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로봇이 댄서가 되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 부르는 것도 아니고, 줌바하면서 왜 줌바한다 말을 못 하셔? 이렇게 좋은 운동을?"
부부모임 마치고 집에 와서 내가 말했다.
중년 남자가 줌바를 추는 게 그렇게 흔하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내가 끌고 간 것도 아니고 남편이 자기 의지로 다니기 시작한 건데 부끄러워하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줌바가 부끄러우셔? 중년남자가 줌바를 시도하는 게 오히려 멋지고 신선하지, 뭘 감추시나?"
한술 더 떠서, 과장된 유쾌함을 섞어 이런 말도 했다.
" 나중에 당신 줌바하는 영상 찍어서 어머님께 보여드려도 재밌겠네. 예전엔 효도한다고 색동저고리 입고 재롱도 부렸다는데, 아들 줌바하는 영상 보시면 어머니가 얼마나 재밌어하시겠어?"
동갑인 남편과 나는 20살에 만나, 함께 한 세월이 쌓이다 보니, 나는 남편의 마음이 어떤 말로 편안해지는지 좀 안다.
"애들도 새로운 도전을 하는 아빠에게 배우는 게 많을 거야."
남편은 애들이 좋아한다면 뭐든 신나서 더 열심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