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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찾기 Mar 03. 2023

엄마로서 나의 기본자세

부모에게 들으면 좋았을 말들

나는 겁이 많고 걱정이 유난하신 부모님 아래 자랐다. 정확하게는 엄마는 엄격하며 소심했고, 아빠는 정이 많으셨지만 표현에 서투셨고 매사 겁이 많으셨다.


두 분은,

뭔가 하고 싶다고 배우고 싶다는 말에


이러저러하니 하지 마라,
위험하니 하지 마렴.
나중에 해도 된다.
어른이 된 후 하렴.   

소리를 주로 하셨다.


반항을 시작할 법한 사춘기 시절 무렵, 가정의 경제위기가 겹쳐 닥쳤고 부모님 안쓰런 마음이 사춘기 방황을 덮었다.

말 잘 듣고 부모님이 든든히 믿는 딸로 컸다.  


나는 재능은 조금씩 두루두루 있는 편이었다. 뭐든 쉽게 배웠는데 그게 독이 됐는지, 깊게 천착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노래하는 걸 좋아해 초, 중학교 때 합창단 활동을 6년 했고, 그림도 제법 그렸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것도 즐거워했다. 갑작스러운 가정의 경제적 위기로 살짝 우울한 시기엔 책을 읽고 시와 글을 끄적였었다.

진중하고 믿을 만한  타입이었는지 학교에선 학급임원을 도맡아 했고, 집에서도 엄마의 여러 걱정거리를 들어주는 존재였다.- 그런 역할이 반갑지 않았지만 늘 그렇게 되었다.      


재주가 있는 사람인 건 같은데 특별히 스스로 뭔가를 이룬 건 없고 직장생활 5년 하다가 연년생 아들 둘을 낳았을 때 퇴직을 했다.


나는 모험을 두려워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컸다. 주부로서나 일상생활에서도 좀 어설프고 서툰 사람이다. 사람들은 나를 야무지다고 말하는데 남편이나 절친한 이들은 나의 실체를 안다. 보이는 것과 실제는 늘 거리가 있는 법이다.


가끔 나는 내 타고난 기질이 어린 시절 꽤 오랫동안 억눌리고 왜곡되어 내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 분연히 떨치고 깨고 나올 수 있을 만큼의 용기와 패기는 없으니 변명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한다.


나같이 좀 유약하고 순응하는 성향의 사람은

그래, 하고 싶으면 한번 해 봐.
오, 소질이 있는데.
까짓 거 별거냐 해보면 되지.
실패해도 얻는 게 있어.
그 순간을 즐겨.

이런 응원과 격려를 받아야 움직일 수 있는 아이였지 않았을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나는 내 아이들에게 내가 부모에게 “듣고 싶었던 말들”을 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정말 듣기 싫었던 말은 안 하려고 노력했다.

나로 인해 그들이 타고난, 고유하고 좋은 에너지가 꺾이고 왜곡되고 좌절하는 일이 없길 바랐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무언가를 시도하려 하고, 하고 싶은 것을 말할 때,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생각이 '저런 얼토당토않은 걸 하려 하다니, 황당하다' 싶어도 내 마음속 부정적인 생각 그대로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는 대범하지 못하고 모험을 두려워하는 성격이라는 걸 스스로 알기에 내 단점이 아이들에게 스며들지 않도록 애썼다.

그런 마음가짐이 엄마로서 나의 기본자세였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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