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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흐른다. 설희는 그것만큼 명확한 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뿐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있어서도 시간이란 건 빠르게 흐르기도 했다가, 또 느리게 흐르기도 했다. 영원을 만나기 전까지의 시간을 가늠하던 설희의 귓가에 담담한 목소리가 흩어진다.
“무언가를 잊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흘러야 할까?”
질문의 의도는 모를 수 없었다. 전제가 분명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희는 영원에게 오롯한 거짓을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소녀는 최선의 대답을 내놓았다.
“어떤 기억이냐에 따라 다르지.”
그리고 애석하게도 질문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빨리 잊는 방법도 있나?”
초조한 목소리에 설희의 입매가 씁쓸하게 호선을 그렸다.
“좋은 기억을 덧입히는 거.”
“어렵네.”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단 한 가지 설희가 확신했던 것은, 어떤 기억은 결코 잊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를 영원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모든 기억이, 흘러가는 것이기를 진심으로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