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엄마사랑 톡톡톡!

스스로 놀고 먹는 법을 깨우치는 아이

by 정희정

나는 시작은 잘 하는데 끝맺음은 잘 못하는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건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은데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오늘은 멀 먹지? 고민하는 순간에도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은 있는 데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아침에 출근하면 아이가 집에서 온종일 지내야 해서 간식거리나 반찬을 준비해두어야 한다. 약간의 강박관념이 생긴 듯하다. 없으면 또 없는대로 두면 될 일인데, 엄마 마음이 그렇지 않다. 항시 집에서 살뜰이 챙겨주지 못하기에, 먹는 것만이라도 풍족하게 준비해두고 싶은 엄마 마음. 다행히 10살 딸아이는 요즘 제법 이것 저것 잘 찾아먹는다. 음식을 데우거나 익혀먹지는 못하지만, 밥을 떠서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을 꺼낸다. 그리고 30초 정도 살짝 데운다. 자신이 좋아하는 참치나 소시지, 쥐포류를 좋아하는데 반찬이 떨어지면 나에게 말을 해준다. 참치캔은 혼자서 따기 어려운 물건이다. 아이가 혼자 하다가 베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럴 때는 엄마한테 미리 말하면 엄마가 열어주고 갈게~ 한다. 반찬통에 참치캔을 따서 넣어두는 일, 바쁜 아침 출근시간에 전하는 엄마의 마음이다. 오늘 하루도 잘 먹기를.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지내기를.


아이와는 주로 카톡을 하거나 영상통화로 대화를 나눈다. 출근길에는 자는 아이 얼굴을 바라보고 조용히 나온다. 보통 9시넘어 일어나는데 아침 돌보미 선생님이 함께 계신다. 그렇지만, 둘째 아이를 깨우고 양치를 시키고 등원준비를 도와줘야 해서 첫째는 일어나서 자기 할 일을 한다. 요즘 BTS가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아이는 예전부터 좋아했다. 아이를 통해 최근곡을 알게되었고 그 노래에 푹 빠져들었다. 내가 이럴 정도인데 일반 대중들은 오죽할까! BTS의 신곡은 짜릿한 전율을 일으켰다.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건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 유투브를 보고 온라인수업을 시작한다. 늘상 하는 일이다. 노트북을 켜고 학교 아이디로 로그인을 한다. 선생님이 찍어올려두신 동영상을 차례대로 하나하나 본다. 교과서를 펼치고 선생님 수업내용을 함께 따라간다. 그날 느낀점이나 수업시간에 필요한 내용들은 배움노트에 기재하기도 한다. 사실 이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하기에는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다. 특히 배움노트는 주말에 몰아서 할 때가 있는데, 나 역시 평일에는 일하고 늦게 퇴근을 해서 아이의 수업내용을 차분히 알려줄수가 없다. 가끔 하다보면 수업시간에 들어야 하는 부분이나 교과서에 기록해야 하는 부분이 빠져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나도 답답하다. 차근히 옆에 앉아서 함께 영상을 보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고 알아나가면 좋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늘 한가득하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상황도 아이의 상황도 받아들이고 적응해나가야 하는 일임을 안다. 몰아서 할지언정 아이에게 다그칠 때도 있지만 마무리를 해야 그 다음수업을 편안히 들을 수 있다.


사랑한다고 숙제를 떠안아주지는 않는다. 지금이 중요한 시기임을 알고 '스스로 학습을 하는' 태도를 익히기에 중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지금의 상황은 달갑지만은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주고 아이 스스로 몸으로 익히고 스스로 하게 되기를 기다려주는 것이다.

혼자 있는 걸 싫어하는 아이였다. 친구를 너무 좋아하고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아이였다. 지금의 상황으로 집에서 혼자 온라인학습을 듣는다. 친구를 만날 수 없다.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 갈 때도 마스크를 하고, 친구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학원을 새로 다니기로 했는데, 2.5단계가 연장되어 갈 수가 없다. 그럼에도 시간이 아이의 끈을 단련시켜주는 것인지, 요즘에는 "혼자 있을 수 있어~"한다. 문제풀어 놓고 학습지도 풀어야 돼. 하고 그날의 할일을 알려주면 유투브를 보다가도 자신의 할일을 한다. 책상은 어지럽고 정리는 잘 안되지만, 자신이 정한 시간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많은 걸 느낀다. 아침 돌보미 선생님도 아이에 대해 이야길 한다. 자신이 말한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한다고. 유투브를 일어나서 보다가도 시간이 되면(늦더라도) 스스로 학습을 한다는 것이다. 나의 몰랐던 부분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듣게 되기도 한다. 나의 아이에 대해서 100프로 알 수 있을까? 아니다. 내가 보는 약간의 모습은 그 아이가 가진 부분의 모습이다. 남이 보는 아이의 모습은 또 달랐다. 어리게만 생각했었는데, 이런 면이 있었구나! 느낄 때가 많다. 아침에 먹을 거리를 준비해두면 선생님은 말한다. 아이가 먹고 싶다고 하는 게 있다고. 주관이 뚜렷해서 자신이 선택한 걸 꼭 먹는 아이라도 말한다. 그런 아이의 성향을 알고 슬기롭게 잘 대처해주는 선생님이 늘 고맙다. 내가 못보던 모습을 봐주고 아이의 성향을 살펴봐주시고 나에게 그날의 이야기를 해주시니 나는 안심이 된다.


