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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Oct 09. 2020

[Swiss] 즉흥 5박 캠핑 - 꿀잼 몰카

3일. Oeschinen Lake

1. Walensee - 평화롭다

백두산맥의 정기를 이어받은 우리는 남산초
목욕도 하고

 다시 해가 떴다. 확실히 춥지 않으니 늦잠을 잘 수가 있네. 햇볕이 텐트를 데워 더 이상 잘 수 없을 때까지 누워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선선한 공기가 잠을 쫓는다. 호수에서 어제 먹은 식기를 씻고 간단히 모닝 체조와 차 한잔으로 여유를 부린다. 아주 좋구먼, 오늘은 인터라켄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분명 다시 추워질 테니까 미리미리 씻어놔야지 ㅎㅎ 슬슬 차에서 훈련소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평화로워

 동네 학교에서 야외수업을 하러 나왔는지 아이들과 선생님으로 보이는 어른들이 공원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뛰어다는 친구들, 호수에서 뭍으로 올라온 거위 두 마리가 경계심도 없이 아이들과 어울린다. 이제 옷도 다 말랐으니 슬슬 출발해야겠다.



2. Oechinen lake - 고마워 조단!

차로 1시간 30분
개이득?

 지도에 Oeschinen lake를 검색하고 쭉 따라가다 보면 자동차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바로 옆 도로로 10분 정도 더 들어가면 주차장과 호수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 있다(작은 표지판 있음). 티켓도 무인 판매고 관리하는 사람도 안 보인다. 티켓 가격이 31프랑이었는데 조금 더 양심 없고 용기 있는 사람은 그냥 몰래 타도 될 듯. 여행객도 없어 케이블카에서 신나게 노래 부르면서 올라갔다.


 5분 정도면 베이스에 도착한다. 엄청난 날씨, 눈 덮인 돌산에 구름 그림자까지... 게다가 아침에 개운하게 씻고 잠도 충분히 잤다. 아주 기분이 좋다!!

할로!

 아이들이 낯선 이방인한테도 인사를 잘해준다.

 혹시나 해서 챙겨 온 우비에 물 한 병을 넣고 돌돌 말아 닌자처럼 가슴에 묶었다. 한국에 가면 작은 가방을 꼭 사야겠다.

keep your body hydrated

 얼마 전 동료 Jordan이 친구랑 캠핑을 다녀올 계획이라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얘는 오스트리아에 어렸을 때부터 산 녀석인데 이제야 맛을 들였나 보다. 아주 훌륭한 선택임. 무튼 아마존에서 괜찮은 물건 몇 가지와 근처 괜찮은 장소를 몇 군데 알려주다가 되려 나도 이 장소를 추천받았다. 인스타에서 알프스에 아름다운 명소를 찾아보다가 발견했는데 내 생각이 났단다. 그리고 이 호수는 스위스에서 간 곳 중에 제일 마음에 들었음! 당케 슌 조단!

keep your ‘BODY’ hydrated

 맑은 호수를 보니 당최 안 들어가고 버틸 수가 없다. 수영복을 챙겨 올걸 그랬네. 그냥 속옷만 입고 들어가야겠다.

수건...

 뭐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물이 굉장히 차다.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 모인 물이니 정말 딱 빙점에 가까운 수온이다. 수건도 없고 바람도 꽤 차갑다. 가방으로 썼던 우비를 바닥에 깔고 햇볕에 몸을 말렸다. 그래도 개운하니 좋네.

신나!

 몸이 다 말랐다! 아침에 목욕을 했던 물은 이끼도 많고 물도 따듯해서 별로 개운하지 않았는데 이 물은 아주 맑았음. 신난다!

