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 다르질링
늦은 시간 마신 커피에 잠에 들기가 어렵다. 어차피 새벽에 나가야 하니 그냥 밤을 새워야겠다.
हिंदी : 티케 [괜찮아, 좋아, 알겠어, 오케이 등]
오래간만에 밤을 새우니 재밌네. 출발하기 전 서브웨이를 주문해 미리 아침 식사를 챙기고 공항으로 향했다.
출발 예정시간 1시간 30분 일찍 도착했다. 공항 입구부터 삼엄한 경비를 지나 두 번의 몸수색과 엑스레이 검사를 마치고 카운터 줄 까지 20분 걸렸다. 지식인답게 차례를 기다린 뒤 창구로 향했는데 출발 1시간 전 자동으로 시스템이 닫힌다며 우리의 티켓을 취소시켰다. 다행히 다음날 같은 시간 비행기를 예매해 줘서 하루 더 델리에 머물게 됐다.
“창구가 닫히기 전이라면 줄을 기다리는 승객에게 안내 방송이라도 한 번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자기 문제면 자기가 도와달라고 해야지 왜 다른 사람이 도와주길 기다리세요? 본인 선택입니다.
“What the fuxx?”
정확히 1분 늦었을 뿐인데 처우가 너무하네. 나갈 때에도 경비가 가로막으며 공항에서 나가는 이유와 증명서류, 예약변경 확인 등 복잡한 절차를 밟은 뒤 공항에서 빠져나왔다. 항공사 직원이 직접 증명해줘야 해서 또 한참 걸림…
여차저차 하룻밤 묵을 거처를 마련했다. 근처에 있는 가장 저렴한 방을 예약했는데 그마저도 지금까지의 숙소들보다 비싸다. 침대가 지저분해 요가매트를 깔고 자는 처량한 모습.
다시 이동경로 검색과 숙소변경 등 볼일을 마치고 지난밤 못 청한 잠을 잤다. 한결 개운해진 몸으로 기분전환 겸 마지막일 줄 알았던 네추럴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고 마지막일 줄 알았던 시장에 한 번 더 다녀왔다. 그리고 다음날
문제의 공항 입구. 거의 게이트 넘어갈 때의 수준으로 검사함.
눈치의 힘! 책의 한 단락을 ‘눈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는 게 웃기다.
회사의 모토. “빨갛고, 뜨겁고, 맵게”. 어제 그 직원은 알고 보니 우수사원이었다.
공항 도착. 이곳은 영어와 힌디 외에 하나의 언어가 더 보인다. 네팔, 티벳, 부탄과 국경을 맞닿은 이곳은 여러 문화와 언어가 섞인 곳이다. 택시 타는 곳에는 네팔에 가는 승객을 찾는 기사님들도 보인다.
바그도그라공항에서 실리구리(Siliguri)로 우버를 타고 이동. (500루피 = 8,000원)
이곳에서 다르질링으로 가는 기차나 버스, 택시 등 방법은 많은데 보통 사람들은 공유택시를 타고 이동한다고 한다. 이틀 동안 택시 승강장 알아보느라 고생했는데 구글지도에 치니까 나오더라 ㅎ
“Darjeeling Share Taxi Stand” 검색.
델리에서 다르질링에 가려면
1. 델리, 기차[1일] -> New Jalpaiguri(NJP) 역에서 내려
1) 기차[6시간] -> 다르질링 도착
2) 택시[30분] -> Siliguri에서 공유 택시 | 개인택시[3시간, 250루피 | 1800루피] -> 다르질링 도착
2. 델리, 비행기[2시간] -> Bagdogra 공항에서 내려
1) 택시[50분] -> Siliguri에서 공유 택시 | 개인택시[3시간, 250루피 | 1800루피] -> 다르질링 도착
택시 승강장에 도착하면 이런 지프차와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현대의 명작인 갤로퍼와 비슷한 외관과 비슷한 승차감. 산악지대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는 ’타타 스모‘다. 그냥 목적지를 얘기하고 사람이 어느 정도 다 찰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250루피 = 4,000원 / 1인)
에어컨이 없어 엄청나게 더웠는데 차가 출발하자마자 시원한 공기가 들어온다. 날씨 진짜 좋다.
초록초록을 지나.
양파와 감자를 실어
휴게소에 들러 닭도 구경하고.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주차했는지 의문인 건물과 또다시 천길 낭떠러지를 지나고
아까는 구름이었던 안개가 몰아치는 절벽 마을을 서너 개 지나면
갑자기 나타나는 기찻길.(다음엔 기차를 타고 와봐야겠다) 기차역을 지나 20분을 더 달리면
다르질링 도착.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택시에 같이 탑승했던 이곳 토박이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쉬운 길로 숙소에 도착했다. 산에 만들어진 마을이라 길이 전부 오르막 내리막이다.
반가운 물건이다. 지내는 동안 계속 비가 오고 흐릴 예정이라 톡톡히 써먹어야겠다.
몽환적이다. 지난번 고산증으로 고생했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 이번에는 미리 고산병약을 챙겨 먹고 올라왔다. 이곳도 마날리와 마찬가지로 해발 2,000m가 넘는 고원이다. 다르질링 마을의 지명은 티베트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천둥의 땅‘이라는 의미다. 이름에 걸맞게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날씨가 좋으면 칸첸중가가 보인다는데 아마 다음기회를 노려봐야겠다.
다른 지역에서 보기 드문 종류의 식재료가 많다. 무엇인가를 ‘건조’시킨 음식이 있고, 육수를 내는 작은 물고기와 새우, 독특한 색의 구근채소들도 보인다. 날이 습한데 어떻게 건조시켰나 의문인데 겨울에 작업한 것들인가 보다.
거의 오이만큼 긴 가지. 여름철 최고기온 22도, 겨울철 최저기온 0도의 다르질링은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바나나에겐 혹독한 환경일 텐데 어떻게 키우는 거지.
오늘은 가볍게 동네 순찰을 마치고 귀가했다. 다르질링은 지금까지 여행했던 어느 지역들보다 독특한 문화와 환경을 지니고 있어 지내는 동안 열심히 공부해 봐야겠다. 그렇게 이틀 만에 맘 놓고 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