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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Jun 07. 2024

맛과 향의 나라 pt.1

리시케시



지금까지의 식사 중 기록해 둘 만한 것들

교리가 엄격한 힌두교의 성지인 만큼 리시케시의 마을 전체는 육식을 금하는 분위기다. 단백질 섭취에 잘 신경 써야 하는 동네다.

 

 육류가 없이도 훌륭한 맛(특히나 국물에서)을 내는 데에는 그만큼의 어떤 노력이 깃들어있다. 유제품을 잔뜩 소비하는 인도는 기(Ghee, 정제버터)나 다히 (Dahi 요거트)를 이용한 음식이 많다. 보통은 기를 베이스로 한 각종 커리에 쌀밥과 짜파티같은 빵을 곁들여 먹는데 대부분 탄수화물과 지방, 당-염분 위주의 근현대 전까지의 한반도 식단과 비슷한 면이 많다. 때문에 음식들이 입맛에 잘 맞을 텐데 앞서 언급한 이유들로 자칫 잘못하면 살이 쭉쭉 찔 수가 있다.


1. Tikki Chaat

50INR = 800원

티키 차트, 감자전이다. 주문하면 초벌로 익힌 덩어리 감자 반죽을 친히 맨손으로 으깨어 기름에 구워준다. 납작하게 튀긴 감자에 양파와 고수 처트니(페스토), 요거트를 비롯한 여러 매운 소스를 뿌려준다. 이대로도 굉장히 맛있지만 조금 더 친숙한 맛을 원한다면 소금만 뿌려달라고 하자.

 감자는 정말 대단한 식재료다. 주식으로 삼아도 될 만큼 균형 잡힌 영양에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대단한 생명력.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주렁주렁 잘 자라는 효율까지. 게다가 맛도 있고, 참 감사한 식물이다.


2. Bilva juice

20INR = 320원

 같이 수련을 하는 동료 인도 아주머니들도 처음 본다는 과일 빌바(Bilva)다.

 히말라야에 가로막힌 대륙의 더운 공기가 만들어내는 인도의 살인적인 더위는 이곳 사람들에게 소금과 설탕의 섭취를 촉진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음식이 달거나 짜거나 달면서 짜거나 하는 식인데 이 과일은 적당한 단맛이 아주 입맛에 맞는다. 할머니네 농장에서 나온 상품가치가 없는 파치복숭아를 갈아놓은 듯한 이 맛은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신기한 게 믹서기도 수동. 아저씨가 핸들을 돌리면 주스가 바닥에서 역류해 올라온다.


3. Samosa

20 INR = 320원

 외국인들에게도 익숙한 거리음식 사모사. 강력분으로 반죽한 듯한 단단하고 두꺼운 껍데기에 여러 채소와 감자를 넣고 튀긴 음식. 조금 무거운 야채만두 같다. 소스는 케첩과 고추로 만든 것 같은데 그냥 떡꼬치소스다. 맛있고 배부르고 익숙한 맛. 두 개 먹으면 체함.


4. Cookies

10INR = 160원

 쿠키다. 쿠킨데 오븐이 심상치 않다. 장작불로 구워내 약간 불향이 입혀진 쿠키. 이것 역시나 상당히 달콤한 게 당 떨어질 때 하나 주워 먹으면 그만이다. 땅콩쿠키에 코코넛을 뿌린 것을 먹었다.