루지

 내려가는 길에 마운틴코스터가 있는걸 이제야 발견했다.. 내 티켓에 포함되어있던 것 같던데 이미 내려가는 걸 탔으니 그냥 돌아가야지. 어차피 저건 한국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 ㅎㅎ



3. Camping Jungfrau - 케밥 친구들

조금 시끌시끌함

드디어 인터라켄에 들어왔다. Lauterbrunnen 지역 끝자락, 융프라우가 시작되는 부근에 꽤 규모가 있는 캠핑장이 하나 있어 냅다 달려왔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케밥 재료를 사 왔는데 아무래도 여기서 모닥불을 지피기는 조금 힘들 것 같아 메뉴를 변경했다. 돼지고기(원래 케밥에 돼지고기는 안 쓰지만 나는 한국인이니까)와 가지를 볶은 뒤 레트로트 리조또를 먹어야겠다. 배고프다.

눈빛으로 손가락질

 때마침 옆 텐트 친구들이 화로에 케밥을 구워 먹고 있다. 왠지 30분 뒤에 쟤네들이랑 같이 밥 먹고 있을 것 같은데 우선 지켜봐야겠다. 캠핑장을 둘러보며 융프라우를 구경하다가 자리에 돌아오니 먼저 말을 걸어준다.


/혼자 왔어?


오키 좋았어. 오늘은 얘네들이랑 놀아야겠다. 무슬림 친구들이라 돼지고기는 못 먹으니 내 맥주와 채소를 상납하고 자리에 앉았다. 취리히에 사는 Alan과 뮌헨에 사는 Ronas는 주말을 이용해 캠핑을 왔다고 한다. 오늘은 꿀잼 환장 파티가 될 것 같다.

쿠르디스탄은 나라입니다.

 이 친구들 출신지가 흥미롭다. 쿠르디스탄의 시리아 북동쪽 지역에서 온 쿠르드족(kurd)이라고 한다.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여러 나라에 걸쳐져 있는 이 지역은 터키의 문화혁명으로 전통이 사라져 가고 있는 나라다. 과거 일제시절 일제가 교육했던 것처럼 터키는 이들에게 문화나 음식, 언어를 통제하며 민족성을 빼앗아가고 있다. 쿠르드족은 여전히 독립투쟁을 하고 있는 중이고 그 수는 세계에서 나라 없는 민족 중 가장 수가 많은 4000만 명에 달한다. 2015년 10월 독립시위 중 사망한 24살 쿠르드족 청년을 장갑차에 줄로 매달고 끌고 갔던 사건이 있을 정도로 이 민족의 인권은 심히 탄압되고있다. 티베트에서 태어나 아직도 정체성을 지키는 동료 Jordan과 독립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들도 같은 아픔을 겪고 있다. 이 친구들의 말로는, 티베트는 중국에서만 독립하면 되지만 쿠르드는 그 수가 훨씬 많아 제도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더 난황을 겪고 있다고 한다. 티베트, 쿠르디스탄, 신장, 몽골 남부. 이 나라들이 다른 나라에 의해 지배당하는 이유는 같다. 자원. 솔직한 이야기로 이들이 독립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고 시간이 지나 저 지역들은 개발이 될 것이다. 그렇게 지구에서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지역이 하나 더 사라진다. 아직은 외국인이 출입할 수 없는 지역인 신장을 언젠간 꼭 방문해보고 싶다.

ㅅㅂ (Watermelon)

 나는 아주 재밌게 잘 살고 있습니다.

보통녀석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이 친구들의 친구들이랑 영상 통화도 하고 덕분에 친해져 인스타에 서로 팔로우를 했다. 내 여행 이야기를 들은 이 친구들은 박수를 쳐주며 한껏 칭찬해준다. 나도 이 녀석들이 살아온 이야기에 동감하고 응원했다. 이후 며칠 동안 몇 번이나 다시 놀려고 했는데 일정이 안 맞아서 다음으로 미룸... 참 재미난 친구들이다.

고프로를 입에 물고 머리에 헤드램프를 착용한 채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단다. 너의 춤사위도 만만치 않아. 역시 여행은 정말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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