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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찾기 Mar 20. 2023

돌봄&돌봄&

부모님 이야기

장례미사 해설을 하고 왔다.(성당에서 해설 봉사를 하고 있다.)

환절기엔 돌아가시는 분이 부쩍 는다.

가톨릭신자입장에선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장례미사로 부모님 보내드리는 게 큰 위로가 된다.


내 엄마는 불교신자이고, 아빠는 종교가 없다. 나중에 돌아가셔도 장례미사로 보내드릴 수 없다. 아빠는, 지나가는 말씀으로 아빠만이라도 나중에 천주교로 입교하고 싶다 하셨는데, 그게  언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제는 시어머니와 친정부모님 모시고 저녁식사를 했다. 우리 부부는 예전부터 양가부모님을 모시고 여행도 여러 차례하고 식사도 종종 같이 했다. 아버님 돌아가시고도 시어머니와 친정부모님과도 세 차례정도 여행을 함께했다.


처음엔 어려운 사돈사이였으나 세월이 흐르니 같이 나이 들어가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셨고, 대화가 편안해지셨다.

친정엄마는 씩씩했던 시어머니가 코로나시기 지나면서 부쩍 나이 드신 모습에 측은지심이 느껴지시는가 보다.

어쩌면  미래 당신의 모습을 거기서 보시는 듯하기도 하다

시어머니는 인지장애가 진행 중인데, 허리가 꼿꼿한 친정엄마를 보고 “나이가 70 도 안 됐지?” 하셔서 모두 빵 터졌다.(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서로의 나이도 알고 계셨었다.)
내가 “어머니, 친정엄마 올해 80 되셨어요” 했더니, “어휴 젊어 보이시네. 70 도 안된 줄 알았네”하신다.
나는 친정엄마에게 “오늘은 엄마가 쏘셔야겠네. 70도 안 돼 보이신다니”라고 말했다.


시어머니는 “내 나이(시어머니)는 몇이라 했지?” 하고 여러 번 반복해서 물으신다. 총기 넘치시던 시어머니가 당신 나이도 자꾸 잊으시는 게 애잔하다.


시어머니는 갑자기 좀 심각한 표정으로
"내 뇌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하대"라고 하셨다. 누군가에게 얘기를 들으셨나 보다.
나는 “어머니 연세가 86세 되셨잖아요. 뇌도 오래 쓰니까 살살 늙는 거예요. 저도 50 넘으니 기억이 깜박깜박하는걸요. 자꾸 움직이고 사람들하고 수다도 떨고 하는 게 뇌에 좋대요. 그래서 고모가 어머니 주간보호센터 가시라고 한 거예요. 가셔서 수다도 떠시고 그림도 그리고 운동도 하시고 그러시라구요.”일부러 별거 아닌 듯 태연한 표정으로 말씀드렸다.


혼자 사시는 시어머니는 한 3개월 전부터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신다. 코로나 시기에 운동 안 하시고 집에만 계시면서 건강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셨다. 척추협착이 있어 허리가 아프니 습관적으로 누워만 계셨고, 그러다 보니 근육이 빠져, 순식간에 걷는 것도 불편한 지경이 되셨다. 전문재활병원에 좀 입원하셨다가 딸의 추진으로 낮에만 주간보호센터를 다니게 되셨다.

어머니는 딸(애들 고모)이 한 명인데 어머니와 같은 아파트 바로 옆동에 산다. 우리 집과는 차로 5분 거리다.

가까이 사는 딸과 아들(남편)이 수시로 들여다보고, 몇 달 전부턴 네 남매가 순번을 짜서 주말마다 시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혼 초 내게 좀 쌀쌀했고, 그래서 무섭게 느껴졌던 시어머니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게 잘하셨다. 인지장애가 오신 후론 순한 표정으로 좋은 말만 하신다.

오늘 친정부모님과 헤어질 때는 엄마손을 꼭 잡으며 "똑똑한 딸 잘 키워서 보내줘 고마워요" 이러신다.
예전 총기 좋으실 때, 우리 부부가 양가 부모님 모시고 좀 비싼 음식 사드리면, “우리 아들덕에 이런데 오는 거”라고 생색내셔서 내 빈정을 살짝 상하게 하셨던 그 어머니는 이제 없다. 진짜 어머니의 본모습은 다정한 분이었던 거 같다.


아이들을 정신없이 키우고 겨우 숨 돌리고 돌아보니, 늙고 아프기 시작한 부모님들이 기다리시는 느낌이다. 건조하게 말하면, 아이들 ‘돌봄 노동'이 끝나니 부모님 '돌봄 노동'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다.


이제야, 드디어, 내게 집중하며 살기 시작한 '나의 생활, 내 삶'이 유지될 수 있길 소망한다.

균형잃지 않고 부모님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지혜가 요구되는 때가 오고 있음을 느낀다.


2023. 3. 13에 쓴 글을 마무리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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