5. Chapati, Roti

보통 20INR = 320원

 모든 밀가루 음식은 비옥한 초승달지대, 즉 메소포타미아(현재의 이라크지역)에서 시작한다. 1만 년 전 첫 농경이 시작된 이곳에서 보리와 함께 주로 기르던 것이 밀이다. 초기의 조리법은 밀을 절구에 넣고 가루를 내어 물에 끓인 ‘죽’의 형태인데 이것이 점차 발전하며 ‘반죽’이 되었고 그 뒤를 이어 자연에서 조리하기 가장 쉬운 형태인 납작 빵(플랫브래드)으로 진화했다. 인도의 짜파티를 비롯해 서아시아의 난(Naan), 그리스의 피타(Pita), 이탈리아의 포카치아(focaccia) 등은 전부 기원이 같다. 참고로 이탈리아의 피자는 과거 그리스로 외교를 떠났던 사람들이 납작한 빵, 피타위에 음식을 올려먹은 뒤 소스가 벤 빵을 뜯어먹던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한 음식이다. 당시의 기록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아 우리는 우리의 접시까지 먹어야 하는구나. “


 아무튼 한국의 인도음식점에선 난을 같이 먹지만 보통의 탈리집(정식집)에선 짜파티가 나온다. 짜파티는 우리로 치면 발효시키지 않은 부침개에 가깝고 난은 이스트를 넣고 발효를 시킨 빵이다.


6. Indian Chinese

대략 150INR씩 = 2400원

 어느 나라에 가던지 그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은 중국음식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의 짜장면이 그러하듯 이 조리법은 생존력이 대단하다. 인도 역시 중국과 접한 나라인 만큼 비슷한 색채의 인도식 중국요리가 많이 있다.

 모든 밀가루 반죽의 기원인 플랫브래드로부터 내용물을 채운뒤 다시 반죽으로 덮는 조리법으로의 비약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때문에 만두는 면만큼이나 세계적인 조리법이다. 이탈리아의 칼조네와 라비올리, 중앙아시아의 삼사(Samsa), 중국의 만두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모양부터 조금 우기자면 샌드위치도 만두형 음식이다. 사진에 있는 것은 모모(momo)라는 만두인데 티벳과 네팔 등 히말라야 주변국의 향토음식이다. 티벳은 중국이 아니지만 슬프게도 중국음식점에 가면 티벳음식을 판다.


7. Thenthuk

250INR = 4000원

 한국음식이 그리울 때 찾는 뗀뚝. 약간 새콤한 채소국물에 수제비를 띄워놓은 것이 김치수제비 같은 맛이다. 수제비 대신 면이 들어가면 뚝바(Thukpa)가 된다. 이 역시 티벳의 음식.


8. Aam Ka achar

반찬

망고피클. 우리가 먹는 달콤하고 큼직한 노란색 망고가 아닌 초록색의 작은 망고, 사우어망고를 절인 음식이다. 절인 식물의 특유의 산미와 고추의 맛이 한국의 절임들과 비슷하다. 맛은 훠어어얼씬 강해서 아주 코딱지만큼만 잘라내어 먹어야 한다. 많은 양의 머스타드 씨드와 함께 절여 강한 겨자향이 난다.


9. Chur Chur Naan & Chicken Pozole

350INR = 5600원

 조금 비싼 레스토랑에서 먹은 츄츄난과 치킨 포졸. 이름이 귀여운 츄츄난은 인도 북부, 푼잡(Punjab) 지역의 음식이다. 보통의 난 처럼 약간 발효시킨 반죽에 감자나 파니르(Cattage cheese, 치즈)를 채워 구워낸 것을 똑같이 여러 처트니에 찍어먹는다. 감자고로케.

 포졸은 나도 이번에 처음 본 음식으로 검색해 보니 멕시코의 음식이라고 한다. 이 또한 인도형으로 개조된 음식으로 토마토와 고추가 잔뜩 들어가 친숙한 맛을 낸다. 한 달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은 고기. 닭볶음탕

 

10. Bowl, Oat Porrige

여기서부턴 급식 특집이다. 요가원 요리사의 손맛이 아주 훌륭해 매일 든든한 식사를 챙겨 먹고 있다. 요리사로서 레시피를 알려달라는 건 극찬 중 극찬, 나는 매일 귀찮게 주방에 들어가 이것저것 물어보곤 한다. 덕분에 금세 친해졌다.

바나나와 아사히베리를 갈아 만든 아사히볼. 치아시드 (Chia Seed)와 석류, 견과류가 잔뜩 올라갔다.

