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질링
차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져요.
हिंदी : 삐야라 [귀여워…]
며칠 후 다시 다르질링 시내로 이동. 전에 묵었던 숙소로 돌아왔다. 사무실에선 그들의 차 브랜드인 “Darjeeling Sips”의 포장작업이 한창이다. 찻잎이 잔뜩 들어가 티백이 통통하다.
지나가다 발견한 미용실에서 상해버린 머리 끝단을 정리했다. 후드리찹찹 아저씨의 중독적인 손맛으로 극락에 다녀옴.
나가는 길에 있는 이슬람사원. 보송한 고양이가 사람손을 잘 타네.
비가 그치고 날이 개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고양이들이 거리로 나온다. 라이벌과의 전투 끝에 얻게 된 엉덩이 토닥토닥.
채소 시장에서 발견한 청국장(?) 맛도 향도 그냥 청국장이다. 버섯과 무로 저녁엔 채은이가 청국장을 끓여준다고 한다. 쌀도 조금 구매.
숲과 습기가 많은 이곳은 한국과 비슷하게 고사리를 많이 먹는다. 고사리보다 조금 더 얇고 질긴 느낌. 북쪽으로 오니까 확실히 익숙한 식생이 보인다.
재밌게도 이곳에서는 말리지 않은 생 후추를 요리에 이용한다. 우리가 아는 후추와 쓰촨페퍼(마라탕에 들어가는 중국 후추)가 잘 구분이 안되니 조심해야 한다. 딱 한 개 먹어봤는데 한 시간 동안 혀가 얼얼했다.
구경을 마치고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차 공장으로 향했다.
며칠 전 호스트가 추천해 준 차 농장 Happy Valley tea estate. 엄청난 규모의 이 농장은 1854년부터 무려 200년 가까이 운영 중인 역사 깊은 농장이다.
차나무의 품종은 200여 종이 있지만 가장 흔하게 생산되는 것은 ‘중국 차’와 인도의 토착품종 ‘아삼차‘다. 다르질링은 19세기 인도를 점령한 영국인들이 유일하게 중국 품종의 차의 대량생산에 성공한 지역으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차 이다.
다르질링의 유명 농장에서는 이렇게 직접 생산과 가공, 납품까지 겸하고 있다. 우리 호스트의 차도 친척의 농장에서 생산한 차를 여러 방식으로 재해석해 가공하고 있다. 일본에 수출도 한다고.
공장 견학은 30분가량의 설명과 짧은 티 테이스팅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공장 내부 사진은 허용되지 않는다.
차의 가공 과정은
찻 잎 수확 -> 시들리기 -> 덕기 -> 비비기 -> 말리기의 순서로 진행된다.
우선 수확한 차를 널찍한 판에 두고 약간 시들게 둔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숙성’하는 단계라는데 이 과정으로 쓰고 떫은맛이 줄어든다. 녹차는 아예 숙성을 하지 않거나 1~2분 정도 잠깐 놔두고 홍차는 몇 시간 정도 두었다가 다음 공정으로 넘어간다.
적당히 숙성된 찻잎을 커다란 솥에 넣어 가열한다. 이것을 ‘덖는다’라고 하는데 팬에 기름이나 물을 넣지 않고 볶는 작업을 의미한다. 이 과정으로 지난 숙성에 관여했던 폴리페놀과 산화효소 등 효소들의 활동을 멈추게 한다.
다음, 찻잎을 서로가 완전히 맞물리지 않은 나무로 만든 맷돌 같은 기구에 넣어 누르고 돌린다. 약간 거대한 착즙기같이 생김.
마지막으로 찻잎을 말리는 과정이다. 컨베이어 벨트에 덖어서 말린 찻잎을 깔고 뜨거운 코일이 설치된 방을 지나게 둔다. 바람을 이용하지 않고 열기로만 말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그렇게 차를 잔뜩 마시고 잔뜩 들뜬 우리는 동네를 조금 더 구경했다.
……귀여운 고양이 가족 발견. 처음엔 하얀색 고양이만 있었는데 가게 주인아저씨가 노란 고양이를 무심히 던져주고 가셨다. 덕분에 30분 넘게 놀다가 왔다. 선물로 장난감도 하나 만들어주고 옴.
지나가던 강아지들이 너도나도 몰려온다. 아기고양이에게 질투하다 솜방망이 한 대 맞고 떠난 약간 모자라지만 착한 강아지.
동네를 조금 더 둘러보다가.
가파른 계단을 따라 양 옆으로 골목들이 뻗어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귀여운 집들과 영원히 마르지 않을 것 같은 빨래들. 몇몇 건물에는 월세방 내놓은 간판이 걸려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집으로 돌아와 아까 봐온 장으로 저녁식사를 차렸다. 고사리와 호박(포톨 Potol) 볶음은 가게에서 사 오고 버섯볶음과 청국장을 끓였다. 다음날까지 은은하게 남아있던 꼬릿 한 콩 내. 내일을 마지막으로 기나긴 인도여행도 마무리된다. 채비를 다듬고 그동안의 여정을 돌아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