아침 출근길, 엄마사랑 톡톡톡!

계란후라이를 먹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 날은 아침출근길 계란후라이를 톡톡 깨뜨려 해준다. 한두시간 있다 먹을텐데 혹시라도 식을까 접시에 담아 랩으로 씌워둔다. 계란을 좋아하고 희자만 먹던 아이였는데, 어제는 노른자도 맛있다고 한다. 고소하다나? 계란후라이는 반숙을 좋아한다. 아빠를 닯아서일까? 반숙을 한 계란을 밥과 케찹에 비벼서 노른자를 터뜨려 맛을 음미한다. 계란 후라이 하나에도 엄마사랑이 묻어난다.

어느 날은 참치를 너무 먹고 싶단다. 그런데 참치캔을 열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 퇴근하는데 아이가 말한다. 참치를 너무 먹고싶었는데, 참치캔만 열어주고 가면 안되요? 그래서 반찬통에 참치를 따서 넣어두는 일이 일과가 되었다. 참치는 먹고 싶은데, 날카롭고 열기 힘든 참치캔이 문제였구나.. 또 어느 날은 참치가 똑! 떨어졌다. 참치는우리집에서 귀하고 귀한 재료이다. 아이도 남편도 나도 모두 좋아한다. 나는 참치캔을 열고 김치찌개에 넣어 먹는다. 아이는 참치를 밥에 슥슥 비벼 배고픈 날 꿀꺽꿀꺽 맛있게도 먹는다. 남편은 볶음밥을 할 때 참치를 넣기도 하고 고추장에 슥슥 비벼서 와구와구 먹기도 한다. 그래서 참치는 늘 일상이고 떨어지면 사두어야 하는 1번 참치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고추참치도 있고 아빠가 좋아하는 큰~참치캔도 있고 아이가 좋아하는 동원참치도 있다. 우리집에는 늘 참치가 함께한다.


떡복이를 혼자서 다??

떡볶이를 산 적이 있다. 아이 학교 앞에 마중나간 적이 있는데, 그날은 학교에서 상담받는 클래스가 있던 날이었다. 무더웠고 아이를 기다렸다. 더운 날씨에 목이 너무 마르다고 했다. 나는 배가 고팠다. 아이가 좋아하는 학교 앞 떡볶이 집에 갔다. 내가 좋아하는 순대와 아이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주문했다. 그리고 슬러시도 하나 주문했다. 식당에서 먹고 갈 생각이었는데 다른 손님이 서있어 비좁았고 사장님은 포장을 해주었다(나는 먹고간다고 주문했는데). 요즘 상황에서 다들 포장을 해가는 분위기라, 나의주문을 그렇게 확신했나보다. 집에 가서오면 플라스틱과 남은 음식을 처리하기에 번거로워 가능하면 먹고 오는 편이다. 포장랩을 씌워주신 덕분에 포장을 해가지고 왔다. 너무 더웠는지, 목이 그렇게도 말랐는지 콜라맛 슬러시를 맛있게도 쭉쭉 들이킨다.

집에와서 한 입 먹어보니 어라? 떡볶이가 이 맛이 아닌데~ 잘못 주문을 한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고 내가 좋아한느 밀떡. 그 졸깃졸깃한 떡 맛이 아니라, 쌀떡 이었던 것 같다. 약간은 단단한... 몰캉몰캉한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급히 주문을 한다고 맨 앞에 있는 쌀떡 1인분을 시킨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밀떡 떡볶이가 아니었다. 순대도 지금 열어서 먹기에는 애매했다. 1인분 포장이라 양이 제법 많았고 아이는 순대를 좋아하지 않는다. 먹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취향도 확고한 아이) 결국 포장랩에 씌워진채로 순대는 냉장고행을 했다.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면 한번 데워서 같이 먹을 생각이었다. 떡볶이는 한 입 베무는 순간, 아 이떡뽁이가 아닌데. 생각을 하고 다시 그릇에 담아 냉장고로 들어갔다. 저녁에나 먹을까 싶었다.


그 다음날, 나는 바깥에서 일을 하고 운전을 했다. 아이는 늘상 평소처럼 유투브를 보고 온라인수업을 들었다. 점심무렵이 지나서 아이는 배가 고팠다고 했다. 집에 늘상 있는 밥과 반찬대신 떡볶이가 눈에 보였겠지? 아이는 떡복이가 담긴 그릇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웠다고 했다. 모두 그날 저녁 들은 내용이다. 30초 돌렸고 덜 데워진 것 같아서 30초를 더 돌린 것 같았다. 그리고...그 많은 양의 떡볶이를 모두 먹었다고 했다. 그 많은 떡볶이를 혼자서 다??? 한번 더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다. 너무 배가 고팠고, 떡볶이는 허기를 채워줄 정도로 맛있었겠지? 아이는 떡볶이를 좋아했고 매콤~~~한 그 떡볶이를 거의 모두 먹었다고 했다. 배고프면 알아서 먹는구나. 알아서 데워서 먹을 줄도 알고, 알아서 찾아서 먹을 줄도 아네.? 내가 집에 있으면 배고프지? 이거 줄까? 저거 줄까?말을 건네는데, 혼자서 집에서 생활하면서 배가 고프면 알아서 찾아먹는 법을 터득한 것이겠지. 조금 더 크면 먹고 싶은 음식을 생각해내고 알아서 장을 보고 알아서 스스로 요리를 하는 날도 오겠지? 그렇게 되면 엄마에게 맛있는 요리도 만들어주렴~ 딸.