오트로 만든 달달한 죽. 코코넛이 들어가 아삭한 식감과 고소한 향이 일품이다.


11. Jackfruit Masala

충격

 대체 뭔지 감도 안 잡히는 식재료다. 주방에 물어보니 한껏 웃으며 “뭔지 맞춰봐 “라는 요리사. 당연히 못 맞췄고 정답은 잭 푸르츠. 두리안 같은 생김새에 그와 걸맞지 않은 평범한 맛의 과일 잭 푸르츠는 동남아시아에서 그저 과일로써 몇 번 먹어봤었다. 당시 베트남 숙소의 주인아주머니는 과육을 다 먹고 남은 씨를 쌀과 함께 잡곡밥으로 지어먹는다고 알려줬었다. 과육을 요리에 이용한 건 이번이 처음. 과일로 먹는 콩 같은 과육이 아니라 그를 감싸고 있던 섬유질을 요리한 것으로 추정. 죽순 같은 식감. 양배추 같기도 하고 아주 맛있다. 일단 소스가 너무 맛있음 ㅎ


12. Malai Kofta


 코프타(Kofta)는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북아프리카의 미트볼 또는 미트로프를 부르는 총칭이다. 이건 당연히 고기로 만든 것은 아니고 파니르(Paneer)라는 인도의 치즈로 만든 것이다. 리코타와 비슷한 식감과 향을 내는 파니르(사실 만드는 법이 같음)에 이것저것 넣고 동그랗게 튀긴 것. 이후에 나올 다른 종류의 코프타와 함께 요가원 투톱. 한국 가면 꼭 만들어봐야겠다. 소스는 버터커리.


14. Southern Indian

남부의 도사(Dosa)와 이들리(Idli)다. 도사는 얇은 크레이프 반죽에 감자를 얇게 펴 발라 동그랗게 말아 구운 것으로 바삭한 식감이다. 이 크레이프를 달(Dla 콩 스튜)이나 채소스프에 찍어 먹는다. 고소하고 적당히 맛있는 무언가 딱 남쪽의 맛. 보통 북부는 감자, 남부는 토마토를 자주 이용하는데 인도는 전역에서 감자를 잘 이용하는 듯하다.

 이들리는 약간 시큼한 쌀떡으로 보통 인도 남부나 스리랑카에서 아침식사로 챙겨 먹는다. 이 또한 스프에 찍어 먹거나 위에 나오는 병아리콩과 타히니(참깨 페이스트) 같은 소스에 찍어먹는다.


15. Lauki Kofta

부동의 1위 로우키 코프타다. 위에 언급한 말라이 코프타처럼 채소로 만든 볼을 소스에 버무린다. 로우키(또는 칼라바시 Calabash)라는 오이와 호박의 중간쯤 되는 것을 다져 검은 병아리콩 밀가루 (Black Chickpeas flour)로 반죽해 튀긴다. 로우키의 섬유질이 부드러운 닭고기처럼 결을 만들어내고 병아리콩의 고소한 맛이 대체육으로써의 질감에 시너지를 일으킨다.

 병아리콩은 튀기면 정말 맛있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비건음식인 북아프리카의 팔라펠(Falafel)을 먹어보면 특유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채은이가 이건 한국에 가면 꼭 해달라고 한다. 아마 쥬키니나 국수호박을 구해서 만들어봐야겠다.


번외. Pani Puri

지난 글에서 다룬 적 있는 빠니뿌리. 어제저녁 요리사친구가 병사들 사기증진을 위해 준비했다. 한껏 들뜬 사람들이 아이처럼 기뻐하는 것이 즐겁다. 나도 서너 개 받아먹었다. 매운맛과 안 매운맛. 매운맛은 정말 말도 안 되게 매움… 인도에서의 ‘맵다’는 불닭 x2정도 되는 수준. 앞으로 다녀볼 지역의 음식들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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