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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혜진 Mar 09. 2019

이 글은 이민 제도나 방법에 대한  안내서가 아닙니다.

수상 소감

수상소감. 남들도 쓰는데 나도 써야지. 수상소감. 하면서 거의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뭐라고 써야 할지 생각나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글을 읽을 줄 알고 쓸 줄 아는 사람이 글을 써본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고, 다만 작가가 되겠다고 맘먹고 글을 쓴 것은 처음입니다. 일하기 위해서 이메일도 쓰고 가끔 일 때문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고객의 질문에 답변해주기 위해 게시판에 성의 없는 글을 쓴 것이 최근 10년 안에 제가 쓴 글의 전부입니다. 솔직히 읽는 것도 그다지 열정이 없었습니다. 일하다 보면, 살림하다 보면, 눈뜨고 밥하고 출근하고 일에 치이다가 퇴근하고 다시 밥하고 밥 먹고, 겨우 인터넷 서핑이나 하다가 잠들고. 일상이 그렇죠. 게다가 캐나다에 살고 있으니 한글 책 보는 일이 쉽지 않아 휴대전화 화면 속에 자잘한 전자책 글씨를 보느라고 애쓰면서 가끔 책을 읽기는 읽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써볼까? 했던 게 한 3년 전쯤인가..? 싶습니다. 글 잘 쓰는 게 부러워서 어느 작가 겸, 출판사 대표님 소셜 미디어에 얼쩡거리다 어느 날, 내가 이런 내용으로 글을 좀 써볼까 합니다. 하고 연락했더니. 일단 써봐. 하는 답변을 주시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글한 줄 안 써놓고 , 무슨 배짱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나 같은 사람들 때문에 귀찮기도 하셨을 텐데 그래도 험악한 답변이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잊었습니다. 바빴으니까요. 


작년 여름에 한국에 다니러 가는길에 만난 출판사 에디터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 진짜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 써보자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어서 , 몇 개월 동안 후다닥 써봤습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아 글들이 전부 괴발개발 엉망입니다.


어쩌면 오랫동안 마음속에 글쟁이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있었을 겁니다. 그러니 몇 년 동안 머릿속에서 쓰자. 쓰자. 했겠죠.


글을 써서 출판사에 보내봐야지 하던 차에, 브런치가 뭔지도 몰랐을 때, 어디선가 공모를 한다는 광고를 보고 클릭해서 들어가서 작가 신청을 하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받아 그날부터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어떤 광고를 봤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글 쓰는 플랫폼이 뭔지도 몰랐는데… 운명인가 봅니다.


다시 1월에 한국에 가서 출판사 몇 곳을 방문했습니다. 당황스러울 만큼 반응들이 좋아서 믿어지지 않았고,  솔직히 브런치에서 뽑힐 줄도 몰랐습니다. 아직 다 마무리를 못했으니 마무리부터 하자는 마음이었는데, 그사이 브런치에서 당선작을 발표하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제 글이 좋은 글이라서 에디터들이 좋아하는지, 잘 팔릴 것 같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두 개 다 해당됐으면 좋겠지만. 그럴리가요...


솔직히 좀 담담합니다. 이제 나도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나 보다. 하면서 어리둥절합니다. 주변에서 저보다 더 좋아해 주는데, 저는 오히려 좀 부담스럽기까지 합니다. 작정하고 쓸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남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제 글이 공개적으로 읽히면서 혹시 마음 상하고 상처 받는 분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오해의 소지는 없는지 되짚어 보고 있습니다. 제가 좀 소심하거든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글은 이민 제도나 방법에 대한  안내서도 아니고, 이민을 권장하거나 가지 말라고 주장하는 글도 아닙니다. 그건 읽으시는 분들의 선택입니다. 그냥 삶의 어디쯤에서 갑자기 삶이 팍팍할 때 남들은 무슨 사연을 가지고 사는지 궁금할 때, 수다 떠는 마음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단도직입'을 좋아하는 분은 읽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민 가면 좋은가? 나쁜가?  Yes, No로 대답을 듣고 싶은 분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민정보가 필요하신 분들은 온라인 카페를 찾으시면 되고, 이민 박람회를 가시면 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중언부언 말이 많은 아줌마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행복이 무엇인지, 인생을 되새김질하고 싶을 뿐입니다.


일하면서 겪은 일들이고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내놓기 쑥스러운 얘기들이 많지만 재미있게 읽으라고 쓰는 글이니 재미있으면 됩니다. 사실을 바탕을 했으나 각색을 많이 했으니 글의 형식은 에세이 같지만 내용은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어 주세요.

  

뽑아주신 북스 피어 김홍민 에디터님 고맙습니다. 편집의 힘을 발휘해서 좋은 책으로 만들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엉망진창인 글을 뽑으실 때는 그런 자신감이 좀 있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믿습니다.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살기만 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위로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종이책 구입이 어려운 분들은 카카오 페이지에서 전편을 읽을수 있습니다. 

https://page.kakao.com/home?seriesId=5390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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