스스로 놀고 먹는 법을 깨우치는 아이

아침 시간에는 아이를 위해 하는 것이 또 있다. 연필깍이. 연필을 깍아둔다. 나 역시 잘 안되지만 아이의 책상은 정리가 되어 있으면 좋다. 아이가 글자를 적는 연필을 깍아둔다. 위에서 꽂아서 돌리면 슥슥슥 기분좋은 소리로 연필이 깍인다. 한 자루는 부족하니, 2~3개 정도의 연필을 깍아둔다. 연필을 쥐는 힘이 제법 생기기는 했지만 아직 글자를 적는 일은 어려울 때가 있다. 연필을 쥐다가 떨어뜨려서 연필심이 댕강 깨지기도 한다. 그럴 때를 대비해 연필은 여러개 준비해둔다. 연필을 깍으면서 하루종일 수업을 듣고 집에서 지낼 아이를 생각한다. 연필을 깍는 과정에도 엄마의 사랑이 묻어난다.

주간계획표를 뽑아서 붙여두고 카톡이나 화이트보드에, 가끔은 포스트잇에 손글씨로 그 날 할일을 적어둔다. 식탁에 올려두기도 하고 온라인수업하는 노트북에 붙여두고 오기도 한다. 월화수목금 매일 가는 곳이 있고 할 일이 조금씩은 다르기때문에 아이도 혼돈스러울 수있기 때문이다. 어느날은 오전선생님이 11시까지 계시면 온라인수업을 듣고 학교 위클래스상담실에 다녀온다. 그이후에 학습지를 푼다. 또 어느날은 오전선생님이 계시는 동안 온라인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자란다선생님(자란다어플에서 신청: 집 근처에 선생님을 매칭하여 놀이돌봄을 해주신 선생님)과 보드게임도 하고 나머지 숙제도 함께한다. 그날그날의 일과가 있으니 나도 아이도 함께 확인한다.

KakaoTalk_20200907_093621079_02.jpg
KakaoTalk_20200907_093621079_01.jpg
KakaoTalk_20200907_093621079.jpg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비즈를 꾸미기도 한다.

어느날은 집에있는 물감으로 그림을 슥슥 그리기도 하고 비즈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준비해주면 비즈를 한개한개 올리기도 한다. 유투브를 보다가 많이 보았다싶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놓지마 정신줄'책을 가져오기도 한다. 엄마와 동생 곁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화장실에 앉아서 우리는 목욕하는 동안에 보기도 한다. 아이가 4~5살 무렵에는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면 나는 화장실 문간에 걸터앉아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혼자 목욕하는 습관을 조금씩 들이고 있었는데, 혼자 있는 건 싫다고 해서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그런 영향인지 아이는 지금도 목욕을 하거나 화장실에 있을 때 책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혼자 놀기도 하고 함께하기도 한다. 동생과 이불에서 뒹굴거리고 놀 때도 꺄르륵~하기도 한다. 아이는 혼자 크지 않는다. 연필심을 깍을때도, 계란 후라이를 톡톡 깨뜨릴 때도 엄마의 사랑이 함께한다. 손글씨를 적을 때도 영상통화를 꾸욱 누를 때도 아이를 생각한다. 그런 아이 곁에서 이거 했어? 저거는? 확인하고 다그친 적도 많았다. 담임선생님에게 온라인수업 진도를 채우지 않아 문자를 받을 때도, 가정학습지를 제출해야 할 때도 이것저것 아이에게 확인하고 지시를 내린 적이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이도 울고 나도 속상했다. 단지 아이 곁에서 할일을 알려주고 제 시간에 마칠 수 있도록 안되면 한번더 알려주는 일. 그리고 기다려주는 일. 시간이 생기면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마음을 열어주는 일. 그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는 스스로 제법 많이 성장해가고 있고 몸도 마음도 한뼘 더 자라고 있다. 엄마 발사이즈와 같아지고 있고 먹는 양도 엄마를 따라온다.


비오는 오늘, 오랜만에 연차를 냈다. 하루온종일 바깥에서 쌩쌩 달린 자동차의 점검을 받는 날이고, 하루 온종일 집에서 선생님과 그리고 혼자서 시간을 보낸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날이다. 함께 하면 함께하는 대로, 또 혼자서 할 일이 있으면 스스로.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장소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엄마와 아이는 오늘도 성장한다.

이전 07화그렇게.. 66만원을 날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