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살아있는 존재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언제인지 기억하기 어려운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 순간부터 설희는 이 멸망한 세계에 정말로 영원과 자신만이 남겨졌다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오늘 편의점 다녀올게. 뭐 갖다 줄까?”
영원은 어딘가 다녀올 때면 어김없이 물어왔다. 무엇을 ‘가져다줄까’ 하고. 그게 그만의 애정을 베푸는 방식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았으나, 마음은 그를 받아들이기 버거웠다. 마음도, 애정도 받아본 사람이 받을 줄 아는 것일까. 조금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지만, 설희는 제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스크림, 있으면.”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를 양손 가득 들고 돌아오는 영원을 상상했다.
“알았어.”
성실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설희는 설핏 웃었다. 분명 그가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대답이었는데, 이제는 조금 궁금했다. 언제나 자신이 받고 싶은 것을 주려는 영원이, 그를 줄 수 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문 앞에서 영원을 배웅하며 설희는 제 소망에 심장이 답답하게 눌리는 기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