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복숭아
그렇게 동생은 아기를 만나게 될 것이고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아이의 눈을 바라볼 것이다. 아이를 품 안에 안게 될 것이고 처음으로 젖을 물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엄마가 되어갈 것이다.
나의 둘째아이 출산 당일, 동생이 놀러왔었다. 예정일보다 빨리 출산의 기미가 보이고 새벽에 출산할 예정임을 문득 알고 산부인과로 향했다. 그날은 만삭사진을 찍는 날이었는데 출산을 하러 산부인과로 향한 것이다. 첫아이에게 둘째를 낳을 때 소리지르거나 힘든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그래서 잠시 동생이 집으로 간다는 말에 함께 다녀오라고 했다. 남편, 동생, 그리고 첫아이. 그렇게 나는 혼자 진통의 시간을 맞이했다. 출산을 도와주는 촉진제를 맞아서 그런지, 진통이 살살 왔다. 처음에는 그래도 저녁무렵이나 되야 출산 할거야 라고 생각했었는데 점점 진통이 거세어진다. 엄마와 카톡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급기야 막바지 진통까지 그대로 주욱 달렸다.
인간극장을 틀어놓고 있었다. 인간극장에 아이 다섯을 출산(제왕절개) 한 엄마의 모습이 비추어지고 나도 아이를 낳으러 왔어요 혼자서 티브이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막바지 진통이 오기 전에 준비사항으로 무통주사를 맞았다. 등 쪽에 척수신경에 막바지 진통을 덜어줄 무통주사를 미리 시술 받았다. (무통주사 동의서를 받을 때 선생님은 무통주사를 '수호천사'라고 불렀다. 그래서 이번에 둘째를 낳을때는 나도 무통주사를 꼭 경험하고 싶었다. 수호천사를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진통이 10분, 5분 간격으로 오더니 급기야 너무 아픈 나머지 소리를 꽥 꽥 질러댈 때쯤, 간호사가 들어오고 내진을 하더니 4cm 가 벌어져서 무통주사를 맞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런...!!!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무통주사를 맞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나도 이번에는 무통주사를 맞고 순풍 낳고 싶었다. 그걸 맞으면 막바지 진통이 사그라들고 구령에 따라 힘만 주면 순풍~ 아기를 출산한다고 했는데. 난 첫아이도 이번에도 나 혼자의 힘으로, 출산을 온 몸으로 느끼며 둘째 아이를 맞이했다. 응애~ 응애~ 그렇게 둘째 아이는 내 품으로 왔다.
동생의 집으로 간다고 했을때, 괜히 가라고 등 떠밀었나? 아기를 신생아실로 데려가고 출산후 처치를 하고 한 간호사가 나가면서 괜찮으세요? 말했다. 혼자서 출산을 맞이하고 혼자 덩그러니 남아서 그럴까? 갑자기 서러움이 북받쳤다. 너무 힘든 진통의 시기에 손 잡아주는 남편이 없었고 내가 등 떠밀어 동생네 집에 갔다오는 동안 추적추적 비는 내렸다. 광명에서 김포까지 오는 거리는 멀기만 했고 남편도 속이 탔을 것이다. 막히는 차에 조바심이 났을 것이다. 나의 다급한 외침이 나의 첫아이에게도, 동생에게도 차 속에서 울려퍼졌을 것이다.
첫아이를 낳을 때는 남편이 함께 있어주었고 눈물을 함께 흘려주었으며 첫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탯줄을 잘라주었고, 또 감격의 눈물을 흘려주었다. 그런 감성적인 남편이 곁에 없어서 더욱 서러웠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간호사의 한마디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서러움이 밀려왔다.
그때 남편이 들어왔다. 신생아실에서 예쁜 포대기에 싸인 둘째아이가 들어왔다. 첫아이와 남편이 함께 대면하는 순간이었다. 동생도 함께 들어오면서 생각보다 빠른 출산에 미안해했다. 이후에 첫아이에게 그랬다고 한다. 정말 미안하다고. 이모집에 괜히 가서 엄마가 혼자서 진통을 겪어야 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나의 아이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그 순간은 곁에 아무도 없어서 외롭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아. 집에 다녀오라고 한 것도 나이고 첫 아이에게 혹시라도 둘째의 출산과정이 비춰질 까봐 그랬어. 이모와 함께 있어주길 원했어. 그러니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꼭 전해주고 싶었다.
그러니, 이제는 너의 아이를 온전히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지? 언니의 출산을 두 번이나 곁에서 가까이 지켜본 너. 그리고 너의 가정을 꾸리고 또 조그마한 너의 존재를 세상에 태어나게 할 존재인 너. 엄마라는 이름이 불리기 위해서 지금의 시간을 지키고 배 속의 아이와 함께 만날 순간을, 하루하루를 아기를 생각하며 기다리는 너.
나도 기대된다. 너의 아기가. 너의 또 다른 존재가 기대되고 설레인다. 곧 만나자. 이모가 정말 정말 이뻐해줄게. 너에게 줄 선물이 있단다. 네가 태어나면 이모가 재미있는 책도 선물해줄거야. 이쁜 아가야 우리 곧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