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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Jun 14. 2024

초인의 나라

마날리 [로땅패스]


초인들이 사는 나라. 그들은 강하다.

हिंदी : 보훝 순더르! [정말 예쁘다!]


숙소 호스트에게 들은 이야기. 마날리에서 라다크로 가는 고속도로가 지난주에 열렸다고 한다. 6월, 따듯해진 날씨와 여름휴가기간이 겹쳐 현재 마날리는 극성수기를 달리고 있다.


마날리 버스 정류장

 고민하고 있던 라다크-레 여행을 취소하고 조금 더 가까운 로땅패스(Rohtang Pass)에 다녀오기로 했다. 시내만 해도 사람이 바글바글 한데 지난주에 열린 고속도로는 말 그대로 주차장이라고 한다. 바이크를 빌려 다녀올까 했지만 잦은 사고로 작년부턴 이륜차의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뉴마날리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서 왕복 1인당 500루피(8,000원)에 티켓을 예약했다. 주변 투어회사에서 제공하는 지프나 택시는 가격도 비싸고 차량 내부도 좁으니 가급적 공영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개인 투어회사 택시 서비스는 1인당 3500루피 (56,000원)
출발

 시작됐다. 출발한 지 약 1시간 만에 엄청난 교통체증이 시작됐다. 분명 차선이 하나뿐인 것 같은데 세 줄로 나란히 선 자동차들과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 이들의 시공간 개념은 우리의 것과 다르다. 우리도 지난 한 달간의 여행으로 그들에게 동화되어 어느샌가 “4시간 밖에 안 걸리네” 라던지, ”충분히 지나갈 수 있어 “라는 말을 하고 있다.

 며칠 전 머물고 있는 스테이에 새로운 투숙객이 들어왔다. 큰 리트리버 한 마리와 작은 시츄를 데리고 온 이들은 델리부터 직접 운전을 해서 왔다고 한다. 16시간 운전동안 휴식시간은 단 2시간. 강하다.


”너희 인도인들은 정말 강하다… 기차 20시간 타는 게 아무렇지도 않고. “

/ 그렇지. 인도 사람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그냥 해.

옷 괜히 샀.

 엊그제 급하게 구매한 옷들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올라가는 길에 들른 겨울옷 렌탈샵에서 1인당 250루피(4,000원)에 방한 점프슈트와 장화를 대여해주고 있다. 진흙탕에 주차하고 눈밭을 걸을 거라는 남자의 말에 장화만 한 짝씩 빌렸다.(모종의 이유로 결국 사용 안 함ㅋ)

고생하십니다.

  인도는 어디를 가나 사람이 있다. 심지어 기차를 달리는 도중에 보이는 철로 옆 나무아래에도 오물과 함께 작은 군락들이 들어서 있다. 그저 많은 인구때문이겠거니 생각했으나 그것에 더해 그들의 강인한 생존력 또한 이유가 된다.

 이 길을 따라 한나절정도를 더 가면 라다크(Ladak)라는 연방 직할지가 나온다. 히말라야인들의 땅인 그곳은 10세기 무렵 티베트에서 분리가 된 후 라다크왕국으써 직접 자치를 했으나 1947년 인도-파키스탄의 카슈미르전쟁에서 카슈미르가 인도 연방에 자발적으로 편입되며 인도령이 되었다. 그러니까 인도의 주(State)이긴 하지만 독자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독립된 지역이다. 얼마 전 그들의 모습을 담은 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정말 큰 감명을 받았다. 겨울방학이 끝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아이를 업고 얼음물에 발을 담가가며 7일 내내 걷는 아버지들. 그들의 강인함에 그만 넋을 놓아버렸다.


유튜브에 [라다크 등교]라 검색하면 KBS에서 방영했던 영상이 나온다. 꼭 보세요.
오잉?

 잠시 잠에 들었다가 정신을 차렸다.

오…

 다시 정신을 잃을 뻔했다. 말 그대로 천길 낭떠러지. 고도계를 보니 해발 약 3000m. 스카이다이빙할 때 올랐던 높이이다. 이 높이에서 한눈에 땅과 마을이 보이는 게 너무나 놀랍다. 그냥 절벽에 서있는 느낌. 도로의 경사를 대충 가늠해 보니 정말로 절벽을 깎아 만든 길인 것 같다.

때문에 곳곳에 떨어진 바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도로 위 버려진 차들과 도로 아래 낭떠러지에 굴러 떨어진 자동차들에 약간 겁을 먹었다.

휴게소

 인간의 의지란 정말.. 이 높은 곳까지 도로를 깔고 휴게소를 지어놨다. 주차자리를 못 찾을 정도로 사람이 빼곡하게 들어서있는데 그들에게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개념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 아무렇지 않게 버린 쓰레기가 백옥처럼 맑은 히말라야의 강줄기를 따라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달리는 차에서 버리는 플라스틱과 은박지들. 마음이 아픈 일이지만 우리 또한 이곳에 자동차를 타고 올랐으니 이 파괴에 한몫하는 것 같아 침묵했다.

생명줄 기사님

 시내주행을 하는 듯 여유롭게 코딱지를 파며 과속과 추월을 하는 기사님. 그의 눈에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보호결계 같은 것이 보이나 보다. 코너를 돌 때마다 손을 꽉 움켜쥐게 된다. 갑작스러운 사랑고백에 당황해하는 채은. 마지막말은 예쁘게 해야지.

오우야

대단해.

에헤라디야

 오전 7시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야 목적지에 다다랐다. 눈을 처음 본다는 뭄바이출신의 모범생 청년은 아이처럼 잔뜩 신이 난 채로 달려간다. 아스팔트 위 흙먼지 낀 거무튀티한 반쯤 녹은 눈 같은 질감의 눈을 보고 그들은 눈싸움도 하고 바지가 다 젖을 정도로 썰매를 타기도 한다. 그렇게 춥지 않은데 왜 방한복을 빌려 입었나 싶었더니 눈놀이를 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따듯한 휴양지에서 선텐을 하고 수영을 하며 여름휴가를 보내지만 50도를 육박하는 죽음의 더위를 살아가는 그들은 추운 곳으로 휴가를 온다. 휴가라기보단 대피에 가까운가. 아무튼 즐겁다.

또 다른 생명들

 제주의 말보다 털이 두텁다. 말도 식물들도 통통해.

 이제 슬슬 내려갈 시간이다.

…..

기운다….

Maggi

 내려오는 길 역시 차가 엄청나게 막히는 바람에 조금 답답해진 우리는 차라리 나가서 걷기로 했다. 배도 너무 고프고 몸도 으슬으슬. 길가에 보이는 구멍가게에 들러 메기를 하나 시켜 먹었다. 때마침 아까 옷을 빌렸던 가게 옆이라 옷가게 직원이 친절하게 버스가 오는지 지켜봐 줬다. 덕분에 맘 편히 식사를 했다. 저녁 10시쯤 집에 도착해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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