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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Aug 15. 2021

우리 모두가 가진 초능력, 사띠 (Sati)

 "넌 어떤 초능력을 갖고 싶냐?" 
친구들이 물어보면 이렇게 답하곤 했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운이 제일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왜?"

 "운이 억수로 좋으면 시험 때 막 찍어도 다 맞고, 

어디에다 투자해도 대박이 나고, 

별생각 없이 한 행동이 다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 아냐. 

얼마나 신나겠냐."

(30년 뒤 그런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가 실제로 나타났습니다. 

영화 '데드풀 2'에 '도미노'라는 캐릭터가 나오는데, 문자 그대로 강력한 행운이 초능력처럼 발휘됩니다.) 


하늘을 날고 벽을 타고 타인의 생각을 조종하거나 염력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초능력은 없지만,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초능력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혹은 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각自覺'하는 능력입니다.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눈, 코, 귀, 혀, 피부 같은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정보를 

뇌에서 해석함으로써 우리는 외부 세계를 인식합니다. 


그런데 명상적 관점에서는 우리에게 하나의 감각이 더 있다고 봅니다. 

바로 '마음'이 여섯 번째 감각입니다. 

마음으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개념을 통하지 않고 그냥 직관적으로 아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우리는 지금 자신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문제입니다. 

또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공간 감각과 함께 시간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에 대해 전혀 의식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이밖에도 너무나 많습니다.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피부에 와닿는 부드러운 공기의 흐름, 

한 순간 마음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생각과 감정, 

몸의 일시적인 긴장감 등. 

이렇게 오감과 마음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은 1차적인 알아차림입니다. 


우리는 한 차원 높은 알아차림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능력을 '사띠 Sati'라고 합니다. 

사띠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기본 의미는 '기억'입니다. 

그러나 명상 수행과 관련해서는 '마음 챙김' '알아차림' 등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사띠가 얼마나 중요한지, 

명상 스승들은 '수행이 사띠에서 시작해 사띠에서 끝난다'라고 강조합니다. 


감각이나 마음으로 아는 것과 사띠로 아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요.


'새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감각의 작용입니다. 

'새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안다'는 사띠의 작용입니다.

'화가 난다'는 것은 마음의 작용입니다. 

'화가 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사띠의 작용입니다.  

'숨을 쉰다'는 것은 몸의 작용입니다. 

'들숨과 날숨을 자각하는 것'은 사띠의 작용입니다. 


듣는 것과 듣는다는 것을 아는 것, 

화를 내는 것과 화가 난다는 것을 아는 것, 

숨을 쉬는 것과 숨 쉬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에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그것은 의식의 전환입니다. 

세상과 나를 느끼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입니다. 


자각(알아차림)이란 의식의 수직적 전환입니다. 

자각(알아차림)은 우리가 볼 때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며, 

생각할 때 우리 마음에 무엇이 일어나는지 알게 해 줍니다. 

감정을 느낄 때 우리가 지혜로운 자기 연민의 마음으로 그것과 관계 맺도록 해줍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적 스승들이 하는 공통적인 가르침이 있습니다. 


'지금 여기를 살아라(Carpe diem).


흔히들 이 말을 '게으르거나 미루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하지만 이 말에는 더 심오한 뜻이 숨어 있습니다. 


'현재 너의 몸과 마음과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자각하고(알아차리고) 

그 자각(알아차림) 속에 계속 머물러 있으라'는 것입니다.   

  

디즈니 영화 '소울'을 보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시니컬한 영혼 22가 존재와 생명의 의미를 깨닫는 장면이 나옵니다. 

40대 재즈뮤지션의 몸에 들어간 영혼 22는 뉴욕의 뒷골목을 헤매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과 피부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바람, 

그리고 흩날리는 씨앗의 움직임을 느끼고, 

지금 이 순간 생명으로써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자각하게 됩니다. 

이 알아차림은 새 생명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집니다.   


단 한 번이라도, 순수하게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며 그 상태에 머무른 적이 있나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사띠입니다. 

사띠는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을 뿐.


신수정 作 비밀의 숲       아이패드(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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