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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Jun 24. 2024

혼돈과 정렬의 나라

마날리 - 찬디가르


혼돈이 지배하는 이곳 인도에서도 치밀한 계산과 계획으로 만들어진 도시를 찾아볼 수 있다.


हिंदी : 꺄와? 네히 아차해! [이게뭐야? 좋지 않군!]


마날리 [Manali]

엄청난 경관
반성하시오

 바쉬스트의 숙소에서 요가원으로 (조기니 폭포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표지판이다. 대충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의미인데 바로 그 옆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물줄기를 바라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3m는 족히 되어 보이는 펜스가 가로막고 있지만 포기를 모르는 그들은 힘차게 쓰레기를 던진다.


나는 왜 쓰레기를 버릴까요?
1.  머저리라서
2. 자연에 대해 1도 신경 안 써서
3. 엄마가 아직도 내 뒤처리를 해줘서
4. 전부다
또 붙잡혔다.

 거절 못하는 김채은씨. 또 붙잡혀서 사진세례를 받는다. 나는 이제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에 어린아이이거나 친구로서 기억하고 싶어 하는 진심이 느껴지는 경우를 제외하곤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다. 밥 먹는 와중에도 길에서 쉬는 와중에도 거침없이 사진을 요구하는 모습에 나도 거침없이 거절한다. 하지만 친절한 채은이는 수 십장의 사진을 찍어주고는 그제야 군중들에게서 벗어난다.

Manali Nature Park

 뉴 마날리에서 올드 마날리로 넘어가는 길에 있는 자연공원이다. 하늘높이 솟은 전나무가 끝없이 펼쳐져있는 아름다운 공원. 올드 마날리로 가는 길은 릭샤 운전기사도 승차를 거부할 정도로 자동차와 사람들로 항상 붐비기 때문에 입장료 20루피를 내더라도 이쪽 공원을 통과해 가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하다. 뉴마날리 쪽은 입장료를 받는 경비아저씨가 있지만 올드마날리 방향에서는 그냥 개방되어 있다.

I see you

정말 멋진 공원이다. 하지만 역시나 엄청난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맛있게 먹고 아무런 생각 없이 두고 가는 요거트 봉지, 양념, 플라스틱 식판, 술병, 과자봉지 심지어 옷가지와 신발들까지.. 거의 대부분이 음식 쓰레기인 점이 우리를 분노케 했다. 아름다운 숲을 바라보며 맛있는 식사는 하고 싶지만 쓰레기는 귀찮다는 듯. 두 번은 올 생각이 없는 건지 그냥 이런 광경에 익숙해진 탓에 별다른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 건지. 하루는 이뿌꾸의 리사에게 남는 봉투를 좀 받아와 쓰레기를 주웠다. 20분 정도밖에 일 하지 않았지만 이미 양손이 가득 차버려 더 이상 주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나마 조금 정돈된 숲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청결의 즐거움을 알아챘으면 좋겠다.

Old Manali

자연공원을 나와 또다시 혼돈으로 가득 찬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서면 여러 가게들이 밀집해있는 상점가가 나온다. 조금 더 현대적인 상점들이 즐비한, 인도인들의 휴양지인 뉴 마날리와 대비되는 올드마날리는 조금 더 외국인들의 여행지 같은 느낌이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구옥들과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가게들이 더욱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오는 길에 우연히 리시케시의 요가원에서 같이 수련을 했던 친구를 마주쳤다. 신기방기.

체험 삶의 현장

지나가는 길에 발견한 모직물 공장이다. 과거의 방식 그대로의 베틀에 끼워진 대마원단과 양모. 집 앞의 한 가게는 양말과 여러 옷가지들을 판매하는데 전부 집에서 기르는 양에게서 얻은 털로 실을 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생산되는 물건의 과정을 한 마을 안에서 전부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여행자의 큰 행운이자 기쁨이다. 아직은 현대의 방식이 접목되지 않은 날것의 그 이야기들.

기쁨

 오다가다 몇 번 마주친 할머니다. 보훝 순더르(정말 예뻐요!)를 난사하는 채은이에게 느긋하고 녹진한 웃음으로 화답해 주던 할머니. 멋진 의상과 흐르는 간지에 사진을 몇 장 찍어드렸고 아마 꽤 만족하신 듯하다. 아이스크림에 행복해하는 아이의 마음이 뒷모습에서도 느껴진다.

