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일기 21. 맥락을 보는 연습

25년 9월 26일

by 정둘



최근에 친구가 소개해 준

눈썹 왁싱샵이 있다.


이곳은 다른 샵들과는 다르게

얼굴 위주의 왁싱만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이곳은 내가 다녔던 다른 샵과는 다르게

선생님만의 눈썹철학(?)이 있었다.


예전에 다녔던 샵은

선생님이 나에게 원하는 눈썹 모양이 있냐고 물으시곤

그 모양에 맞춰서 작업을 해주셨다.


그런데 여기 선생님은 그런 질문을 하지 않으시는 거다. 그러고선 하시는 말씀이


“사람의 눈썹은 원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모양이 있어요. 제일 좋은 건 그 모양을 최대한 살리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예쁘거든요“


사람마다 양쪽 눈썹의 근육이 다른데,

표정을 지을 때마다 잘 쓰는 근육이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근육에 맞춰서 눈썹이 올라가 보이는 부분은 내려주고, 내려간 부분은 올려주는 작업을 하면,

어떤 표정을 지어도, 양 눈썹이 자연스럽게 보인다고 하셨다.


타 샵에서는 눈썹만 딱 떼 놓고

그 모양을 만드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 선생님은 눈썹 주위의 근육, 자주 짓는 표정에 따라

눈썹을 교정해 주셨다.


눈썹만 보는 게 아니라,

눈썹이 놓인 맥락(?)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사람의 얼굴은 평면이 아니라

둥글기 때문에 얼굴 따라 나는 눈썹은

둥근 형태를 띤다고 하셨다.

그래서 정면에서 볼 때 일자로 보이려면

꼬리의 위치를 조절해줘야 한다고도 하셨다.


그동안 내 눈썹을 보면서,

평면적으로만 생각했지, 얼굴이란

입체적인 구 위에 놓인 존재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확실히, 무언가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은

똑같은 작업을 해도

관점이 다르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그러고선 선생님이 마지막에 덧붙이셨다.


혼자서 눈썹 손질을 하고 싶을 땐,

전신 거울을 한번 보세요.

가까운 거울로 보면,

내 눈썹만 보이지만,

사람들이 보는 내 진짜 모습은

전신거울로 보는 모습이에요.

사람들은 전체가 조화롭다고 보이면

예쁘다고 생각하거든요.


눈썹 샵 원장님은

정말 한 철학하시는 듯하다.


가까운 거울로 보면

내 단점만 보이지만,

전신거울로 보면

내 장점과 단점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들렸다.


눈썹 왁싱을 받다가

이토록 풍성한 배움을 얻게 될 줄이야!

숨겨진 고수를 만난 느낌이다.





오늘의 칭찬일기.


1. 오늘도 수영 수업을 다녀왔다. 예전보다 숨차던 게 좀 덜하지만, 여전히 숨을 몰아쉬는 수린이다. 근데 이따금씩 '아 왜 나는 더 빨리 못 가지? 왜 아직도 이렇게 숨이 차지?'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그러고선 '못해도, 자꾸 앞에 순서에 서서 따라가려고 해야지, 뒷 순서에 자꾸 줄 서면 어떡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의 단점인지, 성향인지 모르겠지만, 적극적이지 않은 나의 모습이 스스로 영 못 마땅해졌다.

왜 이런 생각이 올라왔는지는 모르겠는데, 불쑥 그런 생각이 드는거다. '사람이 말이야, 못 하더라도 앞으로 확 치고 나가야지, 자꾸 멈칫멈칫, 주춤주춤 하면 어떡해!' 이런 생각...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엄마가 수영 다녀오는 날 보더니 말했다. '너 진짜 수영 재밌어하나 봐. 하루도 안 빼먹고 가네?' 하는 거다.


그 말을 듣는데, '그래, 맞다. 나 수영 재밌어하고 있었잖아? 내가 앞 순서에 서든, 뒷 번에 서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이 시간을 즐기고, 재밌어하고, 실력이 조금씩 늘어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면 그걸로 된 거야. '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선, 한편으론, '이거, 나 또 완벽하려고 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다짐했다. 완벽주의보단 완료주의로 가자고.

매일매일 수영 수업에 참석하고, 개운하고 재밌게 수업 듣고 수영하면 그걸로 된 거라고.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스스로 나를 깎아먹는 생각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소리라고, 그리고 설사 좀 적극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할지라도, 그래서 난 섬세하고, 신중한 장점이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상한 데서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왔을 때, 이걸 잘 대처한 나. 잘했다.


2. 오늘 오후에 집에서 작업을 하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너무 졸렸다. 그래서 1분 정도 눈감고 앉아있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옷을 챙겨 입고 집 밑에 있는 카페로 내려왔다. 금요일 저녁이라 평소보다 훨씬 한산하다. 잘 내려왔다. 좀만 더 힘내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보자!


3. 할까 말까 할 땐, 해보라는 말이 있다. 여행 중이라고 생각한다면, 가볼까 말까 할 땐 무조건 가봐야 한다. 또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인생을 여행으로 비유하는 게 참 적절하다. 그래서 할까 말까 할 땐 해보라는 말이 그 말인가 보다. 지금 아니면 또 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여행지는 그 자리에 고정돼있으니, 가볼 수야 있지. 시간은 흘러버리면, 상황과 내 생각이 달라지면 정말 영영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문득문득, 회사에 지원서를 넣는 게 맞는가? 지금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게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일단 그냥 넣어볼 때까진 생각 안 하고, 준비하는 것에 집중해야겠다.

그래. 일단 다음 주까지 서류 준비 잘해보자고! 나 자신 파이팅!



오늘은 할 일이 다 안 끝나서

아마 밤산책 다녀오긴 어려울 것 같다.

대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등산로 산책 다녀와야지.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해보자!


포토샵 같은 호주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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