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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Jun 28. 2024

철근 콘크리트의 나라

찬디가르


”나는 말하는 것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리기가 더 빠르고, 거짓말을 할 여지가 줄어듭니다.“

- 르 꼬르뷔지에 -


हिंदी : 세이볼레키! [시바신 만세!]


Capitol Complex

우버

 도시의 삶에 걸맞게 우버를 불러 시원하게 이동한다. 히말라야 기슭을 따라 펼쳐진 인도 대평원(인도 갠지스 평원)의 테두리에 위치한 찬디가르는 펀자브 주와 하리아나 주의 공동 주도이다. 1950년대 영국의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한 인도는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고자 도시계획에 착수한다.

중앙청사

 Sector 1에 위치한 중앙청사(Capitol Complex). 이곳은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꼬르뷔지에’가 디자인한 구역이다. 그의 작품들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입장에 실패했다. 기온이 45도를 웃도는 저지대 평야의 화끈한 날씨에 넉넉히 오후 3시쯤 집에서 출발했고 도착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곳은 하루에 세 번만 입장 가능하다고 한다. 그의 후기 대표작인 ‘찬디가르 주의회 의사당(Palace of assembly)’는 말 그대로 정부건물이라 일반인이 아무 때나 쉽게 들어갈 수 없는 모양이다. 아쉬운 대로 투어 관리소 건물이라도 구경하다 왔다. 그가 직접 디자인 한 건물은 아니지만 근대건축의 핵심인 철근과 콘크리트를 사용해 주변과의 획일성을 강조한 것이 잘 드러난다. 다음날 다시 방문하려 했지만 무슬림의 큰 명절이 겹쳐 개관을 안 한다고 한다.

찬디가르 주의회 의사당 입장시간

1회차 - 10:00
2회차 - 12:00
3회차 - 15:00

평일에는 의사당건물 내부도 관람 가능하다.
쏼라쏼라

르 꼬르뷔지에의 서문.

Le Corbusier centre

  다행히 주변에 그와 찬디가르의 이야기를 담은 작은 박물관 있어 슬쩍 다녀와봤다. 첫 번째 사진에 보이는 상징물은 찬디가르의 심볼로써 활짝 펼쳐진 손에 핵심 연결망을 그려놓은 모양이다. 활짝 펼쳐진 손은 인류의 평화와 번영, 화합을 가져다준다는 의미. 중앙청사 건물 중에는 이 심볼을 이용한 “Open hand”라는 작품도 있다. 재미나게도 이 지역의 지도를 살펴보면 손 모양과 닮았다. 세 손가락에 위치한 네모칸들이 sector 1의 중앙청사 건물들이다.

정체모를 관공서 건물
달콤한 남자

 박물관 내부에는 르 꼬르뷔지에가 이곳을 설계할 때 그렸던 청사진들과 기타 초안들, 당시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두 번째 사진은 아내와 맞잡은 손. 태생이 화가인 그의 그림작품들도 여러 점 보관되어 있다.

Palace of Assembly

 몇 년 전 홍익대의 건축학 교수, 유현준교수의 책 “공간이 만든 공간“을 읽고 건축과 공간에 대해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처음엔 재미난 물리학 대중서적인 줄 알고 집어 들었지만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며 말솜씨에 빠져들었고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여러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유튜브 채널도 열심히 챙겨보고 그의 저서도 몇 권 더 읽으며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창을 하나 내고 있다.


 자연스레 위대한 건축가들의 작품들에 실제로 가보고 시퀀스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그 덜렁거림에 큰 기회를 하나 놓쳤다. 다행히 어떤 훌륭한 건축가분이 블로그에 잘 정리해 둔 것을 발견해 간접적인 관람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랬다.

박영우 건축가님의 블로그

https://m.blog.naver.com/ywpark5293/222639438533​​
반대쪽 건물

 반대쪽에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행사가 있는 날이면 다들 모여 워크샵도 하고 여러 체험도 하는 듯하다. 학생들의 작품들이 걸려있다.


Nek chand’s rock garden

입구부터 재밌다

 1구역 중앙청사 바로 옆 재미난 공원, 락 가든. 매표소의 코딱지 만한 구멍을 통해 1인당 30루피 (480원)을 내고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이곳 작품들의 아이덴티티를 함축시킨 벽이 나타난다. 콘센트 부속품 수..천개?로 마감한 벽.

익숙한 질감

찬디가르 건설 당시 도로 관련 공무원이었던 넥 찬드(Nek Chand)는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산업 폐기물을 주워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자치단체와 서구언론의 극찬으로 정부 보조금을 받아 현재의 락 가든이 만들어졌고 그는 죽을 때까지 수만 점의 작품을 남겼다. 역시나 콘크리트를 많이 이용한 흔적이 보인다.

골목골목

다니는 길이 좁고 미로 같아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공간처럼 느껴진다. 되게 재밌다.

많은 사람들

 미로를 걷다 보면 금세 나타나는 폭포. 벽에는 벌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벽의 갈라진 틈에 집을 짓고 사는 것 같았다. 가족단위 관광객이 엄청 많았음.

좋아

이런 작은 집들도 꾸며놨고.

이런 멋진 공간도 있고

 직선의 도시와 상반되는 꼬불꼬불 둥근 형태들.

동굴

 좁은 통로 사이사이의 그림자.

으시시

 갑자기 나타나는 동굴 속 인형들. 작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위의 작은 집들과 꼬불한 골목들 역시 어린 날 마을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이름을 안 지어줬네

 지나가다 만난 강아지다. 공격적이지 않고 상냥해 보여 동료로 삼았다.

되게 넓다

 먼저 가면 멈춰서 뒤를 돌아보고, 걸음이 늦으면 달려온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보세요.
신기한 물고기
130cm vs 210cm
인형 박물관

 길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널찍한 공터가 나온다. 주변을 따라 벽처럼 세워진 건물들에는 여러 볼거리를 전시해 놓았다. 중앙의 아치형 조형물 가운데 그네가 여럿 걸려있는데 많은 가족들이 신나게 놀고 있다.

오호라

 스토리가 이어지는 인형들. 역시나 버려진 재료를 재활용한 듯.

재활용되지 않은 재료들

 화장실 뒤편으로 쓰레기가 모여있다. 한 무리의 원숭이들이 버려진 무더기에서 음료팩이나 양념뭍은 접시를 찾아 허기를 채우고 있다.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 폭풍을 부르는 정글>

 꿈에 나올 것 같은 모습. 하나 둘, 수십 수백 개의 인형들을 보다 보니 작가의 광기가 느껴진다.

 끝까지 잘 따라온 강아지.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거대한 낙타가 기다리고 있다. 그 낙타의 똥을 주워 먹는 강아지를 보고는 손소독제를 잔뜩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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