헤어웹과 사이키델릭아트

 채은이가 그토록 찾던 헤어웹숍을 발견했다. 직접 색을 고른 실을 머리와 함께 땋는 헤어 액세서리, 작업과정을 지켜보던 채은이는 시장에서 실을 구매해 내 머리에도 하나 만들어줬다. 여러 작업물을 걸어둔 길가의 상점에선 작가의 작업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찬디가르 [Chandigarh]

또또!!

 기약보다 오래 머물렀던 이곳의 시간이 다 지났다. 마지막 아침식사를 꾸리고 남은 채소들을 이뿌꾸카페 아래층 소에게 먹이고 인사를 나눴다. 찬디가르행 버스가 저녁 11시에 출발하는 터라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떠날 수 있게 됐다. 운동을 다녀오고 식사를 하고 짐을 챙기러 가는 길에 다행히 또또를 또 만났다. 오늘은 너무 일찍 놀러 오는 바람에 제대로 인사를 못 했는데 만나서 다행이다. 졸졸졸 집까지 따라와서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갔다.

바쉬스트 - 뉴마날리 - 정류소

 뉴 마날리에 한가운데 위치한 버스정류장은 북쪽의 더 높은 곳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곳이다. 지난주 로땅패스에 갈 때 들렸던 곳으로 관광버스의 느낌이 강한 반면 오늘 우리가 버스를 타는 곳은 저쪽 더 아래 큰 길가에 있는 작은 정류소다. 도보 30분 거리, 뉴마날리는 역시나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어찌저찌 길을 뚫고 차도를 지나 정류장에 도착했다.


마날리 - 찬디가르 버스 정류소
주소 : Private Bus Parking, Simsa Village, Nasog

우리는 인도의 철도예약 사이트 ixigo에서 버스를 예약했다.

 40분 정도 일찍 정류장에 도착했다. 선선한 날씨, 피곤한 발을 쉬며 버스를 기다렸다. 알고 보니 뒤에 보이는 버스가 찬디가르-델리행 버스였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기사아저씨는 계속 찬디가르는 안 간다고 대답했다. 다음 버스겠거니 하고 기다리다 다급하게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탑승했다. 인도에서는 예약한 전화번호로 확인전화를 돌리고 승객을 기다려주니 버스를 놓칠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초췌..

 타는 듯한 열기, 날리는 모래, 먼지바람. 7시간의 이동 후 아침 6시 찬디가르에 도착했다. 마땅히 문 연 가게도 없고 갈 곳도 없어 정류장에서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다. 8시에 문을 여는 카페가 있으니 그리로 가야겠다. 정부의 계획 아래 기획된 도시답게 도로가 일직선으로 정렬되어 있고 서양의 어느 도시들처럼 숫자로 구역을 나눠놨다.

Chandigarh Bird Park

8시 반, 도시의 냄새가 나는 정갈한 카페에서 또 두 시간을 보내고 주변 공원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잘 정돈된 테이블과 에어컨, 반짝이는 타일바닥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역시 도시가 좋긴 하다. 찬디가르의 북동쪽에 위치한 숲 지역(Lake Reserved Forest)에는 새 공원 이외에도 유명한 몇 개의 공원이 모여있다.

Say

 새가 많다. 멋있다. 동물들의 복지가 높은 수준으로 지켜지는 듯 다들 건강이 좋아 보인다. 다람쥐는 몇 번의 시도 끝에 파란 앵무새를 물리치고 식사를 쟁취했다.

하품

 낯선 인간을 마주하고 잔뜩 긴장한 이 다람쥐는 우리가 해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는 여유롭게 하품을 한다. 살다가 다람쥐 혓바닥을 다 보네. 대박 귀엽다.

Kalsang Restaurant

역시나 도시답게 한식을 파는 가게가 있다. Kalsang이라는 이름의 프랜차이즈 식당은 인도, 중국, 태국, 한국, 일본의 음식을 다룬다. 한 줄에 450루피 (7,200원)이라는 상당한 가격이었지만 지난 두 달의 고생에 대한 보상으로 맛있게 먹어치웠다. 두부김치와 선두부 지가에를 주문하고 남은 김치는 포장해 와 숙소에서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양응동닥도 맛있게 생겼네.

Zirakpur

 부잣집으로 보이는 주택이 모여있는 깔끔하게 정돈된 동네, 앞으로 며칠간 지낼 곳이다. 체크인을 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늘어지게 한숨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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