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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상대적인 것이라는데, 영원은 그 말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히 흘러간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괴로움도, 기쁨도, 결국에는 지나간다. 시간이 모든 걸 치유한다는 흔한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상실은 더디지만 착실히 극복되었다. 잃어버린 수많은 것들이 있었다. 사람, 장소, 꿈. 그 많은 것들을 흘려보내는 법을 영원은 깨우쳤다.
“무언가를 잊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흘러야 할까?”
그런 질문을 던진 이유는 그 날이 영원에게 가끔 찾아오는 힘겨운 날이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과거에 머무는 시간. 흘려보냈다고 생각한 것들이 저를 엄습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러므로 그는 영원의 바람을 담은 질문이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전제는 시간이 흐르면 결국에는 잊을 수 있다는 것이었으므로. 그러나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던 설희가 대답한다.
“어떤 기억이냐에 따라 다르지.”
“빨리 잊는 방법도 있나?”
“좋은 기억을 덧입히는 거.”
기억은 기억으로만 잊을 수 있다고 설희는 얘기했다. 그 말이 납득이 간 탓에 영원은 어떠한 아득함을 느꼈다.
“어렵네.”
기억을 만든다는 것은, 잊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