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부지런히 다닌 하루. 이번 인도 여행에서 마지막이 될 시장쇼핑에 다녀왔다.
델리에는 거대한 메이저급 시장에 몇 개 있다. 오늘은 첫 날인만큼 가장 큰 시장인 “찬드니 촉(Chandni Chowk)”에 다녀왔다.
델리 시장에 대해 잘 정리해 둔 블로그.
https://blog.naver.com/indiaembassy_seoul/221066880728
हिंदी : 끼엣나뻬싸? [얼마예요?]
방콕의 카오산로드, 호찌민의 여행자거리, 서울의 광장시장이 있듯 예로부터 델리에는 많은 여행자들이 모이는 빠하르간즈(Paharganj)라는 지역이 있다. 여행객 방문의 역사가 긴 이곳은 각종 덤탱이와 홍등가, 소매치기와 더불어 크고 작은 범죄라는 여행자거리 특유의 분위기를 보이는 곳이다. 체크인할 때 집주인이 웬만하면 다른 시장에 가보라는 말에 우리는 델리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인 찬드니촉(Chandni Chowk)에 다녀왔다.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지금까지의 인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힌두 사원 대신 무슬림 사원이 있고, 당당하게 고기를 거리에서 판매하고 있다. 자마 마스지드(Jama Masjid)라는 무굴제국양식의 건축물은 1656년에 완공된 인도 최대규모의 무슬림 사원(모스크 Mosque)이다. 무굴제국시기의 중요한 요충지이자 전장이었던 델리는 이슬람의 문화와 음식이 많이 융합되어 있다. 대추야자와 케밥, 차도르와 히잡이 많이 보인다. 거리는 역시나 혼돈의 카오스.
시장에 들어서니 사람과 내연기관이 만들어내는 열기가 후끈하다. 날이 시원해졌다고 긴바지를 입고 왔는데 인도의 더위를 얕잡아봤다.. 예쁜 신발과 정체 모를 과자들.
님나무(Neem)의 나뭇가지인 천연칫솔이다. 아랍과 아프리카에도 비슷한 양치법이 발달했는데 불소와 같은 강한 항균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물 없이 효과적인 세척이 가능하다. 나뭇가지 끝을 잘근잘근 씹으면 껍질이 벗겨지고 결이 부드러워져 우리가 사용하는 칫솔 모양이 된다. 치카치카.
집에 하나 가져다 놓고 싶다.
약간의 탈수증세가 있던 우리는 약국에서 산 이온음료 분말을 물에 타 마시고 과일음료도 한잔 했다. 끔찍하게 달콤한 음료 한 모금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송아지들이 더위를 피해 골목에 모여있다.
이온음료 분말은 약국에 판매한다.
”Electral Powder 하나 주세요 “
여러 가지 맛이 있는데 사진에 있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익숙한 맛이다.
우리 아이 술안주, 아버지의 건강간식.
시큼한 요거트나 커드라 부를 수 있는 다히(Dahi), 우유 두부 빠니르(Paneer), 라씨의 재료인 유청 등을 만드는 유제품 가게다. 90년대생이라면 학교에서 한 번쯤 맡아봤을 우유 상한 냄새가 진동한다.
인도의 비빔밥인 비리야니(Biryani)를 만드는 가게. 거대한 항아리 가득 비리야니를 담아 놓고 조금씩 덜어 판매하는데 먹으면 속이 큰일 날 것 같지만 한번 도전해보고 싶기도 한 그런.. 자기 파괴적인 호기심.. 이런 비리야니가게 주변엔 식사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있고 가게 주인은 그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기도 한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시장이 된다. 무슬림 사원이 지어진 17세기부터 이어진 역사가 깊은 이 시장에는 당연하게도 무슬림들이 많이 보인다. 머리와 코아래 얼굴, 어깨와 팔다리 모두를 감싸는 차도르를 입은 여인들이 보인다. 무슬림에서도 꽤나 보수적인 형태의 의상.
별다른 디자인이 없어 보이는 단색의 의상임에도 미(美)라는 본능을 추구하는 이들에겐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다. 조금이라도 다른 원단, 개성 있는 소매와 발목의 문양이나 장신구들. 이들을 사냥하는 사람들로 시장이 붐빈다.
무채색의 사람들 틈 사이로 형형색색의 인도 아주머니들이 지나간다. 역시나 멋지다.
유난히 종이에 욕심이 있는 우리는 중고서점들이 밀집한 거리로 이동했다. 알록달록 문구가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책이 1kg에 200루피(3200원) 그러니까 한 근에 120루피다. 인도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를 접목시킨 채식 요리책을 찾아봤는데 아쉽게도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서점을 몇 군데 들러 음식에 관심이 있는 작가와 사진가가 인도를 여행하며 쓴 책을 한 권 찾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다 모아놨네.
가방은 1kg에 700루피(11,200원)이다. 워크숍에서 나눠주려고 가방을 잔뜩 제작한 회사가 부도가 났나 보다. 귀엽고 쓸만한 가방을 몇 개 챙겼다.
주변에서 식사를 하며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구경에 나섰다. 큰길 반대편 구역. 이곳은 로컬의 생필품이나 저렴한 옷가지들을 판매한다.
역시 입면이 복잡한 건물은 밤에 봐야 멋지다. 부분 부분 조명으로 생긴 그림자가 웅장함을 더한다.
시장을 한 군데 더 둘러볼까 했지만 이만 들어가 쉬어야겠다. 내일도 부지런히 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