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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Jun 21. 2024

약의 나라

마날리 [바쉬스트]


마날리는 크게 [뉴마날리 | 올드마날리 | 바쉬스트] 지역으로 구분된다.


हिंदी : 나막 깜 디지예! [소금을 조금만 넣어주세요!]


갖지은 쫀득한 한국의 밥이 그립다. 뉴 마날리에서 릭샤로 20분쯤 떨어진 ‘바쉬스트 [Vashist]’에 있는 한 일본식당에 다녀왔다.


Ippuku 카페

 채은이의 한 친한 친구가 얼마 전 마날리를 여행하며 들렸다는 식당. 강력한 추천을 받고 점심식사를 하러 왔다. 길목엔 강아지가 반겨주고 혹여나 미로에서 길을 잃을까 친절하게 표지판도 걸어놨다. 강아지를 네 마리 소를 한 마리 지나쳐 도착한 이곳은 Lisa라는 이름의 중년 여성이 운영하는 가게다. 인도를 여행하다 마날리의 풍경이 마음에 들어 터를 잡은 지 어느덧 수년이 지났다는 이 분은 동네 정세에 빠삭하다. 가게에는 직접 만든 여러 아이템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모두 직접 만들었다고… 일본 특유의 소박함이 돋보이는 게 아주 귀엽다. 오랜만에 동양의 음식을 먹었더니 며칠간 감기몸살로 고생했던 채은이는 기력을 되찾았다.  

막걸리

 얼마 전엔 인도 쌀로 막걸리를 빚었다고 한다. 소중한 꿀단지를 포장했을 법한 보자기를 걷어내자 향긋한 누룩향의 막걸리가 보글보글 잘 익고 있었다. 이 막걸리를 다 마시고 난 뒤에는 남편분이 직접 따온 체리로 술을 담글 계획이라 한다. 반가운 냄새와 소리.

 리사의 남편분은 내력이 독특하다. 9살 때부터 사두(Sadhu - 탁발승)의 길을 걷다 약 10년 전 속세로 돌아왔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 수도승을 그만두었는지 물어보진 않았지만 아주머니와 사랑에 빠지며 지금의 삶을 선택한 것이라 상상해 본다. 매일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 나온 채소 꼬투리들을 소에게 먹이러 가게를 지나치면 아저씨는 항상 집 유지보수에 한창이다. 손재주가 뛰어난 아저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직접 지은 것이라고 한다. 가게 이곳저곳에는 수도승시절 만들었던 가방이나 목걸이 등 섬세한 작품들이 걸려있다. 그 당시 리시케시에서 지냈다는 그와 함께 만트라를 부르며 동네 이야기를 나눴다.

청년회장

 마날리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 다음 목적지는 올드마날리. 그러나 오늘 리사의 보약을 한 그릇 해치우고 넉넉한 마음에 이곳 풍경을 바라보자니 아무래도 이곳으로 둥지를 옮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녀에게 주변 숙소를 물어보니 직접 두 발로 골목을 쏘다니며 이곳저곳 추천해줬다. 그리하여 얻게 된 숙소는 여태까지 중 가장 넓고 깨끗하며 무엇보다 엄청나게 저렴. 해서 3일 정도만 지내기로 했던 계획을 바꾸고 열흘의 시간을 더 보냈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유흥거리를 제공하는 풀이 여기저기 자생하고 있다. 날이 조금 더 따듯해지면 수확하고 말려서 다음 해까지 사용한다고.

이사

 며칠 뒤 뉴마날리에서 릭샤를 타고 바쉬스트로 이동.

청소

 역대급 숙소. 주방 겸 거실이 침실과 구분되어 있는 투룸이다. 다른 곳에 비해 깨끗한 편이지만 약간 쌓인 먼지에 가장 먼저 청소를 했다. 깔끔하게 짐을 정리하고 개운한 마음으로 생활을 시작. 만약 바쉬스트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해 보세요.

Whatsapp (집주인 연락처)
Poonam : +91 82196 67534

작은 방 | 700루피 (월세 : 18,000루피 )
큰 방 | 800루피 (월세 : 20,000루피)
또또 왔어!!

 아침 10시만 되면 놀자고 문을 두드리는 강아지. 또 왔어 또 왔다 해서 또또가 되었다. 동네를 다니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녀석. 늘 태평하게 햇볕을 쬐며 낮잠을 자고 있다.

