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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Jul 15. 2024

망명의 나라

다르질링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 때로는 행운이다.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쵸-


བོད་སྐད : 두치치에 [감사합니다]


하루

고요

 가보지 않은 영국의 어딘가를 연상케 하는 희뿌연 날씨와 무채색 건물들. 느지막이 집에서 나와 티벳 박물관으로 향했다.

문자

 입장료 100루피(1,600원)씩의 작은 마을 박물관. 평일이라 관람객 없이 조용하고 여유롭게 구경했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한 티벳 친구는 무려 7개 국어에 능통했는데 재밌게도 티벳어를 말하고 들을 순 있으나 쓰거나 읽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글자를 보니 그럴 법도 하네.

모래마을

 티벳의 밀교에서는 모래로 만다라를 그린다. 기다란 만년필 같은 나무막대기에 색색의 모래를 채우고 오돌토돌한 막대기로 드르륵 긁으며 모래를 떨군다. 몇 날 며칠을 앉아 그리는 만다라. 어떤 것은 몇 달,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단다. 섬세한 입체감에 감탄이 절로.

할아버지?..

 네팔, 티벳, 부탄과 국경을 접한 이곳은 우리와 뿌리를 공유하는 인종이 많아 인도의 다른 지역과 달리 갑자기 쏟아지는 사진 세례도, 순수한 광기의 시선도 없다.

 색감이나 매무새가 한반도의 전통과 닮았다.

 다르질링에 유난히 티벳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단순히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뿐 아니라 인도의 외교정책 덕이기도 하다.


 1959년 중국군의 침략으로 티벳의 최고 종교지도자인 달라이라마는 인도의 다람살라(Dharamshala : 마날리가 속한 히마찰프라데쉬 주)로 망명을 간 뒤 현재까지도 비폭력 독립운동가로써 티벳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다. 인도는 본토의 28개 주 중 다르질링이 있는 웨스트뱅갈(West Bengal)을 포함, 7개 주에서 티벳국민들에게 거주와 경제활동을 허가하는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친구

  티벳 불교 사원에 걸어두는 탕가(Than-ka)다. 만다라가 그려진 것과 붓다가 그려진 것 등 종류가 많았는데 우리는 이 그림을 골랐다.

 불교의 ‘자타카 동화(Jataka Tales)’ 중 네 동물친구의 이야기. 새가 씨앗을 심고 토끼가 물을 주면 원숭이가 비료를 뿌리며 키우고 코끼리가 나무를 지켜 열매가 맺히면 다시 힘을 모아 열매를 나눠먹는다는 이야기. 우리는 친구!! 불교의 사상을 잘 담아낸 그림이네.

이끼

 축축한 녹색의 건물을 지나.

멋진 꽃잎도 구경하고

서점
찻집

 우리의 상상 속 동물 기린을 닮은 조각.

여기저기서 보이는 차를 수확하는 아주머니 그림.

다르질링 광장
미스트

 동네를 구석구석 구경하고 차도 한 잔 마시고 집으로 향했다. 운무가 짙게 깔린 도시는 몽롱하고 차분한 기운과 으스스한 분위기가 뒤섞여있다.


이틀

갖가지

 우리의 호스트는 숙박업과 차 브랜드 운영을 겸하고 있다. 덕분에 아침, 1시간 동안 무료로 수업을 듣고 직접 생산하는 여러 종류의 차도 시음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집집마다 이렇게 차를 다루는 도구를 구비해놓는다고 한다. 동네 밥집에서도 심지어 거리에서도 훌륭한 품질의 차를 마신다.

 또 이곳 다르질링 인구의 90퍼센트는 기타를 연주할 줄 안다고 한다. 2015년에는 주민들 300명이 메인 광장에 모여 다 같이 존 레전드의 이메진을 불렀다고 한다. 300명이 치는 기타 연주. 한번 보고 싶다.

모두가 차를 다루고 모두가 음악을 연주하는, 삶을 충분히 즐기는 사람들의 땅이다.

 다르질링에 지내는 동안 단 하루, 해가 번쩍이던 날이다. 안 그래도 산악지역이라 날씨가 오락가락하는데 심지어 지금은 극 장마철, 오랜만에 뽀송한 거리를 걷다가 든 생각. 다르질링은 우중충한 날씨일 때 도시의 특색이 더 잘 드러나는 듯하다.

전통의상

 상의의 가슴 단추가 한쪽으로 쏠린 더블재킷 같은 의상. 간지난다.

?

 이건 거의 그냥 한복인데..

흥국이형

 흥겨운 음악과 혼돈의 믹스매치로 주변을 자신의 아우라로 채우고 있던 아저씨.

 멋진 건물을 지나

Mahakal Market
Sumitra Yogashala

 이제는 공실이 더 많은 상가의 꼭대기 층, 요가원으로 향한다.

심오한 분위기

 거의 2주 만에 요가를 다녀왔다. 그동안 이동으로 뻣뻣해진 몸을 말랑하게 풀고 개운하게 땀도 뺐다. 채워진 에너지로 다시 열심히 구경해야지.

전설급 장비

 레전드 골동품가게를 발견했다. 80년 동안 이 자리에서 3대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아저씨. 엄청난 양의 물건들이 대단한데 본인의 집에 비하면 10분에 1만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한다. 금반지와 멋진 집은 없지만 이 물건들이 소중한 자산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12시가 되면

 내일은 조금 더 산 쪽으로 이동한다. 조금 이르게 집에 돌아와 저녁을 차려먹고 짐을 쌌다. 깊고 충분한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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