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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Dec 29. 2022

습관을 고치는 거의 유일한 방법

심각한 치통이 시작됐습니다. 

단단하고 얇은 음식을 씹을 때 느닷없이 찌릿한 통증이 일어나곤 합니다. 

치과를 여러 차례 찾은 끝에 어금니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금이 간 어금니를 뽑고 임플란트 치아를 이식했습니다. 


몇 달이 지나자 이번에는 임플란트가 헐거워졌습니다. 

인공치아의 죔쇠를 조이러 다시 치과를 찾았습니다. 

전문의가 자세히 살펴본 후에 내린 결론. 

"어금니를 무는 힘이 너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금니에 금이 가고 임플란트가 풀리는 것입니다." 


의식적으로 관찰한 결과, 

무의식적으로 어금니를 꽉 무는 습관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습니다. 


문제는 이 습관을 고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어금니 쪽에 의식을 두고 있으면 괜찮지만 그건 잠시일 뿐, 

어느새 주의는 다른 곳으로 향하고 

내 어금니는 다시 과도한 긴장과 압력에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입니다. 

근육의 힘을 빼기 위해 보톡스 주사를 맞았지만 그 효과도 제한적이었습니다. 

언제 다시 어금니가 쪼개지고 임플란트가 부러져 재시술을 받아야 할지 

불안한 상태가 되어 버렸지요.

    

삶의 질은 무엇에 의해서 결정될까요. 

순간순간 맞닥뜨리는 선택의 순간에 내리는 결정일까요. 

그렇다면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자유의지일 것입니다. 

점심때 무엇을 먹을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 결혼을 할지 말지 같은 결정은 

취향과 가치관, 그리고 의지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삶은 의식적인 선택 보다, 

'무의식적으로 어금니에 힘을 주는 것' 같은 사소한 습관에 큰 영향을 받을지 모릅니다. 

예를 들면 허리를 꼿꼿이 펴고 걸을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구부정하게 걸을지, 

옆 차선에 있던 차가 갑자기 끼어들었을 때 짜증을 낼지 안도할지, 

밥을 먹을 때 허겁지겁 먹을지 찬찬히 꼭꼭 씹어 먹을지, 

가까운 곳에 갈 때 걸어갈지 차를 타고 갈지,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서 결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행동들은 각 개인마다 일정한 패턴을 가집니다. 

그걸 우리는 습관이라고 부릅니다.


습관은 중요합니다. 

어떤 습관이 있는지를 살펴보면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습관은 신체적 습관(행동 습관)과 정신적 습관(사고 습관)으로 나뉩니다. 

신체적 습관은 자세, 표정, 말투, 밥 먹는 버릇,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동작 같은 것들입니다. 

정신적 습관이라고 하면 

해야 할 일을 바로바로 하는지 미루는지, 

타인의 의견에 대해 수용적인지 비판적인지, 

갈등을 유발하는지 회피하는지, 

대체로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지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지 등등의 경향성을 말합니다.    


정신적 습관(사고 습관)의 한 예를 들어볼까요. 

한국 사회에서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낮추는 것이 대체로 미덕으로 여겨집니다. 

요즘은 좀 달라졌지만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는 말을 거의 세뇌가 될 정도로 자주 들으며 자라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조건 자기를 부정하는 것이 말버릇인 사람이 참 많습니다. 

심지어 객관적인 사실을 얘기해도 일단 부정하는 것으로 말을 시작합니다. 


"좋은 학교에 진학했다고 들었어. 축하해."
"아니에요. 운이 좋았어요."


"지난해 산 집값이 많이 올랐다면서요?"
"아니에요. 이 집이 뭐 제 것인가요 은행 것이죠." 


"혈색도 좋고 건강해 보이네요. 젊어 보이십니다." 

"아니야. 나이가 드니 안 아픈 데가 없어."


말투든 무엇이든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건강에 좋지 않은 행동 습관이나 부정적인 말버릇을 바꾸려는 사람들, 

혹은 자녀나 배우자의 습관을 바꿔주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실패합니다. 


습관의 뿌리가 되는 마음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습관의 원인은 마음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 뿌리를 없애지 않는 한 습관은 고쳐지지 않습니다. 


나에게도 고치고 싶은 고질적인 습관이 있었습니다. 

대화를 할 때 흥분하는 습관입니다. 

특히 내가 납득하기 힘든 의견이나 태도를 맞닥뜨렸을 때 불같이 확 달아오르곤 합니다. 


대화의 목적이 내 생각을 이해시키고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라면, 

흥분하는 태도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합니다. 

반발과 대결을 초래해 감정싸움으로 비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흥분하는 말버릇 때문에 무척이나 많은 오해와 손해를 자초했습니다. 


바꾸려고 무던히 노력해 보았지만 잘 바뀌지 않았던 이 습관이 

명상을 시작한 이후 상당히 고쳐졌습니다. 

우선 화가 많이 줄었고 목소리의 톤이 차분해졌습니다. 

많이 들으려 하고 충분히 생각한 후에 신중하게 말을 합니다. 

아예 내 의견을 내놓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금 기다리다 보면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도 어처구니없거나 억울한 상황에 처하면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러나 그 분노를 바로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화가 난 마음을 지켜보고 알아차리고, 분노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대한 견해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내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마음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또 부정적인 생각의 뿌리가 분노, 욕심, 어리석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사람의 말을 듣고 너무너무 억울하고 섭섭한 기분이 든다면, 

어쩌면 인정받고 싶은 욕심, 사랑받고 싶은 욕심이 

마음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알지 못하는 것은 고칠 수 없다. 

앎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억지로 고치려 하면 저항만 커진다. 


<알지 못하는 것은 고칠 수 없다> 

긴장하면 어금니에 힘을 준다는 사실, 기분이 나빠지면 언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면 고칠 수 없습니다. 

혹은 알더라도 바꿔야 한다고 절감하지 않으면 고칠 수 없습니다. 

그냥 아는 것이 아니라 습관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알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스스로를 면밀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이 일어나고 신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앎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속이 끓어오르는지 아닌지 계속 지켜보고 있어야 합니다. 

관심과 관찰이 끊어지는 순간, 

나라는 존재는 마음이 일어나는 대로 휩쓸려 버립니다. 

몸도 늘 하던 대로 마음의 반응을 쫓아갑니다. 

훈련하고 연습하면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명상에서는 그것을 '사띠를 유지한다'라고 말합니다. 


<억지로 고치려 하면 저항만 커진다>

마음의 속성을 깨달아야 합니다. 

마음에 힘을 가하면 더 큰 반작용이 일어납니다. 

마음은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극복해야 할 대상도 아닙니다. 

마음은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이며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마음과 싸우지 말고 통제하려고 하지도 말고 그냥 내버려 두고 가만히 바라보세요. 

그러면 분노, 미움, 시기, 질투, 욕심, 들뜬 마음이 속절없이 사라집니다. 

더 나아가 신체의 긴장도 알아차리면 이완됩니다. 

사고 습관도 행동 습관도 그 뿌리가 사라지면 자연히 완화되거나 사라집니다.   


뿌리 깊은 습관을 고치는 거의 유일한 방법. 

몸과 마음의 상태를 관찰하고 그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것, 바로 명상입니다.  


신수정 作  Jeju 2021 Summer-2     종이에 수채와 잉크(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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