Vashist

 메인거리를 따라 산이 보이는 방향으로 3분 정도 걸어올라 가면 무료 노천탕이 있는 바쉬스트 사원이 나온다. 사원 뒤편에 자리 잡은, 아직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구옥이 많이 보이는 이 마을은 꼬불꼬불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길들이 많아 방향을 잃기 쉽다. 주민들이 직접 돌을 날라 새로 길을 닦고 있다.

이거 아주 물건이구만.

 가끔 사 먹는 과일주스. 30루피 (=480원)의 아주 저렴한 가격인데 무려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그대로의 과일주스다. 모든 것이 지나치게 달콤한 인도에서 발견한 엄청난 음료. 맛있다.

신기한 곳에 있는 요가원

 마을을 지나쳐 산길을 따라 아무렇게나 산책하다 발견한 요가원. 범상치 않은 외관의 뭔가 엄청난 가르침을 줄 것 같아 검색해 봤는데 생각보다 평점이 좋지 않아 지내는 동안 다른 요가원에 다녔다.

7sisters cafe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유명한 관광지인 조기니 폭포(Jogini waterfall)가 나온다. 우리는 폭포까지 다다르지 않고 가는 길목에 있는 한 카페에 다녀왔다. 노천 화장실!

깍두기

 저녁 8시면 바쉬스트사원에 나타나는 채소아저씨. 갖가지 채소와 과일을 실은 트럭이 나타나면 쪽지를 들고 심부름을 나온 아저씨부터 아직은 어색한 듯 눈치를 보며 새치기를 하는 학생들까지 마을 주민들은 신선한 채소를 사러 나온다. 우리도 장을 좀 보고 낮에 사놨던 달걀로 오랜만에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 먹었다. 쓰고 물렁한 남쪽의 것과 달리 마날리의 무는 선선한 기후로 우리가 아는 익숙한 맛이 난다. 엄청나게 매운 고춧가루로 깍두기를 담가 양배추전과 함께 멋진 저녁식사를 했다.

또 다시 이뿌꾸!

 며칠 뒤 다시 찾은 이뿌꾸 카페. 전형적인 이미지의 일본 여행자 남성이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며 비스듬히 누워있고 우리를 따라 두 명의 젊은 청년들이 입장했다. 얼마 전 빚은 막걸리가 다 익었다는 소식에 한잔 주문했는데 어느새 꼬릿 한 누룩향과 시큼하고 달콤하고 걸쭉한 질감의 아주 훌륭한 막걸리가 되었다. 마지막 남은 감자고로케와 오꼬노미야끼를 하나씩 먹어치운 우리는 그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느긋한 저녁시간을 보냈다. 올드마날리에 지내고 있다는 두 명의 일본 청년들은 우리의 멋진 숙소를 둘러보고는 다음날 바로 짐을 싸 바쉬스트로 이사를 왔다. 역시 마성의 매력이 있는 동네야.

 맨 위 사진 속 남성은 리사의 남편의 아버지이다.

Shrishti Momos Corner

 뉴 마날리에 있는 단골 가게다. 바쉬스트에 지내면서도 시내에 나갈 일이 있으면 꼭 저녁식사를 하고 오는 곳이다. 늘 사람들로 붐비는 이곳은 우리로 치면 동네 레전드 국밥집정도 되는 포지션인 듯하다. 약간 싱겁게 부탁드린 뚝바(Thukba)에 고추 양념장과 식초를 뿌려 먹으면 굉장히 친숙한 맛이 난다. 가게 뒤편엔 끝없이 만들어지는 모모(Momo)를 가득 채운 찜기가 바글바글 끓고 있다.

 

 채은이가 일주일 만에 감기몸살에서 벗어나자마자 나도 같은 증상에 시달렸다. 다행히 인도는 약국이 많고 약도 저렴해서 자주 이용했다. 나는 아마도 코로나에 걸렸던 것 같은 게 몸이 회복된 후에도 냄새가 느껴지지 않아 아직까지도 답답하게 지내고 있다. 바쉬스트에 있는 동안엔 무리하지 않고 여유롭게 식사를 차려 먹고 약간의 운동을 겸하며 체력 회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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