점점 거세진다. 참다 참다 폭발한다. 엄마 아빠는 옆에 없다. 아이를 다독여주고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주는 어른은 어디에도 없다. 짜증 섞인 울먹이는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를 했다. 그 상황을 소음 정도를 크기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나는 당장 달려갈 수 없으니 아이를 달래는 수밖에.. 공사를 하나 봐. 조금 있으면 끝날 거야.. 아이 마음에 들어가지도 않을 말을 주절거렸다.


하루 몇 시간을 보호자도 없이 혼자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엄마는 일하러 갔다. 미술 준비물이 있는데 어디에 있더라? 찾아다닌다. 일한다고 나간 엄마는 미처 아이의 준비물을 챙길 시간이 없었다. 아니, 신경을 못썼다고 이야기해야지. 엄마는 자가진단 건강 체크도 수시로 깜빡한다.


온라인 수업을 듣는데 갑자기 로그인이 안된 적이 있다.

"엄마, 로그인이 안돼"

운전하는 동안에 전화가 온다. 왜 갑자기 안되지? 문득 든 생각은 대문자 소문자 영어 철자가 잘못 입력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전화로 아이와 이야기했다. Caps라는 키를 찾을 수 있을까? 전화로 천천히 찾아볼 수 있도록 말해주었다. 혼자서 노트북 자판을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을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찾았어 엄마!

소리 지른 아이. 시간은 좀 걸렸지만 혼자서 용케도 소문자 대문자를 바꾸어주는 버튼키를 찾아냈다. 그렇게 다행히 로그인에 성공한 적이 있다.


아이를 위해 어떤 신을 사야 하나 고민한다. 학교에 일주일에 단 한번 학교 가는 날 챙겨가야 하는 수저세트는 어떤 걸 고를지 고민한다. 동영상을 보는 아이 옆에서 거실에 앉아 오늘도 뒤적뒤적 인터넷을 뒤적인다. 두 아이를 데리고 마트에 장 보러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하나 평일에는 일을 하고 지친 몸으로 퇴근하면 장을 볼 기운마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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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퇴근하는 길에 돌보미 선생님이 퇴근할 때까지의 시간이 좀 남으면 집 근처 마트에 들러 장을 본다.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준비물들과 먹을거리들을 숙제 해치우듯 장을 본다. 면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비빔면도 사고 스파게티 소스도 산다. 둘째 아이 어린이집에 보낼 물티슈도 산다. 어린이집에서 밥도 먹고 간식도 먹는다. 똥도 싸고 낮잠도 잔다. 오히려 이런 기간은 어린이집에서 돌보아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하지만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가 개학을 했다는 이유로(일주일에 한 번 등교하는) 긴급 돌봄을 이용할 수가 없고 건강가정 지원 센터에서 운영하는 긴급 돌봄도 휴관이라고 했다. 아이는 그런 사각지대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방치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엄마 아빠가 일을 하는 가정이 우리 집뿐만은 아닐 텐데 다른 가정은 어떻게 이 위기상황을 해결하고 극복해가는지 모르겠다. 정말 궁금하다, 아이가 안타깝고 바깥이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나의 아이도 친구를 사귀고 만나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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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하는 오늘도 나는 아이생각을 한다. 온라인은 하고 있을까? 배고프진 않을까?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엄마가 보고 싶지 않을까? 무섭진.. 않을까?


엄마의 곁에서 사랑을 받고 따듯한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잘 커나가야 할 나의 소중한 딸이 혼자 있는 시간을 점점 힘들어한다. 어제는 유튜브로 혼자 있는 시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에 이르렀다. 아이 스스로 말이다. 혼자 있기 싫다고 말하는 아이 옆에서.. 약간 울먹이는 표정과 눈빛으로 말하고 있는 아이 옆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일을 하면서 중간중간 밥이라도 챙겨주러 애써 시간 맞춰서 오긴 하지만 아이에게는 너무 모자라다. 엄마의 사랑이. 엄마의 관심이. 가족의 든든함이 너무 필요하다.


방문을 하다가 한 카페에 들렀다. 엄마가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며 딸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슬라임을 조몰락거리는 아이와 내가 주문한 커피를 만들고 있는 엄마. 모녀 사이에 안정감이 흘렀다. 이렇게 함께 할 수 있구나. 아이는 슬라임을 만지고 엄마는 일을 하고.. 나도 아이와 함께 아이와 같은 공간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아마 모든 일하는 엄마들의 바람 아닐까? 크지 않아도 좋으니 자그마한 나만의 공간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공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또 그만큼 집중의 시간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겠지만 안절부절 아이를 걱정하는 것보다 그게 나을 거다.

한 뼘 한 뼘 성장해가는 아이, 그리고 보폭을 맞추어 지금의 상황을 한 단계 한 걸음씩 발 맞추어 나가야겠지. 엄마는 일을 나가야하고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둘 생겨나겠지. 그렇게 아이와 내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일 테니..


'딸 때문에' 가 아니라 '딸 덕분에' 점점더 나아지는 사람이 되어볼게. 딸, 덕분이다. 고맙다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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